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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테마여행 ①] 사찰에서 케이블카까지… 이보다 더 편할 순 없다! 사천 시티투어버스
[이달의 테마여행 ①] 사찰에서 케이블카까지… 이보다 더 편할 순 없다! 사천 시티투어버스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3.11.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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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족'들에게 더욱 반가운 효율적인 여행법, 사천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해봤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뚜벅이족'들에게 더욱 반가운 효율적인 여행법, 사천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해봤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사천] 대중교통 배차 간격이 부쩍 줄어서 운전을 못하는 뚜벅이족은 그 전보다 여행이 쉽지 않게 됐다. 그렇다고 자가운전이 매번 편한 것도 아니다.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때론 졸려서, 때론 운전대를 잡느라 주변 풍경을 볼 수 없어서. 이럴 땐 각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시티투어가 제법 쏠쏠한 여행 방법이 된다.

사천 시티투어버스 승하차는 교통이 편한 이웃 도시 진주에서도 할 수 있다. 오전 9시에 사천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30분 후쯤 진주역에 도착하는데, 대합실에서 마주친 몇몇 여행객들은 알고 보니 같은 버스를 타고 사천으로 떠날 사람들이었다. 달뜬 가슴을 누른 채 비어 있는 자리에 앉는다. 버스는 미세한 흥분과 긴장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낯선 도시 속을 달리는 차 안으로 투명한 늦가을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봉명산 아래 펼쳐진 야생차밭과 사천 다솔사 전경.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봉명산 아래 펼쳐진 야생차밭과 사천 다솔사 전경.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다솔사에는 별도의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어 편하게 다녀오기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다솔사에는 별도의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어 편하게 다녀오기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야생차밭 어여쁜 천년 고찰 다솔사
한적한 도로를 달리던 노란 버스가 처음 정차한 곳은 다솔사다. “1110분까지 오세요.” 젊은 기사는 승객들을 모아놓고 모임 시간을 전달한다. 깃발을 따라 우르르 몰려가는 여행이 아니어서, 각자의 걸음 속도에 맞춰 나무숲으로 흩어진다. 다솔사까지 이어진 명상숲엔 측백나무, 삼나무, 소나무, 단풍나무가 가득한데, 얼마 전엔 산림청 선정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뽑히기도 했다.

숲을 빠져나오면 1758(영조 34)에 지은 대양루가 먼저 반긴다. 그 뒤에 적멸보궁과 응진전 등이 자리했다. 소실과 중창을 반복하느라 옛 색은 많이 퇴색됐지만 거슬러 가면 무려 1500년이나 된 고찰이다. 이 절집엔 봉명산(408m) 기운을 받고 자란 1만여 평의 야생차밭이 있다. 절 뒤를 보드랍게 감싼 차밭에 서면 저 멀리 이름을 알 수 없는 산자락들이 파도처럼 겹겹이 쌓여 밀려드는 게 보인다.

사천시티투어는 일정에 따라 코스가 변경되기도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천시티투어는 일정에 따라 코스가 변경되기도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산림청 선정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뽑힌 다솔사 명상숲.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산림청 선정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뽑힌 다솔사 명상숲.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차밭을 돌아 내려서려는데 아뿔싸! 잘 익어 떨어진 은행 열매가 지천이다. 돌아가자니 멀고, 그냥 밟자니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줄 게 뻔하다. 까치발을 선 채 조심조심 지뢰 피하듯 걷는다. ‘피식’, 걸으며 웃음이 난다.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즐겁다.

길은 <등신불>을 쓴 소설가 김동리가 머물렀던 안심료로 연결됐다. 이곳 다솔사는 김동리가 야학을 세워 농촌 계몽운동을 한 곳이자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승병 기지로 삼고 의병 활동을 한 곳이다. 또 만해 한용운을 중심으로 결성된 불교계 항일 비밀결사단체 만당의 근거지였는데, 지금도 안심료 앞마당엔 만해가 직접 심은 편백나무 세 그루가 꿋꿋이 자라고 있다.

