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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특집 ③ 새해 소원 성취 여행]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준다는 강화 보문사
[특집 ③ 새해 소원 성취 여행]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준다는 강화 보문사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3.12.13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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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석모도 낙가산 보문사를 찾아가 마음에 담아 두었던 소원을 빌어본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강화 석모도 낙가산 보문사를 찾아가 마음에 담아 두었던 소원을 빌어본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여행스케치=강화] 강화도에서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닿는 석모도. 작은 섬 안에 온 마음을 다해 소원을 빌면 한 가지는 꼭 들어준다고 하는 신묘한 절이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관음 기도 도량 보문사에서 마음에 담아 두었던 소원 하나를 두고 왔다.

보문사가 있는 석모도는 몇 년 전만 해도 배를 타고 가야 했던 섬이었다. 당시엔 강화도에서 다시 배 시간에 맞춰 섬을 오가는 지난한 여정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석모대교를 건너면 언제든 섬을 오갈 수 있게 되었다. 길은 달라졌어도 간절한 마음을 품고 찾아드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예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는다.

강화도 본섬과 석모도를 잇는 다리가 개통되면서 언제든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강화도 본섬과 석모도를 잇는 다리가 개통되면서 언제든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석모도 낙가산에 세워진 관음 도량
강화도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낙가산 중턱에 세워진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시대에 회정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금강산에서 수행하던 회정대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후 지금 자리에 보문사를 세웠다고 한다. 보문사(普門寺)라는 이름은 관세음보살의 보살핌과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낙가산 또한 관세음보살이 머물렀다는 인도의 보타낙가산(寶陁洛迦山)에서 따온 지명임을 미루어 볼 때 절을 세울 때부터 관음 신앙을 중시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세상 모든 만물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피는 관세음보살이기에 보문사가 소원 성취 기도처로 알려지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보문사 경내로 오르는 길. 거리는 길지 않지만 경사가 가파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보문사 경내로 오르는 길. 거리는 길지 않지만 경사가 가파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보문사라는 이름은 관세음보살의 보살핌과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보문사라는 이름은 관세음보살의 보살핌과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와불전 옆에 조성된 오백나한상.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와불전 옆에 조성된 오백나한상.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소원을 이루기 위해선 그만큼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법이다. 사찰까지 경사진 길을 올라야 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주차장에서 경내까지는 약 5분 정도 급경사 보행길이 이어져 있는데 정초에는 이른 아침에도 사람들이 줄 지어 오른다. 꽤나 힘을 들여야 하는 길이지만, 나무가 우거진 풍경들이 수고로움을 덜어내 준다. 장애인이나 노약자는 무료 셔틀버스 탑승이 가능하니 매표소에 문의해 보기를 권한다.

아담한 경내에는 여러 전각들이 들어서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대웅전 대신 세워진 극락보전이다. 웅장한 건물 안에 아미타불과 대세지보살,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있으며 극락보전을 중심으로 용왕전과 삼성각, 범종각, 오백나한 등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석가모니 부처상을 모신 와불전은 꼭 한 번 가봐야 한다. 전각을 꽉 채울 만큼 거대한 와불상 앞에 서면 저절로 마음이 바르고 경건해진다.

오백나한상은 저마도 표정이 모두 달라 유심히 살펴보는 일도 재미가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오백나한상은 저마도 표정이 모두 달라 유심히 살펴보는 일도 재미가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열반 당시 석가모니의 모습을 담고 있는 와불전.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열반 당시 석가모니의 모습을 담고 있는 와불전.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INFO 보문사
주소 인천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828번길 44
문의 032-933-8271
입장시간 09:00~18:00
입장료 성인 2,000, 중고생 1,500, 어린이1,000

정성을 다하면 소원 하나는 이룬다
유서 깊은 고찰인 만큼 보문사에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많다. 그중 천연 석굴인 나한전에 얽힌 전설은 기도 성지로서의 영험함을 뒷받침해준다. 신라시대에 보문사 아랫마을에 살던 어부들이 그물에 걸려 올라온 석불상들을 옮겨 안치했다고 하는데 꿈에 노스님이 나타나 앞으로 많은 중생들이 이곳에서 복을 빌고 갈 것이라며 어부들에게도 복을 지닌 아들들을 점지해 주었다고 한다. 이처럼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석굴에는 언제나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마애관음좌상까지 오르는 길에 소원등이 가득 달려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마애관음좌상까지 오르는 길에 소원등이 가득 달려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눈썹바위 오르는 길에 만나는 쉼터에도 가득 걸려 있는 소원지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눈썹바위 오르는 길에 만나는 쉼터에도 가득 걸려 있는 소원지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나한전과 함께 멀리서도 보이는 마애관음좌상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기도 장소이다. 눈썹바위라 일컬어지는 기암 아래 높이 92m, 너비 33m에 이르는 거대한 부조상을 새겨 넣었는데 이곳까지 닿으려면 400여 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첫 걸음을 떼기 쉽지 않았지만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툭 튀어나온 기묘한 형태의 눈썹바위 아래에 닿았다. 천연의 바위가 비바람을 막아주는 신비로운 공간에 마애관음좌상이 좌정해 있다. 마치 자애로운 표정으로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고, 무언의 위로를 보내는 듯해 괜스레 울컥해졌다.

