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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힐링 여행] 고갯길 넘어 ‘기쁜 소식’ 만나러 나선, 사통팔달 옛길의 고장 다채로운 ‘문경’
[힐링 여행] 고갯길 넘어 ‘기쁜 소식’ 만나러 나선, 사통팔달 옛길의 고장 다채로운 ‘문경’
  • 권선근 여행작가
  • 승인 2023.11.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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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역사와 문화의 소통로 역할을 해왔던 문경을 찾아가 보고 먹고 즐기는 여행을 하고 왔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예부터 역사와 문화의 소통로 역할을 해왔던 문경을 찾아가 보고 먹고 즐기는 여행을 하고 왔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여행스케치=문경]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인 하늘재가 있는 문경은 예로부터 역사와 문화의 소통로 역할을 담당했던 교통의 요지였다.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가득한 문경의 매력에 빠져본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삼국사기에 기록된 하늘재는 문경과 수안보의 경계에 자리 잡은 고갯길로 문헌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길이다. 군사와 교통, 물류와 문화가 넘나드는 중심으로 자리 잡은 하늘재를 통해 신라에 불교가 전파됐고 문경의 도자기 판로를 개척했다. 뿐만 아니라 온달 장군도 전력을 다해 하늘재를 탈환하고 싶어 했다. 또한 하늘재에서 10km 거리에 조선시대에 열린 문경새재가 있을 정도로 문경 옛길의 역사는 깊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로 오랜 세월을 수많은 사람이 온갖 희로애락을 다 보듬어 안고 넘었던 고갯길인 문경새재.

영남의 수많은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넘었던 문경새재. 사진 / 이해열 기자
영남의 수많은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넘었던 문경새재. 사진 / 이해열 기자
아리랑의 원조로 여겨지는 문경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아리랑의 원조로 여겨지는 문경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예전 한양으로 과거 길에 오르던 영남 선비들은 고개의 마지막 관문인 제3관문 조령관의 해발 고도가 642m로 만만치 않음에도 일부러 이 길을 택했다. 추풍령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은 죽 미끄러진다고 해서 가장 힘들다는 문경새재를 넘었다고 한다. ‘문경이란 지명 또한 경사스럽고 상서로운 소식을 듣고 기뻐한다문희경서(聞喜慶瑞)’에서 따온 말로 벼슬길이 열리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이곳을 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팔도로 통하던 길 위의 인문학, 옛길박물관
하늘재와 문경새재는 물론 한국의 차마고도로 일컬을 수 있는 토끼비리와 영남대로의 허브 역할을 맡았던 유곡역이 있는 문경은 우리나라 문화지리의 보고이자 길 박물관이라 볼 수 있다. 전국의 수많은 고갯길 중 우리나라 으뜸으로 꼽히는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옛길박물관은 옛길 위에 펼쳐졌던 소중한 우리네 이야기와 문경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잘 담아낸 박물관이다. 기존 향토사 중심의 문경새재박물관을 리모델링하여 2009년 재개관하여 과거길로 유명한 문경새재를 조망하면서 열하일기 등의 각종 여행기와 대동여지도 등 옛날지도, 중요민속자료인 문경 평산신씨묘 출토복식과 같은 문경의 문화유산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옛길과 관련한 지도와 고문서, 길 위의 생활사 등을 만날 수 있는 옛길박물관. 사진 / 이해열 기자
옛길과 관련한 지도와 고문서, 길 위의 생활사 등을 만날 수 있는 옛길박물관. 사진 / 이해열 기자
왕건이 진군할 때 험한 벼랑길을 토끼가 열어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토끼비리 길모형. 사진 / 이해열 기자
왕건이 진군할 때 험한 벼랑길을 토끼가 열어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토끼비리 길모형. 사진 / 이해열 기자

과거를 보러 떠나던 선비의 모습, 전국 곳곳에서 수집한 이야기들을 짊어 맨 보부상의 모습을 통해 문경의 다양한 옛길을 만날 생각에 살짝 흥분되었다.

작은 연못과 고려시대 삼층석탑 전시, 잘 가꾸어진 조경이 편안한 박물관 앞도 다양한 자료로 흥미를 돋우는 실내 공간과 더불어 문경새재도립공원 초입의 풍경이다.

찻사발의 고장, 문경도자기박물관
옛길박물관에서 우리네 옛길에 담긴 많은 이야기를 보고 문경새재 제1관문인 조흘관까지 가벼운 트레킹을 즐긴 뒤 찾은 곳은 차로 6, 걸어서 40분 거리의 문경도자기박물관.

