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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특집②] 마음을 설레게 하는 통영 3색 봄맛
[특집②] 마음을 설레게 하는 통영 3색 봄맛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4.02.13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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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가 아름다운 통영. 바다를 품고 있어 일찍 봄을 만날 수 있는 통영에서 봄맛을 즐겨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밤바다가 아름다운 통영. 바다를 품고 있어 일찍 봄을 만날 수 있는 통영에서 봄맛을 즐겨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통영] 봄은 바다에서 먼저 온다. 햇살 머금은 바다의 윤슬이 노래할 때면 그 아래에선 봄의 전령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풍요로운 바다를 품고 있기에 남보다 한발 앞서 봄을 만날 수 있는 곳, 통영이다.

중장년층들만 아는 사실, 통영시는 사실 통영군과 충무시가 합병하여 탄생한 도농복합도시 이름이다. 유명한 충무김밥도 충무시의 명물이었다. 통영이나 충무는 모두 호국수호의 상징과도 같은 이름이다. 조선시대에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되면서 이를 줄인 통영이라는 지명이 나왔고 충무 역시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기 때문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달아공원의 이색적인 조형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달아공원의 이색적인 조형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도다리와 가자미 사이
호국수호의 군사도시 통영은 현대에 들어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꽃의 시인 김춘수, 소설가 박경리 등을 배출하였다. 이렇게 문화예술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더불어 어항의 풍요로움도 한몫하였을 것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통영은 수협에서 운영하는 위판장이 여럿이다. 새벽 일찍 부지런을 조금 떨면, 수협위판장 구경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통영수협 산하의 도천위판장과 견유위판장은 활어 전문 위판장으로, 팔딱팔딱 살아있는 활어들이 거래된다. 동호항 위판장은 대규모 물량의 선어가 거래된다. 고등어, 삼치, 방어, 갈치 등 살아있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싱싱하다. 욕지도 여객선 선착장이 있는 삼덕위판장은 활어 위판장이지만 선어도 취급한다. 그 외에도 굴수하식수협의 굴 위판장이 별도로 있어서 깐 굴이 거래되는 이색 위판 현장을 볼 수 있다. 멍게수협 위판장과 근해통발수협 위판장의 붕장어도 독특하다.

대규모 물량의 선어가 거래되는 동호위판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대규모 물량의 선어가 거래되는 동호위판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낙찰된 싱싱한 참가자미.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낙찰된 싱싱한 참가자미.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봄을 담은 제철 음식
흔히 통영의 봄맛으로 도다리쑥국을 첫손 꼽는다. 지금은 통영의 향토음식을 넘어 인근 다른 지역 바닷가 식당에서도 제철음식으로 많이 내놓는다. 향긋한 새봄의 쑥이 도톰한 도다리살 식감과 어우러져 묘한 조화를 이룬다. ‘도다리쑥국 한 그릇 먹어야 비로소 봄이 왔다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인기다.

그런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도다리의 제철이 봄이 아니라 가을이라고 한다. 도다리는 12월과 1월이 금어기로 조업이 안돼 시중에선 볼 수가 없다. 2월이 넘어가야 잡을 수 있는데 봄에 올라오는 쑥과 어우러지려면 3월은 되어야 제맛을 볼 수 있다. 그런데 12월에서 2월의 산란기를 지나면서 살이 물러져 가을 도다리만큼의 맛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 부족함을 메우려고 해쑥을 넣고 국으로 끓인 게 도다리쑥국이니 어쩌면 도다리쑥국의 주연은 도다리가 아닌 쑥일 수도 있겠다. 봄도다리를 맛있게 먹으려면 뼈째 먹는 세꼬시도 좋다.

봄의 향긋함을 느낄 수 있는 도다리쑥국. 사진 / 여행스케치
봄의 향긋함을 느낄 수 있는 도다리쑥국. 사진 / 여행스케치
명자식당의 가자미 조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명자식당의 가자미 조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정작 수협중앙회 자료를 보니 3월의 제철 바다음식으로 참가자미를 꼽는다. 가자미 종류는 전 세계적으로 망둑어 다음으로 그 종류가 많은데 모래와 펄이 섞인 지역에 많이 서식하는 문치가자미가 바로 도다리다. 참가자미는 따로 금어기가 없으며 산란기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4월에서 6월이다. 그러니 산란을 앞둔 3월이 제철이라 할 수 있다. 참가자미는 구이나 세꼬시도 좋고 자박자박하게 요리하여 국물과 함께 살을 발라먹는 조림도 별미다.

들과 바다가 만나는 봄 음식은 남해뿐 아니라 서해에도 있다. 영광과 고창을 중심으로 조기심리문화가 전해지는데 봄에 가장 먼저 꺾은 고사리와 봄에 잡은 조기를 같이 넣고 끓인다. 고사리조기매운탕인 셈이다. 이를 놓고 제를 지내 한해의 무사 안녕과 풍어를 빌었다고 한다.

