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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특집 ② 새해 소원 성취 여행] 세상까지 바꾼 영험한 기도, 남해 금산 보리암
[특집 ② 새해 소원 성취 여행] 세상까지 바꾼 영험한 기도, 남해 금산 보리암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3.12.13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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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 맞이로 방문한 남해 금산 보리암.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전각들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2024년 새해 맞이로 방문한 남해 금산 보리암.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전각들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남해] 어둠을 물리치고 상서로운 빛의 청룡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2024년을 여는 그 기운이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하다. 바다는 붉게 물들고 산에 솟은 기암들까지 붉은 기운을 머금었다. 산정에서 바라본 세상이 그대로 내 두 팔에 안길 듯한 곳, 남해 금산에 올랐다.

새해 해맞이는 신성한 의식이다. 해맞이라고 다 같을까. 따뜻한 오션뷰 객실에서 맞이하는 해돋이나 차 문 열고 바로 맞이할 수 있는 해돋이도 있겠지만 발품을 팔고 공을 들여야만 만날 수 있는 해돋이도 있다. 남해 금산 보리암이 그렇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둠을 가르고 걸어 올라가야 비로소 만나는 장엄한 산사의 해맞이다. 그 마음이 간절할 수밖에 없고 기도발 역시 영험할 수밖에 없다.

보리암 해수관음상에 절을 올리는 관광객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보리암 해수관음상에 절을 올리는 관광객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보리암전 삼층석탑. 김수로왕비 허태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돌로 세웠다는 말이 전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보리암전 삼층석탑. 김수로왕비 허태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돌로 세웠다는 말이 전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비단 두른 듯 붉게 물든 기암들
훤한 대낮엔 급할 일이 없어 쉬엄쉬엄 오르지만 동트기 전에는 마음이 급해진다. 행여나 해가 솟는 장면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먼 길 달려온 수고로움이 도로 아미타불이다. 그래서 주차장에서 보리암까지 올라가는 15분 거리의 완만한 산책길에선 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고 숨도 점점 가빠진다. 새벽 추위는 생각할 틈도 없다.

보리암은 신라 신문왕 3(683)에 원효대사(617~686)가 창건한 절이다. 기행으로 유명한 원효대사가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유학길을 떠났다가 해골바가지의 물을 달게 마신 후 깨달음을 얻고 중도에서 돌아온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그 깨달음이 연초에는 더 크게 다가온다.

극락전 처마 밑으로 해가 솟아오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극락전 처마 밑으로 해가 솟아오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금산 정상인 망대는 일출감상지로 인기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금산 정상인 망대는 일출감상지로 인기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절은 기암괴석으로 가득한 금산(681m) 정상 바로 밑에 자리를 잡았는데 불자들에겐 관음성지로 이름났다. 1991년에 한 기업가의 원력으로 조성했다는 해수관음상은 오늘날 보리암의 명소가 되었다. 외국의 불교국가에서도 종종 만날 수 있는 해수관음상은 감로수가 들어있는 보병을 들고 있다.

영원히 죽지 않는 감로수로 중생의 고통과 번뇌를 깨끗이 씻어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강화도 보문사, 양양의 낙산사와 더불어 보리암이 3대 관음성지로 통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소원 하나는 꼭 들어준다고 하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해수관음상 앞에서 3배를 하고 약 300m 가량 올라가면 금산 정상이 나온다. 정상에는 옛 봉수대가 복원되어 있다. 사방이 뻥 뚫려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어서 망대라고도 한다. 해맞이는 보통 해수관음상 앞과 이곳 망대가 인기 포인트다. 오가며 만나는 곳곳의 기암들에는 옛날 사람들이 새겨 놓은 암석문이 가득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남해 금산 바위글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바위글 앞에 있는 QR코드를 인식시키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다.

대장봉과 형리암. 제대로 산행을 하면 많은 기암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대장봉과 형리암. 제대로 산행을 하면 많은 기암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가천마을 암수바위.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가천마을 암수바위.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가벼운 차림으로 올라온 관광객들은 보리암과 더불어 금산 정상의 망대 그리고 보리암 인근 금산산장에서 즐기는 라면과 파전을 마치 한 세트처럼 즐기곤 한다.

