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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원데이 트립] 제천의 숨은 여행지를 찾아가다
[원데이 트립] 제천의 숨은 여행지를 찾아가다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3.09.13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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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제천] 제천에는 의림지, 청풍호, 옥순봉 등 쟁쟁한 관광 명소들이 많지만 가을엔 왠지 한적한 여행지에 발길이 더 끌린다. 숭고한 정신이 깃든 성지를 찬찬히 둘러보다 단풍나무 그늘 아래 앉아 한낮의 여유로움을 즐겨보면 어떨까. 밝고 환한 햇살이 마음을 토닥여주며 평안과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제천 민간정원 1호인 더블럭.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제천 민간정원 1호인 더블럭.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부부가 20년 넘게 손수 가꿔온 공간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부부가 20년 넘게 손수 가꿔온 공간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COURSE 1.
삶과 철학이 담긴 정원 산책
더블럭

#정원 산책 #부부송

더블럭은 고즈넉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부부가 20년 넘게 손수 가꿔온 정원 카페로 제천 민간정원 1호이기도 하다.

더블럭 정원에서 자라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마다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심지어 카페 건물까지 직접 건축했다. 마치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온 정성을 쏟아부어온 각고의 노력이 곳곳에서 배어난다. 아담한 정원이지만 레드카펫보다 더 근사한 꽃길과 바위동산, 부부송 등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 갈래로 뻗어 나간 모습이 한 몸 같은 부부를 떠올리게 해 부부송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소나무도 신기하고, 바위에 붙어 자라는 덩굴과 하늘의 기운이 담겨 있다는 천기석도 눈길을 끈다. 마음의 동산은 우연찮게 발견한 풍경을 언제든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인데 바위 계단을 오르면 정다운 시골풍경이 눈에 담긴다.

INFO
주소 충북 제천시 봉양읍 용두대로36109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찾아갈 수 있는 배론성지.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찾아갈 수 있는 배론성지.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COURSE 2.
<가을의 기도>가 떠오르는배론성지

#가을의 기도 #천주교성지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단풍잎이 떨어진 아름다운 연못과 오솔길을 자박자박 걷노라면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가 떠오른다.

번잡하던 마음에 평화로운 기운이 스며들고,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픈 순수함이 솟아난다. 배론성지의 가을에는 따스한 위로가 깃들어 있다. 이곳은 1800년대부터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교인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다. 김대건 신부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사제가 된 최양업 신부의 묘소도 여기에 안치되어 있다. ‘배론이란 이름은 마을 계곡이 배 밑창과 닮아 있어 붙여진 것인데 당시 외지인의 눈을 피하기에 적합한 지형이었을 것이다.

대신 환경이 척박해 화전을 일구고 옹기를 구워 팔아가며 생계를 꾸려가야 했으니 어려움이 많았을 테다. 비록 궁핍한 생활이지만 자신이 선택한 믿음을 지키며 올곧게 살아가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배론성지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누구든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나와는 다른 생각과 믿음을 가졌다는 이유로 핍박받던 이들에겐 늘 꿈꾸던 천국의 모습이지 않을까. 곱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젖어들기 좋은 곳이다.

INFO
주소 충북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296

제천 의병의 역사와 유물들을 볼 수 있는 제천의병전시관.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제천 의병의 역사와 유물들을 볼 수 있는 제천의병전시관.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영국 기자 매킨지가 찍은 의병 사진이 부조로 걸려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영국 기자 매킨지가 찍은 의병 사진이 부조로 걸려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COURSE 3.
숭고한 희생의 여정자양영당제천의병전시관

#독립운동 #미스터선샤인

사회 변혁의 흐름이 거세게 일어나던 구한말은 격동의 시대였다. 나라에 대한 불신이 깊은 때였지만 일본을 비롯한 외세의 침입 앞에서는 하나가 되었던 눈부신 역사도 있었다. 바로 의병이다.

제천이 중심이 되어 일어난 을미의병은 전국에 들불처럼 번져나가 향후 해외 항일 독립운동의 초석이 되었다. 그 중심에 자양영당이 있다. 제천 의병의 정신적인 산실인 자양영당에는 의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숭의사와 기념탑 제천의병전시관이 있다. 자양영당 맞은편에 있는 자양서사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인 을미사변과 단발령 강제 시행에 대항한 의병 봉기를 위해 의암 유인석 의병장이 팔도의 유림들과 비밀회의를 열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의병전시관에는 제천 의병의 역사와 남아 있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입구에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모티브가 되었던 영국 기자 매캔지가 찍은 의병 사진이 부조로 걸려 있다. 나라를 구하고자 스스로 일어선 의병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언제나 큰 울림을 준다.

INFO
주소 충북 제천시 봉양읍 의암로 566-7

여행의 마무리로 족욕을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여행의 마무리로 족욕을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따끈한 물에 한약재를 가득 채우고 족욕을 하고 나면 피로가 싹 가신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따끈한 물에 한약재를 가득 채우고 족욕을 하고 나면 피로가 싹 가신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COURSE 4.
고생한 발을 위한 선물본초다담

#족욕카페 #한방엑스포공원

여행의 마무리는 족욕으로 해보자. 온종일 돌아다니느라 수고한 발을 위한 선물이다. 제천에 왔으니 몸에 좋은 약초들을 아낌없이 넣어보자.

제천은 조선시대에 약령시가 개설되었던 한방과 약초의 고장이다. 산과 들에 자생하는 약초가 많아 한약재를 사고파는 시장이 발달하기도 했다. 올해는 ‘2023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927~102)’까지 열려 명실상부 한방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방엑스포공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본초다담은 정겨운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족욕을 즐기는 한방족욕체험장이다. 따끈한 물에 한약재를 가득 채운 파우치를 넣은 후 발을 담그면 된다. 여기에 진한 쌍화차 한 잔을 곁들여보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쌓여 있던 피로가 사르르 풀려나간다. 단지 족욕을 했을 뿐인데 온몸이 개운하고 건강해진 기분이다.

INFO
주소 충북 제천시 송학면 의림대로4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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