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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정 선생님의 미학여행 ②] 풍경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 캔버스, 파주 물빛 풍경
[정 선생님의 미학여행 ②] 풍경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 캔버스, 파주 물빛 풍경
  • 정수기 미술교육학박사
  • 승인 2024.0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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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예술 감성을 느껴볼 수 있는 파주로 두 번째 미학여행을 떠난다. 그림 / 정수기 미술교육학 박사
특별한 예술 감성을 느껴볼 수 있는 파주로 두 번째 미학여행을 떠난다. 그림 / 정수기 미술교육학 박사

[여행스케치=파주] 대한민국의 곳곳을 돌며 그 속에 숨겨진 자연미와 예술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여행이 끝나면 낯설었던 미학이 삶의 곳곳에 흔적과 통찰로 스며들 것을 기대한다. 미술교육학 박사인 정수기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두 번째 미학여행. ‘예술 감성가득한 파주로 나들이를 떠났다.

예술가의 눈에는 자신만의 필터가 있다고 생각해요. 수채화 화가라면 파주의 마장호수를 머릿속의 이미지로 수채화처럼 만들어서 느낄 수 있어요. 미학자 단토는 예술을 일종의 함수라고 설명했어요. 마장호수의 풍경을 보며 수채화로 해석해 본 사람은 수채화를 그리게 돼요. 말하자면 작품은 그리는 순간에 표현 결과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마장호수를 처음 보았던 그 순간의 감성을 기억했다가 머릿속에 인상적인 이미지로 그려둔 다음 작품으로 표현하는 거예요. 여행지에서 느낀 수채화 감성, 숭고함, 종합예술 등의 인상을 마음에 충분히 담아온다면 그게 바로 예술가의 필터를 갖는 것이죠.”

마장호수의 출렁다리 아래에서 호수 물결에 반사되고 투영된 또 하나의 출렁다리가 아련하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마장호수의 출렁다리 아래에서 호수 물결에 반사되고 투영된 또 하나의 출렁다리가 아련하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마장호수 둘레길을 걸어가며 바라본 출렁다리의 풍경은 위치마다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마장호수 둘레길을 걸어가며 바라본 출렁다리의 풍경은 위치마다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마장출렁다리, 자연과 사람이 그리는 인상적인 붓놀림
파주 여행의 첫 번째 여행지는 길이 220m 출렁다리로 유명한 마장호수다. 마장출렁다리를 천천히 건너자, 눈앞에 고요한 명작이 펼쳐진다. 프랑스 화가 끌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인상, 해돋이. 1872>에 나오는 반짝이는 물을 연상케 한다. 해의 움직임과 공기의 상태에 따라 호수의 물결이 여러 빛과 색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곳 마장호수는 방문할 때마다 보는 재미가 다르다.

모네는 빛과 공기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작품에서 그 순간의 인상적인 모습을 담았다. 자세한 형태를 표현하지 않거나 과감히 생략하더라도 빛으로 그려진 풍경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 찰나의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리는 인상을 색채로 담아내고자 하는 화가를 인상파, 혹은 인상주의 화가라고 한다.

마장호수에 3~4곳의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는데 액자 프레임처럼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마장호수에 3~4곳의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는데 액자 프레임처럼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시시각각 달라지는 호수의 빛. 사진 / 이해열 기자
시시각각 달라지는 호수의 빛. 사진 / 이해열 기자

우선 전망대에 올라 마장호수의 전체적인 경관을 인상주의 화가의 관점으로 살펴보자. 전망대가 있는 곳에서 출렁다리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소나무 군락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일부 데크는 소나무를 둘러싸고 뚫린 채로 만들어졌다. 소나무의 수형을 바라볼 때 나무 기둥과 가지, 나뭇잎, 솔방울 등의 순서로 관찰할 것을 추천한다. 전체적인 모습에서 세부적인 형태의 순서로 소나무를 바라보는 것이다. 호수 가까이에 있는 소나무가 물 위에 반사되거나 투영되어 물을 캔버스 삼아 그려진 그림 같다. 마치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을 보는 듯한 마장호수는 살아있는 캔버스의 그림이다. 나무와 물, 출렁다리를 걷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이는 다리의 곡선이 어우러져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장호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소나무 군락. 사진 / 이해열 기자
마장호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소나무 군락. 사진 / 이해열 기자
주차장에서 오른쪽을 보면 소나무길 사이로 전망대가 보인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주차장에서 오른쪽을 보면 소나무길 사이로 전망대가 보인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마장호수 출렁다리르 건너 호수 둘레길을 따라 걷기 편한 데크가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마장호수 출렁다리르 건너 호수 둘레길을 따라 걷기 편한 데크가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본래 교각은 다리를 받치고 있는 기둥이 버틸 수 있는 하중을 계산하여 안전을 담보한다. 교각이 없는 출렁다리는 엘리베이터처럼 사람이 얼마나 탈 수 있는지 계산하여 규제하고 있다. 마장출렁다리의 하중은 현재 1,280명이 동시에 지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여기에서 통상 성인의 표준 몸무게를 70kg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참고하여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건너는 것도 잊지 않도록 한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분단과 회복의 초상, 숭고미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시대를 초월한 숭고한 매력을 품고 있다. 분단과 회복의 조형적 요소를 담아내는 매혹적인 초상화이다. 망원경을 들여다보면 파주의 울창한 녹색 풍경과 험준한 DMZ 지형 차이가 눈 앞에 펼쳐진다. 자연의 조화와 인간이 부과한 경계 사이의 긴장감 있는 대립을 보여준다. 이러한 요소가 숭고함의 본질을 느끼게 한다.