금산에서 가천마을까지, 기복신앙지를 찾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핵심지역이자 국가명승으로 등재된 금산의 원래 이름은 보광산이었다. 보광산에서 금산으로 바뀌게 된 사연에는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등장한다.

고려말의 무장이기도 한 이성계는 보광산에서 백일기도를 드린 후에 비로소 대업을 이루게 된다. 그때 이성계는 뜻을 이루면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 주겠노라 약속을 하였다. 조선 건국 후에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으려니 어림도 없는 일이라, 신하들과 지혜를 모아 산 이름을 비단 금()’으로 바꿔 영원한 비단을 덮어 주었다. 지금도 금산에는 당시의 기도터인 이태조 기단이 남아있다.

해질녘 다랭이마을에 평온함이 내려앉는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해질녘 다랭이마을에 평온함이 내려앉는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다랭이논에 들어선 카페어서의 여유로운 시간.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다랭이논에 들어선 카페어서의 여유로운 시간.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즐기며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힐링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즐기며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힐링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보리암의 아래쪽 복곡주차장에서 약 18km 떨어진 남면 해변가에는 다랭이마을이 있다. 다랭이(계단식논) 경관으로 이름난 곳인데 원래 이름은 가천마을이다.

가천마을에도 암수바위라는 소원을 들어주는 영험한 바위가 있다. 수미륵과 암미륵이라고도 부르는데, 수미륵이 높이 5.8m로 남성의 성기를 닮았고 암미륵이 높이 3.9m로 임신한 여성의 몸을 닮았다. 마을사람들은 대대로 천재지변을 막고 풍요와 다산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치성을 드렸다. 특히, 자식 없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기도를 하였다. 그 기도발이었을까, 마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농촌마을이 되었다.

다랭이마을에선 다랭이논과 바닷가를 둘러본 후 곳곳에 들어선 카페나 향토음식점에서 남해여행의 한점 쉼표를 찍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쉼이 힐링이다.

탁 트인 전망이 인상적인 남해보물섬전망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탁 트인 전망이 인상적인 남해보물섬전망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새해 청룡이 되어 남해 바다 위를 날아보자.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새해 청룡이 되어 남해 바다 위를 날아보자.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청룡처럼 바다 위로 날아볼까!
신년 남해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남해보물섬전망대이다. 남해바다를 전망해볼 수 있고 차 한 잔 마시며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전망이나 차 한 잔의 낭만도 좋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스카이워크다.

든든한 쇠줄에 몸을 맡기고 원형의 전망대 바깥으로 한 바퀴 도는 체험이다. 유리 바닥을 그냥 걷는 것이 아니고 폴짝폴짝 뛰면서 허공으로 뛰어나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재미가 특별하다. 그리고 일행끼리 그 장면을 사진 찍기도 하고 진행요원이 찍어주기도 하니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명소다.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이하여 남해 바다 위를 마음껏 날아볼 수 있는 짜릿한 체험으로 신년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으리라.

여행자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변신한 남해각 내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자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변신한 남해각 내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남해각에서 바라보는 옛 남해대교.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남해각에서 바라보는 옛 남해대교.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쪽지
보리암(055-862-6115) : 주차장이 위, 아래 두 곳이다. 위에 있는 제2주차장에 매표소가 있다. 새벽에는 제2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되지만 곧 주차장이 만차가 되어 제1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제2주차장까지 올라가야 한다.(문화재관람료 1,000/ 주차요금 5,000)

남해 맛집 : 대구횟집(/ 055-862-3747), 원천횟집(/ 055-862-4901), 금호식당(멸치회, 아침백반 / 055-867-0207), 부어스트라덴(독일마을 / 055-867-6550)

남해보물섬전망대(물미해안전망대) : 체험비 13,000. 사진촬영비 10,000

남해각(055-864-1905) : 남해대교 건너 왼편에 자리한 남해각은 옛 숙박시설을 관광플랫폼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여러 가지 여행정보를 얻으며 쉬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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