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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마을따라 마음따라] 수채화같이 맑고 정감 있는 가을 계곡, 함양 안의
[마을따라 마음따라] 수채화같이 맑고 정감 있는 가을 계곡, 함양 안의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3.09.18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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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같은 풍경의 용추계곡을 만날 수 있는 함양으로 가을 여행으로 떠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수채화 같은 풍경의 용추계곡을 만날 수 있는 함양으로 가을 여행으로 떠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함양] 물감을 물로 살짝 개 붓질하며 그리는 수채화는 덧칠한 물감이 비칠 정도로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게 특징이다. 기백산 자락 용추계곡은 수채화 같은 풍경을 지닌 아름다운 곳이다.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마을을 적시고 그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예술적 기운을 불어넣고 정자를 중심으로 한 풍류문화까지 꽃피웠다. 함양 안의는 그렇게 물길 따라 이어진 마을이다.

산꾼들의 흔한 우스갯소리로 물 좀 떨어지면 용추폭포요, 물 좀 고이면 용소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용추폭포란 이름이 흔하단 이야기다.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가평에 용추가 있고 강원도 동해 무릉계곡에도 용추가 있다. 청송, 보성, 창원, 문경, 괴산... 지방마다 크고 작은 용추폭포 하나쯤 갖고 있다. 자부심이 담긴 이름이라 좋긴 하지만 그래도 하늘로 승천하는 용이 떨어질 정도의 규모라면 함양 용추폭포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장수사의 맥을 이은 용추사가 용추계곡을 지키고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지금은 장수사의 맥을 이은 용추사가 용추계곡을 지키고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용추사와 가을하늘.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용추사와 가을하늘.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용추폭포 지나는 길에 맛보는 탁족의 즐거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용추폭포 지나는 길에 맛보는 탁족의 즐거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용추계곡과 함양용추아트밸리
함양 안의면 용추계곡엔 풍족한 수량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굽이굽이 담겨있다. 예로부터 심진동이라 불렀는데 계곡이 깊고 아름다워 진리삼매경에 빠졌다는 뜻이다. 심진동 초입에는 심원정이 있는데 지금은 물놀이 명소로 인기다. 심진동은 농월정이 있는 화림동, 수승대가 있는 원학동과 더불어 안의 삼동(三洞), 삼가승경(三佳勝景)으로 찬양되었다. 조선 순조 때 우의정을 지낸 심상규(1766~1838)는 안의 삼동이 영호남에서 가장 으뜸가는 명승지라고 감탄했다. 안의현, 안의군으로 불리던 안의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에는 함양군에 딸린 안의면으로 격하되었는데 그 바람에 세 가지 아름다운 경치 중 수승대가 있는 원학동이 이웃 거창군으로 편입되고 말았다.

옛 장수사 절터에 덕유산장수사조계문만이 홀로 남아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옛 장수사 절터에 덕유산장수사조계문만이 홀로 남아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물레방아를 처음 보급한 연암 박지원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물레방아공원.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물레방아를 처음 보급한 연암 박지원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물레방아공원.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또한 용추계곡은 물레방아의 고장으로도 알려졌다. 안의 현감이었던 실학자 박지원이 우리나라 최초로 물레방아를 만들었던 곳이 바로 물이 풍부한 용추계곡이었다. 그 뜻을 기리고자 계곡에 연암물레방아공원을 조성했다. 공원은 조그맣지만 지름이 10m나 되는 거대한 규모의 물레방아가 박지원 동상과 나란히 세워져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용추계곡에서 여행객들이 많이 놓치고 가는 명소가 바로 함양용추아트밸리다. 수채화를 중심으로 한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시관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아름다운 경치가 예술의 토양이 된다고 하였던가. 갤러리를 지키고 있는 박유미 작가는 안의가 고향이다. 한국수채화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는데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의 예술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함양용추아트밸리 외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함양용추아트밸리 외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때마침 박유미 작가의 수채화 전시가 있어서 오랜만에 수준 높은 수채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작품을 차분히 감상해보니 일관되게 흐르는 작가정신이 보인다. 물레방아가 있는 고향의 풍경을 담아내기도 하고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작가의 내면세계를 끌어내고 생명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특히, 작가는 그림을 통해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는데 첼로를 모티브로 활용하여 여러 작품들 속에 아름다운 멜로디를 담아냈다. 박유미 작가는 활달한 표정에 수채화처럼 밝은 모습으로 손님을 맞는다. 운 좋게 그의 해설을 직접 듣게 된다면 그림들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함양용추아트밸리는 크게 3개의 갤러리로 되어 있으며 전시작품을 소재로 한 굿즈 판매와 카페까지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역민들을 위해 수채화는 물론 도예, 서예, 서각 등 다양한 지역 예술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언제나 생기가 넘친다. 올해는 입주작가 프로그램을 통해 2명의 작가가 새로 합류하여 지역 예술진흥을 위한 더욱 강력한 동력이 형성되었다.