가족들과 즐기기 좋은 듬뿍농원의 딸기수확체험.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가족들과 즐기기 좋은 듬뿍농원의 딸기수확체험.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수확한 만큼 무게를 재서 체험비를 계산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수확한 만큼 무게를 재서 체험비를 계산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통영의 반전, 딸기 따기 체험
통영하면 바다를 먼저 떠올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통영의 들녘이 소외되고 있다. 도산면에는 딸기농장들이 몰려있는데 그중 듬뿍농원은 딸기체험농장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13년째 농사를 지었다는 주인장 강성희 씨는 딸기와 블루베리 농사를 지으면서 체험 프로그램만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 12월에서 5월까지는 딸기 따기 체험, 6월에서 8월까지는 블루베리 따기를 진행한다. 9월부터는 식생활체험과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한 치유농업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딸기 따기 체험은 호불호가 있을 수 없다. 딸기밭에서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환하게 웃으며 행복해한다. 체험객들은 하우스에 들어가서 마음껏 따먹을 수 있으며 바구니에 담은 것은 무게를 재어 계산한다.

쿠키 만들기 체험도 듬뿍농원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쿠키 만들기 체험도 듬뿍농원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통영동백커피식물원 커피나무에 열매가 가득하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통영동백커피식물원 커피나무에 열매가 가득하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또한 딸기를 이용한 딸기청 만들기와 쿠키 만들기, 블루베리 피자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이들과 함께 딸기 따고 먹거리 체험도 하다 보면, 봄을 제대로 즐기고 가족 사랑의 추억도 한 바구니 담아올 수 있다.

인근에는 통영동백커피식물원이 있어서 함께 둘러보기 좋다. 카페 음료 한 잔 값이 포함된 입장료 1만 원을 내면 4,000여 평의 하우스에 빼곡한 희귀동백과 파파야, 파인애플, 바나나 등의 아열대 작물을 두루 구경할 수 있다.

봄바람 같은 술, 통영맥주
어항이 발달한 곳답게 통영은 술 문화도 빠지지 않는다. 다찌가 대표적이다. 술을 시키면 해산물을 비롯하여 화려한 안주가 줄줄이 나온다. 요즘은 반다찌도 많이 이용한다. 다찌 만큼 많지는 않지만 역시 푸짐한 안주들이 나와 가성비를 따지는 실속파들에게 인기다.

통영맥주는 옛 목욕탕 건물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통영맥주는 옛 목욕탕 건물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통영맥주의 맥주 생산시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통영맥주의 맥주 생산시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겉은 목욕탕인데 안은 브루어리인 이색 맥주 양조장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폐업을 한 오래된 동네 목욕탕을 매입하여 소규모 맥주 양조장으로 꾸민 이는 정흥식 대표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아내의 고향으로 내려와 양조장을 오픈한 것이 2020. 전공인 건축과 전업이었던 맥주 관련 회사에서의 근무 경력을 버무려 3년간의 준비기간 끝에 맺은 결실이다. 코로나 팬데믹 같은 어려운 시기도 겪었지만 적절한 시기마다 주세법이 완화되면서 지금의 통영맥주를 만들 수 있었다.

현재 여섯 종류의 캔맥주를 생산하는데 제품 이름이 정겹다. 동피랑 페일에일, 윤슬 골든에일, 다찌 둔켈, 이순신 스타우트, 열두척 유자 에일, 달아 바이젠. 모두 통영의 매력을 담아냈다. 이름만큼이나 젊은 층들의 취향을 저격한 디자인도 감각적이다. 각기 맛도 조금씩 다른데 모두 수제맥주 특유의 진한 향과 맛이 일품이다. 이름과 디자인과 맛에서 살랑살랑 봄바람이 느껴진다. 인생으로 치면 풋풋한 청춘 같은 술이고 여행으로 치자면 동백꽃 만개한 해안도로를 걷는 느낌이다.

보기만 해도 봄바람이 느껴지는 통영맥주의 수제맥주 생산품.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보기만 해도 봄바람이 느껴지는 통영맥주의 수제맥주 생산품.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브루어리 통영맥주는 펍을 겸하고 있다. 옛날 목욕탕의 욕조와 샤워기 등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욕조는 둘러앉아 마실 수 있게 새 단장되었고 샤워기도 밑에는 작은 테이블이 위에는 조명이 달려 독특한 카페 분위기를 연출한다. 홉 향 진한 수제 맥주 한 잔으로 새벽부터 달린 통영 봄 여행의 쉼표를 찍어본다.

여행쪽지
통영동백커피식물원 - 055-645-9634
통영맥주 - 6개들이 선물세트는 통영기념품으로 인기다. 055-646-1956
명자식당 - 통영중앙시장 골목에 있다. 055-641-2263

위판장 정보:
동호위판장 - 055-650-7855 /새벽 6시부터 배가 들어올 때마다 수시로
도천위판장 - 055-646-3225 /새벽4
견유위판장 - 055-650-7896 /새벽5
삼덕위판장 - 055-650-7881 /아침9
일요일은 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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