문경의 전통 도자기 문화와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도 할 수 있는 문경도자기박물관. 사진 / 이해열 기자
문경의 전통 도자기 문화와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도 할 수 있는 문경도자기박물관. 사진 / 이해열 기자
문경도자기박물관에 전시된 백자청화 불수감문 항아리. 사진 / 이해열 기자
문경도자기박물관에 전시된 백자청화 불수감문 항아리. 사진 / 이해열 기자

문경은 도자기에 적합한 흙과 깨끗한 물, 품질 좋은 소나무 땔감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곳으로 매년 전통 찻사발 축제를 열며 도자기의 본향임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수백 년에 걸쳐 전통 도자기의 맥을 이어온 도자기의 고장답게 선대부터 터를 잡고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장인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걸로 알려져 있다.

문경도자기박물관에서는 유서 깊은 도예 기법이 어우러진 문경의 전통 도자기 문화와 문경 지역 도예인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직접 전통 도자기 체험까지 해볼 수 있다. 도자기박물관 한 켠에는 우리나라 특유의 칸 가마로 규모가 큰 대여섯 개의 칸으로 구성된 문경의 도자기 굽는 가마인 망댕이 가마를 재현해 놓았다.

도자기박물관 옆에는 문경전통 망댕이가마터를 복원해 놓았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도자기박물관 옆에는 문경전통 망댕이가마터를 복원해 놓았다. 사진 / 이해열 기자
8대 째 가업을 잇는 김영식 사기장은 조선요를 운영하며 망댕이요박물관도 운영하고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8대 째 가업을 잇는 김영식 사기장은 조선요를 운영하며 망댕이요박물관도 운영하고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문경은 매년 전통 찻사발 축제를 열며 도자기의 본향임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문경은 매년 전통 찻사발 축제를 열며 도자기의 본향임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문경 도자기는 고려시대 청자부터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를 거쳐 900여 년을 이어왔다. 조선요를 통해 8대째 문경 백자 종가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김영식 경북무형문화재 사기장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망댕이 가마를 보유한 망댕이요박물관도 운영하고 있다.

다섯가지 맛의 비밀, 문경오미자테마터널
경북 팔경 중 제1경인 진남교반 일대에 조성된 오미자테마터널은 문경선의 점촌, 문경 구간에 위치한 길이 540m의 석현터널을 지역 특산물 홍보 판매장과 빛을 주제로 만든 문화공간이다. 지역 생산물의 소비증대와 석탄 등을 실어 나르던 문경 철로를 새로운 지역 경제 활성화 자원으로 재창조해 휴식과 힐링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오미자청과 오미자 과자 등 오미자 특산품 시식과 구입도 가능하다.

오미자 특산품도 판매하고 핫한 포토존으로도 유명한 오미자테마터널의 화려한 풍경. 사진 / 이해열 기자
오미자 특산품도 판매하고 핫한 포토존으로도 유명한 오미자테마터널의 화려한 풍경. 사진 / 이해열 기자

터널 내 평균 온도는 14~17도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오미자와 관련된 와인바, 카페, 포토존 등 여러 테마의 문화, 휴게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화려한 별빛 터널, 조선요 김경식 사기장의 작품을 전시한 문화갤러리, 터널 벽면 곳곳의 벽화가 핫한 포토존으로 떠올랐다. 주변이 성곽을 끼고 있는 관광단지로 옛 철길을 따라 강을 건널 수도 있고 하트 포토존에서 추억 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친환경으로 재배한 오미자를 전통 옹기에서 숙성시켜 웰빙음료를 만드는 수지누리식품의 노춘수 대표 부부. 사진 / 이해열 기자
친환경으로 재배한 오미자를 전통 옹기에서 숙성시켜 웰빙음료를 만드는 수지누리식품의 노춘수 대표 부부. 사진 / 이해열 기자

보약 같은 문경 오미자, 엄지척~
호주의 한 미식가가 한국 방문 때 우연히 오미차청을 마시고 단맛·신맛·쓴맛·짠맛·매운맛을 전부 느낄 수 있는 것이, 깊은 호수에 잠자던 용의 승천의 돕는 보약 같다며 감탄했다는 일화 있는 오미자. 특히 문경에서 나는 오미자는 전국 제일의 맛을 자랑한다. 오미자의 본 고장에서 만든 다양한 제품 중 수지누리식품의 레드인이 특히 눈에 띈다. 친환경으로 재배한 문경오미자를 전통 옹기 단지에서 숙성시켜 맛과 향을 살리고 건강까지 고려한 웰빙음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2023년 한국농업기술원의 특허 기술을 이전받아 오미자와 도라지, 배를 혼합한 음료 출시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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