사천시티투어 버스는 진주역에서도 승하차가 가능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천시티투어 버스는 진주역에서도 승하차가 가능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사천시티투어
사천시티투어는 문화관광, 역사탐방, 항공체험관광, 달빛관광 코스로 각각 나뉘는데 문화관광코스는 다솔사 혹은 와인갤러리, 항공우주박물관 혹은 무지갯빛 해안도로, 용궁수산시장, 바다케이블카에 정차하며 진주역에서도 승하차가 가능하다. 요금은 5,000원이지만 식비와 입장료는 개별 부담이다. 월요일은 운행하지 않지만 월요일이 아니어도 최소 인원(4)이 충족되지 않으면 예약이 취소된다. 인원수에 따라 버스 크기가 달라지며 단체일 경우 문화해설사가 동승한다.
문의 055-834-2200

무지갯빛 해안도로와 용궁수산시장
커튼 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사천에 바다가 있다는 걸 잊을 뻔했다. 버스는 사천을 동서로 가른 바다 위를 달렸다. 임진왜란 때 거북선이 첫 출전한 사천해전의 바다다. 이 전투에서 이순신 장군은 탄환을 맞는 부상을 당한다. 사천대교와 거북선마을을 지나 차가 멎는다. 볕이 좋았던 산 아래 사찰과는 달리 바다는 남쪽에서부터 차가운 바람을 실어 왔다.

무지갯빛 해안도로로 향하는 차창 밖으로 사천대교가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무지갯빛 해안도로로 향하는 차창 밖으로 사천대교가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찍기 좋은 전망대 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찍기 좋은 전망대 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무지갯빛 해안도로에는 이름처럼 색색의 돌난간이 바다와 도로를 나누고 있었다. 젊은 커플은 사진 찍기 바쁘고, 꼬마 승객은 손에 쥔 풍선이 날아갈까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 가까이엔 우리가 넘어온 사천대교, 왼쪽 너머엔 하동 금오산이 보였다. 무지갯빛 해안도로는 인생샷찍기 좋은 장소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바다로 이어진 전망대가 있다. 바다에 기둥을 세운 전망대 길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흔들렸다. 파도는 사방에서 몰아쳤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볼 수 있는 건 다 보겠다고, 찬바람에 덜덜 떨면서도 끝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별주부전의 설화를 간직한 도시답게 이름도 용궁수산시장.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별주부전의 설화를 간직한 도시답게 이름도 용궁수산시장.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수산시장에서는 싱싱한 활어와 다양한 건어물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수산시장에서는 싱싱한 활어와 다양한 건어물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용궁수산시장에서 문을 열면 이렇게 곧장 바다와 만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용궁수산시장에서 문을 열면 이렇게 곧장 바다와 만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점심은 수산시장과 삼천포전통시장 인근 팔포음식특화거리에서 하기로 한다. 시간도 넉넉한 230분까지. 식당이 밀집돼 있어 어디든 마음 내키는 곳으로 가면 된다. 물회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시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별주부전 설화를 간직한 도시여서 이름도 용궁수산시장, 갓 잡은 활어와 건어물 등이 손님들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스마트폰으로 주문만 하면 다음 날 집 앞으로 배달이 되는 시대지만 그걸 알면서도 막상 현장에 가면 절제가 되질 않는다. 맥주 안주로 딱 좋은 문어포와 아귀포, 국물용 멸치 한 박스까지 양손이 무겁다. 시장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바다다. 저 바다 아래엔 정말 용궁이라도 있는 걸까?

