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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마을따라 마음따라] 겨울바다 미식여행 일번지 포항 구룡포
[마을따라 마음따라] 겨울바다 미식여행 일번지 포항 구룡포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4.01.16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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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의 별미들을 맛볼 수 있는 포항 구룡포로 떠나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겨울 바다의 별미들을 맛볼 수 있는 포항 구룡포로 떠나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포항] 겨울 바다에는 진귀한 별미가 기다린다. 서해나 남해에선 김이나 매생이 같은 해조류를 비롯하여 꼬막이나 굴 등이 귀한 대접이다. 동해도 지지 않는데 깊은 바다에서 올라오는 생선들이 좋다. 그중 포항 구룡포는 과메기와 대게, 물회가 모두 유명한 별미 마을이다.

서울에서 댓 시간 이상 달려가야 만날 수 있는 구룡포는 웬만한 지방에서도 시간이 제법 걸린다. 그렇게 품을 들여서라도 찾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구룡포만의 음식문화가 매력이기 때문이다. 포항 대표 특산물인 과메기가 그렇고 포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포항식 물회가 그렇고 겨울 바다의 귀족이라 할 수 있는 대게가 그렇다. 거기에 여행자들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덤으로 따라온다.

포항별미 중 으뜸으로 꼽히는 과메기.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포항별미 중 으뜸으로 꼽히는 과메기.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구룡포수협 대게 위판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구룡포수협 대게 위판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대게를 통발로 잡으면 귀한 곰치가 덩달아 나오기도 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대게를 통발로 잡으면 귀한 곰치가 덩달아 나오기도 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구룡포 겨울별미 3
구룡포. 천년 전설이라도 담겨 있을 것 같은 재밌는 지명이다. 옛 기록에는 10마리의 용이 승천하다가 그만 한 마리가 떨어져 9마리의 용만 승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떨어진 비운의 용은 어찌 되었을까? 미완의 스토리텔링인지 낙오된 용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포항 바다의 풍족한 어족자원을 보면 남겨진 용의 선물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인간들을 위해 오래도록 쌓은 선행이 다시 빛을 볼 날이 있을까, 엉뚱한 상상은 옛날이야기처럼 번져간다.

포항은 과메기의 도시다. 시청 관계자가 밝힌 작년 겨울의 생산량은 1,782톤이다. 다른 지역의 생산량은 미미한 수준인데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포항 과메기의 점유율이 99%는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과메기는 쌈에 싸먹어야 제맛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과메기는 쌈에 싸먹어야 제맛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요즘 보기 힘든 자연상사의 통째 말리는 꽁치 과메기 덕장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요즘 보기 힘든 자연상사의 통째 말리는 꽁치 과메기 덕장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과메기는 원래 눈을 꿰다라는 뜻의 관목(貫目)’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꽁치를 자연 바람에 건조시킨 것이다. 마른 김이나 다시마 등 해조류나 간단한 채소와 함께 먹으면 별미다. 원래는 청어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꽁치로 만든다.

구룡포과메기문화관에는 과메기의 유래와 생산과정, 영양성분 등 과메기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료가 풍성하고 구룡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아기자기한 즐길거리들이 많은데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많다. 고래에서 모티브를 얻은 건물은 역동적인 구룡포항과 잘 어울리는 멋진 모습이다.

직접 경매받은 대게를 들어보이는 창우물회 손철호 사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직접 경매받은 대게를 들어보이는 창우물회 손철호 사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구룡포시장은 수산물로 가득하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구룡포시장은 수산물로 가득하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포항을 과메기의 도시라고 하면 대게가 서운해한다. 영덕을 필두로 울진이나 삼척, 포항 등 대게가 많이 나온다는 지방의 배들이 조업하는 바다는 모두 동일하다. 그런데 포항은 다른 도시에 비해 인구가 많다 보니 대게를 잡는 어업인구도 많고 소비시장도 크다. 유통 측면에서 유리한 구룡포항이 다른 지역보다 위판물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침 9시에 시작되는 구룡포수협의 대게 위판장에는 활력이 넘친다. 조업을 나갔던 배가 부둣가에 돌아오면 잡힌 대게들을 바깥으로 꺼내는 선원들, 위판장으로 나르는 사람들, 다시 보기 좋게 바닥에 깔아놓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바닥에 깔린 대게들은 마치 살려달라는 듯 허공에 대고 연신 발을 허우적댄다.

구룡포과메기문화관 전시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구룡포과메기문화관 전시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구룡포 내력을 알려주는 용 조형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구룡포 내력을 알려주는 용 조형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아침 위판장의 백미는 경매사와 중매상들 간의 경매 모습이다. 지역마다 경매모습이 다른데 구룡포에서는 중매상들의 수신호를 경매사가 일일이 다가가 확인하는 모습이 다른 지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색다름이다.

