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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철새 탐조 여행] 새들의 사생활 엿보기, 서천으로 떠나는 겨울 탐조여행
[철새 탐조 여행] 새들의 사생활 엿보기, 서천으로 떠나는 겨울 탐조여행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4.01.15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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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을 찾아가 겨울 철새들을 탐조하는 여행을 즐기고 왔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충남 서천을 찾아가 겨울 철새들을 탐조하는 여행을 즐기고 왔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서천] 모든 게 움츠러드는 겨울. 야외활동도 덩달아 위축되지만 탐조여행 만큼은 겨울이 제철이다. 비상하는 철새들의 군무를 보고 있으면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이 깨어남을 느낄 수 있다. 금강하구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갯벌이 감싸고 있는 충남 서천은 겨울 철새의 탐조 여행지로 제격이다.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 떼가 머문다는 금강하구는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이 양분하고 있다. 도도히 흐르는 금강을 사이에 두고 서천에는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이, 군산에는 최근 금강 미래체험관으로 이름을 바꿔 단 철새조망대가 있다. 날아드는 철새들 덕에 양쪽 지방이 모두 덕을 보고 있다.

망원경으로 금강하구 살펴보기.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망원경으로 금강하구 살펴보기.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머리 무늬가 특징인 가창오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머리 무늬가 특징인 가창오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가창오리가 있는 금강하구의 겨울
금강하구의 철새들을 두고 서천이니 군산이니 하는 건 내 것 네 것따지기 좋아하는 인간들의 셈법이다. 정작 새들은 금 그을 줄 모른다. 임길택 시인의 노래처럼 떠나가는 곳 미처 물을 틈도 없이 지나가는 자리마저 지워버리고 가는게 새다. 그런 존귀한 존재다 보니 그들의 사생활을 먼발치에서 훔쳐보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면서 나름 신비롭고 흥미롭다.

겨울 철새는 북쪽에서 내려온다. 시베리아와 같이 추운 곳에서 사는 새들이 겨울이 되면서 기온이 더 떨어지고 눈이 쌓여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상대적으로 덜 춥고 먹이도 많은 한반도로 남하하여 머무는 것이다. 특히 금강하구는 갈대와 수초가 무성하고 갯벌이 발달하여 철새들이 쉬어가기 좋다. 게다가 추수가 끝난 강변 농경지에도 먹잇감이 풍부하니 천혜의 쉼터라 할만하다.

금강하구 갯벌에 물새들이 몰려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금강하구 갯벌에 물새들이 몰려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내부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내부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러 오리류 중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보이는 건 역시 가창오리다. 북한에서는 태극오리라고 부른다는데 그 이름처럼 수컷의 머리엔 태극을 닮은 노란색, 검정색, 초록색의 3색 무늬가 뚜렷하여 인상적이다. 원래는 시베리아 동부에서 산란하지만 겨울철에 우리나라로 내려온다. 하천이나 호수, 만 등지에 주로 머무는데 수십만 마리씩 군집 활동을 해 흔한 철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국제적으로 멸종위기등급으로 지정된 희귀새이다. 금강 한 가운데 무리 지어 쉬다가 해질녘이면 추수가 끝난 겨울 논으로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하늘을 무대 삼아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데 탐조객들로 하여금 경탄과 함께 자연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언젠가 가창오리 떼가 바로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공포감이 들기까지 했다. 전국적으로 가창오리 서식지를 보면 금강하구와 고창의 동림저수지, 해남의 고천암호 등이 유명하지만 날씨나 환경에 따라 위아래로 옮겨 다니기도 한다.

신성리갈대밭은 철새여행의 덤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신성리갈대밭은 철새여행의 덤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갈대 사이로 한가롭게 산책하기 좋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갈대 사이로 한가롭게 산책하기 좋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금강하구둑 옆 강변에는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이 있어서 탐조여행의 베이스캠프로 삼을 만하다. 금강과 서천 지역에 사는 조류들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인데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과 체험거리로 가득하다.

물길을 따라 동쪽으로 더 달려가면 신성리에 대규모 갈대밭이 기다린다. 오래전에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이 촬영되면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곳이다. 산책로가 잘 갖춰져 겨울 강변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고 누구라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멋진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곳이다.