오두산통일전망대 전경. 사진 / 이해열 기자
오두산통일전망대 전경. 사진 / 이해열 기자
철책을 사이로 두고 소리를 전달하는 장치. 사진 / 이해열 기자
철책을 사이로 두고 소리를 전달하는 장치. 사진 / 이해열 기자

자연의 찬란함과 차갑고 완고한 철조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풍경은 유명 예술가 J.M.W. 터너의 <노예선>을 연상시킨다. 터너의 걸작은 자연의 파괴적인 힘과 바다의 무한한 힘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오두산 전망대의 울창한 주변 환경과 인공 경계 사이의 긴장감을 빗대어 볼 수 있다. 터너의 작품이 역경에 맞서 숭고함을 포착한 것처럼, 역사의 무게, 분단의 상처, 불굴의 삶의 정신이 이 전망대에 올라서는 순간 숭고함을 느끼게 된다.

이 숨 막히는 장면을 되돌아보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정학적 복잡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숭고미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니 먼 훗날 통일이 되거나 다른 역사적인 변동이 있을 때는 어쩌면 다시는 보기 힘든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한 번쯤은 가 볼 것을 추천한다.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자연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뼈저리게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미학적 요소와 역사적 요소가 얽혀내는 이곳만이 지닌 강력하고 사색적인 시각적 내러티브를 형성한다.

오두산통일전망대 기획전시실에는 이산가족 상봉 모습을 축소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오두산통일전망대 기획전시실에는 이산가족 상봉 모습을 축소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면 불과 1~2km의 북한이 매우 가깝게 보인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면 불과 1~2km의 북한이 매우 가깝게 보인다. 사진 / 이해열 기자

헤이리마을의 미학적 관점 세 가지

유체적 진화: 헤이리의 추상 예술성
헤이리 예술마을에 들어서는 것은 마치 살아 숨 쉬는 캔버스 속으로 빠져드는 것과 같다. 건물 하나하나와 구불구불한 골목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의 역동적인 추상 예술성과 매우 흡사하게, 이 활기 넘치는 공동체는 예술적 표현의 무한한 힘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구불구불한 거리를 탐험하면서 추상 미술의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동성과 변형을 반영하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예술적 풍경을 접하게 된다.

헤이리예술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이 건축물을 더 멋스럽게 만드는 자연환경이다. 사진 / 이해열 기자
헤이리예술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이 건축물을 더 멋스럽게 만드는 자연환경이다. 사진 / 이해열 기자
한향림 도자미술과의 실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도자 오브제이다. 사진 / 이해열 기자
한향림 도자미술관의 실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도자 오브제이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무한한 창의성: 헤이리의 지속적인 예술적 서사
헤이리를 방문할 때마다 나는 끝없는 예술이라는 개념, 즉 헤이리가 구현하고 지속해서 새로운 장을 추가하는 개념을 찬양한 철학자이자 미술 평론가인 아서 단토(Arthur Danto)의 심오한 말을 떠올린다. 이 마을은 출판업계가 주축이 되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 기획하여 형성된 점이 특별하다. 예술가는 독창성을 추구하기에 마을은 조형물, 광장, 연못, 마을 수호 나무까지 특별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점이 관전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생동감 넘치는 벽화와 재치 있는 기발한 조각품을 갖추고 있다. 헤이리는 예술과 삶의 경계가 흐려지고 창의성의 한계가 없는 세계로 방문객을 초대하는 곳이다.

한향림 도자미술과의 실내 전시실 모습. 사진 / 이해열 기자
한향림 도자미술과의 실내 전시실 모습. 사진 / 이해열 기자
헤이리예술마을에서 다양한 미적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헤이리예술마을에서 다양한 미적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바그너적 조화: 헤이리의 종합예술미학
헤이리의 예술, 문화, 자연의 융합은 오페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Wagner, 1813~1883)가 옹호한 총체예술 작품(게삼트쿤스트베르그, Gesamtkunstwerk)의 미학적 원칙을 구현한다. 바그너는 자신이 만든 오페라를 공연하기 위해 극장까지 직접 설계하고 건축했다. 이 마을은 건축 디자인부터 매혹적인 거리 공연까지 모든 요소가 복잡하고 조화로운 미학적 태피스트리(직물 예술작품)이다. 단순한 예술작품 모음이 아닌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바그너의 비전처럼 관습이나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무한한 창의성의 영역으로 열린 초대를 확장한다.

총체예술은 바그너가 저서 <미래의 예술작품, 1849>에서 처음 사용한 말로 음악, 노래, , , 시각예술, 건축을 종합한 개념이다. 마을 전체가 예술인의 세계인 이 곳 헤이리 마을에서 미적 체험에 푹 빠져보기를 바란다.

정수기 미술교육학 박사
*27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아이들의 취향을 존중하는 남다른 학급 운영으로 유명했던 정수기 선생님. 미술교육학박사로 현재 전주교대에 출강 중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정 선생님은 아름다운 우리 여행지를 다니며 미학탐구를 통해 여행도 미술교육의 장소라는 걸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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