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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우리 동네 특산 명품] 부안 곰소항 상생 뿌리내린 슬지제빵소, “순 국산 찐빵 잡숴 보세요.”
[우리 동네 특산 명품] 부안 곰소항 상생 뿌리내린 슬지제빵소, “순 국산 찐빵 잡숴 보세요.”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3.08.14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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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과 소금으로 유명한 곰소항에 국산 찐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슬지제빵소가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젓갈과 소금으로 유명한 곰소항에 국산 찐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슬지제빵소가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부안] 젓갈과 소금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포구 곰소항에서 찐빵과 음료를 만들어 파는 슬지제빵소. 부안에서 재배한 농작물로 생산하는 찐빵을 찾는 여행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과 딸들이 모여 일하는 제빵소에 다녀왔다.

아버지가 창업하고 딸이 키운 제빵소
전북 부안에 가면 곰소항이 있다. 유서 깊은 곰소염전이 있는 동네이고, 멀지 않은 곳에 천년고찰 내소사가 있는 곳이다. 그 곰소항의 곰소염전 맞은편에 흥미로운 제빵소가 있다. 2017년에 이곳에 자리 잡은 이래 이제는 부안의 명소가 된 슬지제빵소가 그곳이다. 슬지네찐빵으로도 유명한 이곳에서 부안의 자랑거리인 오색 찐빵이 뭇사람들에게 팔리고 있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거의 어김없이 제빵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선다. 빵이나 커피나 음료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찾아온 것이다. 부안을 여행하던 사람들이 찾아오고, 이웃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나들잇길에 들르기도 한다.

슬지제빵소에는 주말이나 휴일이면 많은 방문객이 줄을 선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슬지제빵소에는 주말이나 휴일이면 많은 방문객이 줄을 선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슬지네 오색찐빵은 특허출원을 해놓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슬지네 오색찐빵은 특허출원을 해놓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많은 여행객이 선물용으로 사가고, 전국 각지에서 택배로 받아 먹기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많은 여행객이 선물용으로 사가고, 전국 각지에서 택배로 받아 먹기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슬지네찐빵은 당초에 부안읍내에 있었다. 2000, 김갑철 회장 부부가 둘째 딸의 이름(슬지)을 걸고 찐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슬지네찐빵이라는 상표등록을 하고, 오색 찐빵을 만들어 특허출원을 했다. 밀가루에 부안 특산품인 팥·오디·옥수수·뽕잎·흑미 등을 섞어 다섯 가지 색깔로 찐빵을 만들었다.

빵 속에 팥앙꼬를 듬뿍 넣어 만든 오색 찐빵은 제법 팔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인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둘째 딸을 불러서 빵집 운영을 도와달라고 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부녀간에 의견 차이가 발생했고, 딸은 서울로 가버렸다.

그런 딸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하는 말이 중앙대 경영대학원에서 창업과 경영에 관한 체계적인 공부를 해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왕에 찐빵 장사를 하려면 제대로 하자고 말했다. 큰 딸은 전북농식품가공 콘테스트에 참뽕을 이용한 팥 가공 제품을 들고 나가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상금 1억 원을 받아왔다. 이제 비좁은 읍내를 벗어나 곰소항 주변에 새로운 가게를 열자고 했다. 읍내 인구보다 관광객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나가서 젊은 관광객에게 빵과 커피를 팔자는 것이었다.

슬지네찐빵은 팥과 밀가루가 모두 국내산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슬지네찐빵은 팥과 밀가루가 모두 국내산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찐빵에 이어 크림치즈케이크, 커피와 과일주스도 맛볼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찐빵에 이어 크림치즈케이크, 커피와 과일주스도 맛볼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값싼 수입품 대신 우리 고장 농작물만 사용
곰소항 슬지제빵소에는 이제 찐빵 기술자인 아버지 김갑철 회장과 아들(김종우 대표), 세 딸이 함께 일하고 있다.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를 딸들이 키워놓았고, 이제는 아들과 며느리까지 힘을 모아 뒤를 잇고 있다. 아버지의 풍부한 경험과 딸들의 신묘한 아이디어, 그리고 아들의 선한 마음이 접목된 것이다.

몸에 좋은 먹거리를 만들자. 우리 고장 사람들과 함께 잘살 수 있는 장사를 하자. 수익금은 조금이나마 불우한 이웃과 나누어 쓰자.”

김갑철 회장은 모든 식구(종업원)가 이런 생각을 가슴에 새긴 채 일한다고 한다. 좀 더 부연하자면, 빵을 만드는 밀가루와 팥은 물론 오디, 뽕잎, 호박 등 모든 재료를 부안과 고창, 남원 등지에서 구입한다. 1년에 20톤 이상 필요한 팥은 부안 농가에서 조달한다. 값이 싸고 빵을 만들기 쉬운 수입산 밀가루 대신 국산 제분만 가지고 빵을 만든다. 나머지 재료도 대부분 부안과 이웃 자치단체 농업인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수급한다.

회사의 설립자이자 제빵기술자인 김갑철 회장은 여러 가지 표창과 훈장을 수상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회사의 설립자이자 제빵기술자인 김갑철 회장은 여러 가지 표창과 훈장을 수상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김갑철 회장은 이제 실무를 아들과 따들에게 맡기고 지원자 역할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김갑철 회장은 이제 실무를 아들과 따들에게 맡기고 지원자 역할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2CEO였던 김슬기 대표는 우리 고장에도 농사짓는 분들이 있으니 믿고 맡기자, 수입농산물보다 비싸지만 국산이 우리 몸에 더 좋지 않겠는가, 우리 고장 사람들이 골고루 이득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김 대표는 곰소항에 자리 잡은 지 3년 만에 이웃에 신관을 건립했다. 지역 주민들이 생산한 농작물과 산나물, 곰소염전에서 생산한 소금 등을 판매할 매장을 만들었다. 이웃과 상생하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실천한 것이다.

지역민들과 상생하는 것이 커다란 행복
슬지제빵소는 이제 오색 찐빵을 넘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국산밤과 우리밀에 국산팥을 넣어 만든 찐팥밤, 우리 농산물로 만든 오색 찐빵, 발아팥으로 만든 팥물, 뽕잎 발아팥앙금 빙수팥, 인절미 빵, 크림치즈 찐빵 등 다양하다.

그리고 슬지제빵소 사람들은 우리 고장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이 1차 상생이고, 지역사회를 위한 선행과 나눔운동을 실천하는 것이 2차 상생이라고 생각한다. 틈틈이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 아동에게 찐빵을 나눠드리고, 지역인재육성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1층에 주문한 빵과 음료를 받아 2층이나 신관에서 맛볼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1층에 주문한 빵과 음료를 받아 2층이나 신관에서 맛볼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부안의 특산품인 오디. 사진 / 박상대 기자
부안의 특산품인 오디. 사진 / 박상대 기자
슬지제빵소 맞은편에는 곰소염전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슬지제빵소 맞은편에는 곰소염전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이런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온 나눔 프로젝트이다. 김갑철 회장은 찐빵 덕분에 신지식인 인증을 받았고, 세계신지식인협회 표창,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서 여러 표창을 받고, 상금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라고 한다.

김 회장은 가족이 한 공간에 모여 일하고, 같은 철학과 이념을 실천하는 거도 지역민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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