고향의 예술문화 진흥을 위해 애쓰는 박유미 작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고향의 예술문화 진흥을 위해 애쓰는 박유미 작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함양용추아트밸리 쉼터.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함양용추아트밸리 쉼터.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바로 옆에는 함양약초과학관이 있다. 함양은 지리산과 덕유산은 물론 1,000m 넘는 산이 15개나 되는 전형적인 산간 지방이다. 매년 9월에는 함양산삼축제를 열기도 하는 약초의 고장이다. 함양의 산삼과 약초를 홍보하기 위한 작은 전시관으로 가볍게 들러볼 만하다. 특히 열 손가락 지문을 바탕으로 한 사상체질 감별 체험은 해볼 만하다.

함양목재문화체험장과 농월정
안의면사무소 소재지 쪽으로 내려오면 강변에 위치한 함양목재문화체험장도 빼놓을 수 없는 안의의 즐길거리다. 보통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목재문화체험관은 전시 위주의 시설이 많은 편인데 이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체험 위주인 것이 특징이다.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목재의 유익함을 배우고 목재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함양목재문화체험장 입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함양목재문화체험장 입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함양목재문화체험장의 거대한 미끄럼틀 목재 타워슬라이더.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함양목재문화체험장의 거대한 미끄럼틀 목재 타워슬라이더.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야외 공간에는 초대형 미끄럼틀인 목재 타워슬라이더가 랜드마크처럼 자리하고 있다. 약간 공포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 범상치 않은 미끄럼틀이다. 직선으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숲속을 한 바퀴 돌면서 내려오는 일명 ‘3D 짚라인도 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와이어 줄타기와 여러 가지 전래놀이 체험 등 오밀조밀 뛰어놀고 사진 찍기 좋은 정원이다.

정감있는 목재 명찰과 안내판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정감있는 목재 명찰과 안내판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캠핑마니아들이 반할 만한 와인 테이블 만들기 체험.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캠핑마니아들이 반할 만한 와인 테이블 만들기 체험.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실내에선 목공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편백나무 트레이나 빵도마 만들기, 캠핑용 와인 테이블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인기 있는 빵도마는 1시간 정도면 완성시킬 수 있는데 미리 어느 정도 만들어진 재료를 다듬고 우드버닝기로 서명을 한 후에 기름칠만 하면 완성이다. 솜씨가 있는 체험객은 작은 그림도 그려 넣는다. 직접 만든, 세상에서 하나뿐인 기념품이다.

목재는 친자연적인 재료여서 우리 몸에 좋고 특유의 향에 정서적 안정감도 가져다준다. 함양목재문화체험장에서는 목재를 활용해 이처럼 다양한 생활소품을 만들기도 하고 기업이나 단체에 납품도 한다. 나무로 만든 명찰, 나무로 만든 상패, 나무로 만든 생활 소품들이 모두 고급스럽고 탐이 날 정도다.

다양한 목재체험이 열리고 있는 함양목재문화체험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다양한 목재체험이 열리고 있는 함양목재문화체험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함양목재문화체험장의 전시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함양목재문화체험장의 전시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남강을 따라 소재지를 돌아가면 농월정이 나온다. 농월정은 화림동 계곡 정자 기행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화림동은 예로부터 물길 따라 굽이굽이 팔담팔정(八潭八亭)을 이룬 정자문화의 보고였다. ‘달을 희롱한다라는 뜻의 농월정 이름이 재미있다. 지은 이는 조선 선조 때 관찰사와 예조참판을 지낸 지족당 박명부(1571~1639)이다.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와 굴욕적인 강화를 맺자 이를 견디지 못해 벼슬을 버리고 귀향한 후에 지었다. 넓은 너럭바위와 그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계류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농월정 일대 바위를 월연암 또는 달바위라고도 부르는데 그 크기가 천여 평 규모라고 한다.

'달을 희롱한다'는 뜻을 가진 농월정.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달을 희롱한다'는 뜻을 가진 농월정.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농월정 일대에 천여 평에 달한다는 월연암의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농월정 일대에 천여 평에 달한다는 월연암의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농월정에서 시작하여 이웃한 서하면의 경모정, 동호정, 거연정, 군자정 등으로 이어지는 정자순례는 그 재미가 쏠쏠하다. 정자 따라 강물 따라 그리고 이야기 따라 걷는 길이 선비문화탐방로라는 이름으로 엮어졌다. 농월정에서 거연정까지 약 6km 구간이 1구간이고 농월정에서 안의면 소재지에 위치한 광풍루까지 4.1km2구간이다. 2구간 광풍루에 도착하면 수고했소!’라며 안의 갈비 맛집들이 기다리고 있다.

여행쪽지
밤 줍기 체험 명소 <밤깨비농장>

10월 말까지 밤 줍기 체험이 가능하다. 밤을 활용한 쌀빵 만들기, 밤 피자 만들기, 밤식빵 만들기 등의 베이커리 체험도 인기다. 베이커리 체험은 연중 가능하며 10인 이상, 예약 필수이다.

밤깨비농장의 쌀빵만들기 체험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밤깨비농장의 쌀빵만들기 체험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면 소재지에서 만날 수 있는 안의 갈비탕.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면 소재지에서 만날 수 있는 안의 갈비탕.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함양용추아트밸리
1010일까지 IWS 세계수채화 함양비엔날레가 열린다.

유명한 안의 갈비
면 소재지에 갈비탕·갈비찜 맛집들이 성업 중이다. 삼일식육식당 055-962-4492, 안의원조갈비집 055-962-0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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