보문사에서 내려다 본 풍경.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가 펼쳐진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보문사에서 내려다 본 풍경.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가 펼쳐진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경건한 마음으로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정성껏 눌러 담았던 소원 하나를 빌었다. 더도 말고 딱 한 가지만을. 소원을 빌고 난 후 뒤를 돌아보니 푸르게 펼쳐진 바다가 시원스레 가슴에 담겼다. 왠지 소원이 꼭 이루어질 것 같은 믿음이 더욱 깊어진다.

금빛 낙조에 빠져드는 온천 삼매경
보문사에서 내려오면 지척에 강화군에서 운영하는 석모도 미네랄 온천이 있다. 매서운 추위에 얼었던 몸을 녹이기 좋은 장소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천탕에 몸을 담그니 멀리까지 애써 찾아오느라 긴장되었던 몸과 마음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린다. 게다가 지하 460m 깊이에서 뽑아내는 온천수에는 칼륨, 마그네슘, 스트론튬 등 몸에 좋은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특히 관절염과 근육통, 아토피나 건선 같은 피부 질환에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보문사 지척에는 추위에 얼었던 몸을 녹이기 좋은 석모도 미네랄 온천이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보문사 지척에는 추위에 얼었던 몸을 녹이기 좋은 석모도 미네랄 온천이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원탕이 워낙 고온이어서 다시 덥히는 과정 없이 천연 온천수를 그대로 공급하는데 뜨겁게 올라오는 기운을 제대로 즐기려면 역시 노천탕이 제격이다. 따끈한 온탕에 잠시 발을 담그고 있었을 뿐인데도 눈썹바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느라 무거워진 다리가 한결 가뿐하고 가벼워진 느낌이다. 크고 작은 탕마다 수온이 조금씩 달라 자신에게 맞는 적정 온도를 찾아 즐기면 된다. 노천탕 바로 앞이 바다라는 건 크나큰 매력이다. 탕에 앉아 몸을 녹이며 너른 바다를 바라보면 마음에 따스한 기운이 가득 차오른다. 마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세상이 온통 금빛으로 물드는 환상적인 낙조와 더불어 그야말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이미 소원이 이뤄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금빛 낙조를 감상하며 즐기는 천연 온천욕을 이용하려면 수영복이나 래시가드를 준비해 가야 한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금빛 낙조를 감상하며 즐기는 천연 온천욕을 이용하려면 수영복이나 래시가드를 준비해 가야 한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온천을 이용하려면 미리 수영복이나 래시가드를 준비해 가야 한다. 미처 챙기지 못한 경우엔 매표소에서 온천복을 대여하면 된다. 온천 내에서는 비누, 샴푸 등의 사용과 음료 외에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다는 것도 숙지해야 한다. 입장 인원 제한이 있어 주말에 이용객이 몰릴 때에는 꽤 기다려야 하므로 보문사에 올라가기 전에 미리 대기표를 받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INFO 석모도 미네랄 온천
주소 인천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865-17
문의 032-930-7053
이용시간 07:00~20:00
입장요금 대인 9,000, 소인(4~7) 6,000

섬에서 유일한 해수욕장과 수목원
석모도에는 여름철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해수욕장과 수목원도 있다. 섬에서 유일한 민머루 해수욕장은 해변 길이가 1km 정도인 아담한 크기이지만 밀물 때가 되면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수십만 평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갯벌이 드러나며 숨겨져 있던 풍경들을 하나 둘 펼쳐낸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빛 내림과 붉게 타오르는 강렬한 노을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주위에 식당과 숙소, 카페 등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해변에서 야영을 즐기는 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석모도에서는 커플을 위한 데이트 명소로 꼽히는 명소다.

석모도 수목원에 조성된 돌탑.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석모도 수목원에 조성된 돌탑.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석모도 유일한 해수욕장인 민머루 해수욕장은 커플을 위한 데이트 명소로도 손꼽힌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석모도 유일한 해수욕장인 민머루 해수욕장은 커플을 위한 데이트 명소로도 손꼽힌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보문사가 있는 낙가산 반대편 자락에는 석모도 수목원이 있다. 잎을 다 떨궈 앙상한 활엽수와 늘 푸른 사철 침엽수가 어우러져 오묘한 겨울 숲의 정취를 만들어 낸다. 계곡을 따라 돌탑과 암석원, 고사리숲 등 여러 테마로 조성된 야외 공간들이 있으며 온실과 생태체험관도 마련되어 있어 꼼꼼히 둘러보려면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볕 좋은 시간에 가볍게 산책 삼아 삼림욕에 나서기 좋다.

INFO 민머루 해수욕장
주소 인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INFO 석모도 수목원
주소 인천 강화군 삼산면 삼산북로 449번길 161
문의 032-932-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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