일반인들은 경매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러나 구룡포항 대로변에는 커다란 대게 조형물을 건물 외벽에 매달고 영업을 하는 대게전문점들이 많다. 간판이 대게이건 물회이건 대게와 물회 그리고 과메기를 함께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룡포에서 가까운 호미곶 일출.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구룡포에서 가까운 호미곶 일출.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포항의 물회는 포항물회라고 지명을 넣어 불러야 할 만큼 그 존재감이 다르다. , 포항식 물회가 따로 있는데 다른 지역의 물회와 달리 물이 없는 게 특징이다. 물회와 회덮밥의 중간 정도라고 해야 맞을까, 그런 포항물회를 처음 접하는 관광객들은 당황하기 쉽다. 그래서 보통 얼음을 조금 넣고 같이 비빈다.

일본인가옥거리 입구에서 창우물회를 운영하고 있는 손철호 대표는 포항식 물회 먹는 법을 소개한다. 먼저 소스를 두 스푼 정도 넣고 회부터 비비고 야채 비비고 기호에 따라 같이 나온 눈꽃빙수용 얼음을 넣어 같이 비빈다. 비빔면처럼 먹는 게 포항물회 핵심인데 절반 정도 회를 건져 먹고 얼음이 어느 정도 녹으면 다시 밥을 넣어 비벼 먹으면 좋다고 귀띔한다.

구룡포항 전경.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구룡포항 전경.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석양의 구룡포항.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석양의 구룡포항.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포항물회에 쓰는 횟감은 광어나 참가자미를 쓰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푸짐하게 밀치(겨울 숭어)를 쓰기도 한다. 여름 밀치는 개도 안 먹는다지만 겨울 밀치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별미여서 식도락가들이 줄을 설 정도다.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
구룡포항에는 일본인들이 집단 거주했던 가옥들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인 1883년 조일통상장정이 체결되면서 일본인들은 본격적으로 포항 앞바다에서 조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고 이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경영이나 수산물 가공, 건설업 등에서 막대한 이윤을 챙긴다. 그렇게 거주한 일본인들이 한때 300가구에 달했다고 한다.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 까멜리아.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 까멜리아.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일본인가옥거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일본인가옥거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일본인가옥거리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구룡포근대문화역사관이다. 원래는 1920년대 일본 가가와현에서 건너 온 하시모토 젠기치(橋本善吉)가 세운 살림집이었다. 그는 구룡포에서 큰 돈을 벌어 일본에서 건축자재를 공수해 와서 일본식 2층 목조주택을 지었다. 패망으로 하시모토 일가가 본국으로 돌아가자 한국인이 이어 거주하였는데 2010년에 포항시에 이를 구입하여 근대문화역사관으로 꾸몄다. 건물 내부에는 일본의 주거문화를 알 수 있는 고다츠, 부츠단, 이로리 등이 남아 있다. 구룡포근대문화역사관이 있는 골목에는 지금도 일본식 건물이 여럿 남아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옛 일본의 주거문화를 엿볼 수 있는 구룡포근대문화역사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옛 일본의 주거문화를 엿볼 수 있는 구룡포근대문화역사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구룡포근대문화역사관은 옛 일본인의 2층짜리 목조건물을 재활용하였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구룡포근대문화역사관은 옛 일본인의 2층짜리 목조건물을 재활용하였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그런데 2019년에 인기 TV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이곳에서 촬영되면서 일본인가옥거리는 또 다른 변화를 겪게 된다. 촬영지를 중심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들자 동백의 거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관광객들을 위한 먹거리와 기념품 가게가 늘어났다. 동백꽃 그림이 거리를 뒤덮을 정도로 열풍이고 드라마 속에 가장 많이 노출된 까멜리아카페와 주인공들이 앉았던 계단 등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언제나 북적거린다.

핫스폿으로 통하는 구룡포공원 입구 계단을 올라가면 구룡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충혼각과 용왕당이 세워져 있다. 원래는 일제강점기 신사가 있던 자리였다. 계단 양옆에는 당시에 박은 120기의 돌기둥이 있는데 원래는 구룡포항을 조성하는데 기여한 일본인들의 이름을 새겨 놓았던 것이지만 훗날 충혼각을 건립할 때 도움을 준 주민들의 이름을 시멘트로 덧발라 다시 새겨 놓았다.

여행쪽지
창우물회 - 중매인 자격을 갖고 있는 주인장이 아침마다 신선한 대게를 가지고 들어온다. 대게와 물회가 주메뉴이다. 054-284-4312

구룡포과메기문화관 - 관람 무료. 명절 당일과 매주 월요일 휴관. 054-277-2860

구룡포근대문화역사관 - 054-276-9605

자연상사 - 꽁치 과메기 덕장 운영, 온라인 판매 054-241-2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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