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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힐링 여행] 솔바람길 걷고 육백 년 온천에 몸을 맡겨볼까, 예산 온천 여행
[힐링 여행] 솔바람길 걷고 육백 년 온천에 몸을 맡겨볼까, 예산 온천 여행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3.12.13 08: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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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덕산면의 600년 된 온천수로 겨울 온천을 즐겨보자. 사진 / 스플라스 리솜
충남 예산군 덕산면의 600년 된 온천수로 겨울 온천을 즐겨보자. 사진 / 스플라스 리솜

[여행스케치=예산] 목욕재계.’ 제사와 같이 신성한 일을 앞두고 목욕으로 몸을 정갈히 하여 부정을 피하는 일이다. 한 해를 시작하는 일만큼 신성하고 중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좋은 물이라면 목욕재계뿐 아니라 수치료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예산군 덕산면의 육백 년 된 온천수가 그러하다. 추워질수록 더 생각나는 겨울 온천 여행.

추워질수록 더 생각나는 겨울 온천
덕산면은 예산군에서도 가장 많은 관광명소가 밀집되어 있다. 삼국시대에 창건된 명찰 수덕사가 있고 윤봉길 의사를 모신 충의사가 있다. 가야산을 포함한 덕산도립공원이 있고 가족형 테마파크 내포보부상촌도 조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겨울이면 더욱 생각나는 덕산온천을 빼놓을 수 없다. 덕산온천지구에는 41개의 온천공을 나눠 쓰는 크고 작은 온천업소가 10곳이 넘는다.

덕산온천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큰 스플라스 리솜.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덕산온천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큰 스플라스 리솜.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온천수에서 나오는 실리카 성분은 피부는 물론, 혈관이나 관절 건강에도 좋다. 사진 / 스플라스 리솜
온천수에서 나오는 실리카 성분은 피부는 물론, 혈관이나 관절 건강에도 좋다. 사진 / 스플라스 리솜

덕산온천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시대 율곡 이이(1536~1584)<충보>라는 저서를 통해 효능이 탁월한 온천으로 덕산온천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논 한 가운데에 다친 학이 날아와서 3일 동안 머물면서 물을 묻히며 상처를 낫게 한 후 다시 날아갔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학이 머물던 곳을 보니 따뜻한 물이 나오고 있어 약수터로 이용했고 훗날에는 온천골이라 불렀으니 학은 덕산온천의 상징이다. 옛날에는 두루미와 황새를 혼용하여 학이라 불렀는데 우연의 일치일까, 오늘날 예산군은 황새공원을 보유한 황새의 고장이 되었다.

한 겨울에 즐기는 노천욕의 묘미. 사진 / 스플라스 리솜
한 겨울에 즐기는 노천욕의 묘미. 사진 / 스플라스 리솜
개인이나 가족끼리 즐기기 좋은 프라이빗한 온천탕.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개인이나 가족끼리 즐기기 좋은 프라이빗한 온천탕.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율곡의 언급도 있거니와 <동국여지승람>에도 기록이 남아 있어 덕산온천의 역사는 600년 정도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온천 업소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온천수를 활용한 워터파크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스플라스 리솜이다. 처음 들으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름인데, ‘스플라스‘splash(첨벙거리다)’‘special place(특별한 공간)’ 그리고 스파(spa)’에서 따왔다고 하니 업체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낸 듯하다.

INFO 덕산온천지구
주소 충남 예산군 덕산면 온천단지345-7

온천 사우나에서 워터파크까지, 스플라스 리솜
스플라스 리솜은 최고 용출온도가 49.6에 달하는 약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 온천수를 활용한다. 다량의 실리카 성분과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에 좋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실리카 성분은 피부뿐 아니라 혈관이나 관절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스플라스 리솜은 국가에서 법으로 인정한 보양온천이기도 하다.

스플라스 리솜 워터파크 전경.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스플라스 리솜 워터파크 전경.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워터파크 실내 욕탕.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워터파크 실내 욕탕.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2개 동으로 나뉜 대규모 숙박시설에도 실리카 온천수를 공급하고 있어 숙박만 해도 다친 학을 치료했다는 신비의 온천수를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곳의 자랑거리는 역시 온천수를 활용한 대규모 워터파크다. 한겨울에 노천욕이야 익숙하다지만, 천연 온천수를 이용한 워터파크를 만난다는 건 행운이다.

워터파크는 실내와 2개 층의 실외로 되어 있으며, 전체적인 규모는 오밀조밀한 느낌이다. 크고 작은 물놀이장은 다양한 테마로 운영 중인데, 래시가드를 걸친 이용객들과 작정하고 물놀이를 온 양 구명조끼를 착용한 이용객들이 뒤섞여 있다. 특히, 위층에서 아래층으로는 마스터블라스터튜브슬라이드라는 이름의 거대한 슬라이딩 놀이시설이 늘어져 있어 신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아이들을 위한 전용 공간도 갖추고 있어 가족여행으로도 제격이다.