식당 선택과 식비는 개인이 결정한다. 사진은 삼학물회.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식당 선택과 식비는 개인이 결정한다. 사진은 삼학물회.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삼학물회
보통은 점심시간에 맞춰 용궁수산시장에 들러서 식사도 그 일대에서 많이 하는 편이다. 주차장 앞에 팔포음식특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해산물과 새콤달콤한 육수가 조화를 이룬 삼천포 원조 삼학물회는 사천시에서 지정한 ‘30년 가게로 실제 50년 전통을 자랑한다. 국수와 밥이 함께 나오는 물회 17000, 멍게비빔밥 16000원이다. 1인분 식사도 가능하다.
주소 경남 사천시 목섬길 9
문의 055-833-2257

바다 위를 날아서 이름도 바다케이블카
다솔사~무지갯빛 해안도로~용궁수산시장을 거친 버스는 마지막 목적지인 바다케이블카 대방정류장으로 들어섰다. 방문지는 하루 네 곳. 더 많은 곳을 가면 시간에 쫓겨 오래 볼 수도 없을뿐더러 나중엔 버스에서 내리는 일조차 버거워질 수 있다.

케이블카는 일반 캐빈과 바닥이 보이는 크리스털 캐빈으로 나뉘는데 요금은 개별 부담이다. 일반 캐빈 승차권의 경우 줄이 짧은 무인발권기로도 구입이 가능하다. 캐빈 최대 승객은 10명이어서 다른 여행자들과 합승할 때가 많은데, 설령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캐빈이 정류장을 떠나 공중에 붕 뜨고 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와!” 감탄을 쏟아내며 하나가 된다.

시티투어 버스의 마지막 목적지는 사천 바다케이블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시티투어 버스의 마지막 목적지는 사천 바다케이블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발아래 창선삼천포대교가 보인다. 이 다리 끝과 닿는 섬이 남해군이다. 케이블카는 그 중간 섬 초양도 정류장에 멈추지만 내리기 싫다면 그대로 각산정류장까지 가도 된다. 초양정류장은 아이들 세상이다. 회전목마와 대관람차 등 놀이시설에 아쿠아리움과 동물원도 있다.

대방에서 출발해 초양을 거쳐 각산으로 향할 땐 출발지인 대방정류장을 지나만 갈 뿐 서진 않는다. 이제 해발 408m의 각산까지 가야해서 바다에 닿았던 캐빈은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한껏 짜릿함을 풀어놓는다. 내내 바다만 바라보다 이제 산만 보이는가 싶지만 각산정류장에 내려 정상 전망대에 올라서면 다시 눈앞에 너른 바다가 펼쳐진다. 하필 햇살이 정면으로 내리꽂혀서 섬들이 역광 속에 갇힌 건 두고두고 아쉬웠다.

바다 위를 날아가는 기분을 더 맛보고 싶으면 크리스털 캐빈을 추천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다 위를 날아가는 기분을 더 맛보고 싶으면 크리스털 캐빈을 추천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오전 930분에 진주역을 출발해 다솔사에 도착한 게 얼추 10. 그리고 삼천포대교가 보이는 마지막 목적지 바다케이블카에서 일정을 마치고 모인 게 오후 530. 계획을 모두 소화한 버스는 처음 출발했던 진주역(또는 사천버스터미널)으로 돌아가 하루를 함께 한 승객들을 한 명씩 내려놓는다. 건어물 꾸러미를 손에 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음엔 어느 도시의 버스 여행을 해볼까라는.

대방정류장에서 출발해 초양정류장-각산정류장을 거쳐 다시 대방정류장으로 돌아온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대방정류장에서 출발해 초양정류장-각산정류장을 거쳐 다시 대방정류장으로 돌아온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바다케이블카
대방정류장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탑승하면 바다 건너 초양정류장으로 간다. 초양정류장에 아쿠아리움과 동물원, 대관람차 같은 놀이시설이 있다. 여기서 곧장 전망대가 있는 각산정류장에 갔다가 대방정류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정류장별 하차는 승객 선택이어서 내리지 않고 다음 정류장으로 갈 수도 있다. 총거리 2.43km이며 약 20분이 소요된다. 요금은 일반 캐빈 왕복 15,000, 크리스털 캐빈은 2만원이다. 케이블카와 상관없이 아쿠아리움과 동물원 입장료는 별도로 내야한다.
주소 경남 사천시 사천대로 18
문의 055-831-7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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