INFO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조류 전문가가 근무하고 있어서 가창오리 소식이나 탐조 포인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소 충남 서천군 마서면 장산로 916
운영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41-956-4002

물새들의 천국, 유부도
탐조객들에겐 가창오리를 살펴볼 수 있는 금강하구가 가장 인기지만 세계자연유산 서천 갯벌도 빼놓을 수 없는 탐조 포인트다. 특히 장항 앞바다 섬마을인 유부도는 물새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서천군에 속한 유일한 유인도이지만 생활권은 군산시에 속한다. 서천군의 장항항에선 8km 거리라 20분 걸리고 군산항에선 1.5km 거리라 5분도 안 걸리니 주민들이 군산 땅을 더 자주 밟을 수밖에 없다.

유부도의 민물도요와 왕눈물떼새.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유부도의 민물도요와 왕눈물떼새.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유부도는 정기여객선이 없어서 주민들의 사선을 이용해야 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유부도는 정기여객선이 없어서 주민들의 사선을 이용해야 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유부도 주민들에게 빨래건조대는 생선건조대이기도 하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유부도 주민들에게 빨래건조대는 생선건조대이기도 하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정기여객선이 따로 없어서 입도를 하려면 주민들의 사선을 이용해야 한다. 접안 시설이 열악하여 들어갈 때도 간조는 어렵고 만조 무렵에 들어가야 하니 탐조가 목적이라면 일찍 들어가거나 아무래도 1박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런 인간들의 불편함이 유부도를 물새 천국으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유부도 주민은 주민등록으로는 80여 명, 실제는 40~50여 명에 불과한데 이곳에 머물고 있는 철새는 수만 마리에 달한다. 그러니 섬의 주인도 새가 맞겠다.

선착장에 내리면 마을 입구에 주민들이 수거해 놓은 해양쓰레기 더미가 보인다. 주인도 아닌 인간들이 만들어낸 쓰레기는 지구 생물들을 괴롭히고 결국에는 인간에게까지 피해를 끼친다. 버리는 사람 따로 줍는 사람 따로라더니 섬 주민들이 고맙다.

유부도 칠면초 군락.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유부도 칠면초 군락.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유부도의 탐조객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유부도의 탐조객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왼쪽 해안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나오는 아까시나무숲 앞 바닷가가 탐조 포인트다. 이곳은 귀하다는 넓적부리도요새를 비롯하여 민물도요, 세가락도요, 왕눈물떼새, 흰물떼새 등의 물새들이 노는 곳이다. 물가에 머무는 물새들은 밀물이 되면 물이 들어오는 것에 맞춰 같이 육지로 올라오는 특성을 보인다. 도요새와 물떼새 종류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렇게 많은 개체수를 보는 것은 쉽지 않은 경험이다. 동남쪽 갯벌에는 폐염전이 있는데 지금은 붉은 칠면초가 군락을 이루며 화려한 융단을 깐 듯 번성하고 있다. 무너진 염전 둑 끝에는 검은머리물떼새들이 무리 지어 앉았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서천군을 상징하는 군조인데 유부도 주민들의 문패에도 예쁜 조각으로 내려앉았다.

장항 소류지에서 만난 고니 가족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장항 소류지에서 만난 고니 가족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강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채 거목으로 성정한 마을 안길 소나무.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강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채 거목으로 성정한 마을 안길 소나무.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만조 시 물 따라 올라오는 민물도요와 왕눈물떼새.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만조 시 물 따라 올라오는 민물도요와 왕눈물떼새.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갯벌의 보물 같은 섬이면서 생태적 가치가 높은 람사르습지인 유부도지만 상처가 없는 건 아니다. 한때 불법적인 운영으로 크게 물의를 일으켰던 정신요양시설이 섬 안에 있었다. TV 고발 프로그램이 계기가 되어 1997년에 강제 폐쇄되었지만 지금도 그 건물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남아있다. 굳게 닫힌 문 옆 기둥에 새겨진 정신수련의 도장글귀는 방송에서 보았던 끔찍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인간들의 탐욕과 물새들의 무욕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다.

서천은 금강하구와 유부도 외에도 곳곳에서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갯벌에는 갈매기와 오리류를 비롯한 온갖 물새들이 찾아와 머무르고 동면에 들어간 논에는 기러기류가 저수지나 소류지에는 오리류들이 겨울을 나고 있다. 탐조용 필드 스코프만 있으면 새들의 사생활 엿보는 재미에 추위도 잊고 겨울을 즐기게 된다.

INFO 유부도
유부도 안에는 매점이나 편의시설이 없다. 배편은 유부도 주민 김남규 반장(010-3611-3623)에게 연락하면 해결 된다.
주소 충남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
문의 041-95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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