워터파크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워터파크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스플라스 리솜의 욕탕은 다양한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스플라스 리솜의 욕탕은 다양한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 / 스플라스 리솜

찰방찰방 야외 온천수에 몸을 맡기다 보면, 겨울 추위는 잊고 몸과 마음의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웰니스 관광이지, 비행기 타고 멀리 나갈 필요 있나!

스플라스 리솜 앞에는 걷기 좋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있는데, 운치가 좋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거쳐 약 4km 구간을 함께 걸은 후 온천으로 돌아와, 수치료 걷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온천 관계자가 귀띔해주니 날 풀리면 동참해 보아야겠다.

덕산온천지구의 메타쉐쿼이아 가로수길.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덕산온천지구의 메타쉐쿼이아 가로수길.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수암산은 바위산이어서 곳곳이 조망포인트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수암산은 바위산이어서 곳곳이 조망포인트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숨겨진 비경 수암산과 솔바람길
덕산온천지구 근처에 있는 수암산에 올랐다. 덕산면과 삽교읍의 경계에 솟은 수암산(260m)은 높지 않은데다가, 솔바람길이라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어찌 이런 산을 지역민들끼리만 즐기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걷는 맛이 일품이다. 우선 솔잎 깔린 길이 평탄하여 걷기 쉽다. 세심천온천에서 시작하는 초입부에는 계단이 많은 게 흠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노약자들에게도 무리 없는 쉬운 길이다.

수암산의 흔한 풍경.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할매바위가 인상적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수암산의 흔한 풍경.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할매바위가 인상적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자연석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오형제바위.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자연석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오형제바위.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그런데 양쪽으로 내려다보는 조망은 무척 빼어나다. 추수가 끝나고 동면에 든 광활한 내포평야에는 볏짚을 말아놓은 곤포 사일리지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바로 옆에는 빼곡한 아파트 숲이 펼쳐있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예산군은 최근 인구가 늘고 있는데 바로 이곳 내포신도시 덕이다.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덕산온천지구가 보인다. 솔바람길 끝과 이어지는 곳이다.

수암산 정상 밑에 있는 법륜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수암산 정상 밑에 있는 법륜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수암산 솔바람길 초입의 삽교석조보살입상.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수암산 솔바람길 초입의 삽교석조보살입상.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어디 그뿐이랴. 수암산(秀岩山)이라는 이름 그대로 빼어난 바위들이 많다. 곳곳에 기기묘묘한 기암들이 많아 바위마다 이름 하나에 내려오는 이야기 하나씩이다. 정상의 거북이바위와 굴러 떨어질 듯 위태로운 할매바위는 할머니와 손자의 애틋한 정이 서려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오형제의 이야기가 담긴 오형제바위는 우리나라에 이런 바위가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끝이 아니다. 새로운 이름과 그에 어울리는 이야깃거리를 입혀주고 싶은 이름 없는 바위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요즘 표현대로라면 수암산은 뷰 맛집이면서 바위 맛집이다.

세심천온천과 이어지는 솔바람길 초입에는 높이 5.5m의 삽교읍석조 보살입상이 서 있다. 커다란 바윗돌 2개를 다듬어서 조성한 고려시대 작품으로 국가등록문화재이다. 정상 밑에는 법륜사라는 작은 절이 있는데, 이곳도 역시 바위와의 인연을 피하지 못하였다. 굴을 파서 법당을 들인 굴법당과 소박한 모습의 마애불이 남아 있어서 굴 바위절이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다.

요즘 분위기로 새 단장한 예산시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요즘 분위기로 새 단장한 예산시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부담없는 가격에 맛도 좋은 시장 국수 상차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부담없는 가격에 맛도 좋은 시장 국수 상차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예산시장에는 국밥거리도 조성돼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예산시장에는 국밥거리도 조성돼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트레킹 후 출출해 졌다면, 덕산온천지구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예산시장으로 향해보자. 특히, 예산시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국밥을 맛볼 수 있는 국밥거리가 따로 조성돼 있어, 뜨끈한 국물이 당긴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의 부드러운 고기와 잡냄새가 없는 따끈한 국물 거기에 양까지 푸짐하여 만반진수가 부럽잖은 국밥 한 그릇이다. 더불어, 백종원의 애향심이 구석구석 스며든 예산장터광장은 이색 먹거리가 가득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이 찾는 명소. 여행 후 기념품으로는 예산의 명물인 국수를 추천한다. 현재 예산시장에는 전통 국수 생산업체가 3곳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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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2024-02-06 09:49:49
겨울온천 참 좋지요. 따뜻한 겨울 보냅시다

박상대 2023-12-25 11:17:04
예산 온천이 참 좋군요. 연휴때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