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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테마여행 ②] 낙동강 따라 선비의 얼과 멋이 흐른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물길 여행
[이달의 테마여행 ②] 낙동강 따라 선비의 얼과 멋이 흐른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물길 여행
  • 권선근 여행작가
  • 승인 2024.02.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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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물길을 담은 호반의 도시 안동의 관광 명소들을 둘러본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낙동강 물길을 담은 호반의 도시 안동의 관광 명소들을 둘러본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여행스케치=안동] 태백에서 발견한 낙동강은 백두대간의 거친 산세를 따라 곡류하다가 안동댐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물그릇, 안동호에 잠시 머문다. 이렇게 호반의 도시가 된 안동은 정신문화의 수도이자 물을 따라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밤에 더욱 빛나는 호수 풍경, 월영교
달빛이 비추는 다리라는 뜻을 가진 월영교는 나무로 만든 다리 중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다. 수몰되기 전 달골이라 부른 안동댐 유역의 지명을 따서 이름 붙였다. 호수와 다리의 조화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특히 고풍스러운 다리에 조명이 비치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야경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나무로 만든 다리 중 국내에서 가장 긴 월영교. 사진 / 이해열 기자
나무로 만든 다리 중 국내에서 가장 긴 월영교. 사진 / 이해열 기자
월영교는 밤이면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춰진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월영교는 밤이면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춰진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이 절경이라 계절마다 다른 감동을 준다. 특히 새벽녘 월영교는 물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밤에는 조명을 비춰 야경도 환상적이다.

길이 387m의 긴 다리를 건너면 월영교 건너 왼쪽으로는 안동시립민속박물관, 안동민속촌, 개목나루 등이 자리한다. 박물관은 안동의 유교 문화를 주제로 지었으며, 민속촌은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가옥들을 옮겨와 야외 박물관으로 만든 민속 경관지다. 다리 난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 반달 모양의 문보트와 돛단배도 탈 수 있어 배움과 즐거움을 함께 안겨주는 가족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선성현 문화단지에서 바라보는 선성수상길. 사진 / 이해열 기자
선성현 문화단지에서 바라보는 선성수상길. 사진 / 이해열 기자

안동호의 멋과 예술이 깃든, 선성현 문화단지
월영교에서 승용차로 25분이면 닿는 선성현 문화단지는 물과 전통의 고장인 안동의 여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예술의 끼라는 의미를 지닌 예끼마을, 안동 선비순례길인 선성수상길, 안동호반 자연휴양림 등 안동의 멋과 얼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다양한 명소가 모여 있다.

괴나리 봇짐을 맨 선비가 망원경으로 무언가를 찾고 있는 조형물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예끼마을은 실제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1976년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예안면 일부가 수몰되자 주민들이 이주를 해야 했지만 오랫동안 살아온 마을을 떠날 수 없어서 산언덕에 이주 단지를 조성해 마을을 만들었다. 한때는 400가구가 넘게 살 정도로 북적였던 마을은 도시화로 젊은 사람들이 떠나며 조용해졌다. 예안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주민들은 뜻을 모아 역사와 예술로 마을을 살려보고자 마을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2018년 사업을 완료하고 예끼라는 마을 이름을 붙였다. 예술의 마을답게 빈집들은 작은 갤러리와 공방, 식당, 카페 등으로 변신했고 골목길은 트릭아트와 벽화로 단장해 마을 전체를 노천 미술관이자 포토존으로 탄생시켰다.

조선시대의 교통과 군사 요충지였던 선성산성은 공원으로 조성된 멋진 산책 코스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조선시대의 교통과 군사 요충지였던 선성산성은 공원으로 조성된 멋진 산책 코스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선성현 문화단지. 사진 / 이해열 기자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선성현 문화단지. 사진 / 이해열 기자

마을 오른편 안동호가 바라보이는 자리에 옛 관아를 복원한 선성현 문화단지에서는 한옥숙박과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아랫목 따뜻한 한옥에 여장을 풀고 한복을 갖춰 입은 뒤 전통 두부와 안동식혜를 만들고 전통 제사 체험까지 하다보면 여행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장관청, 군관청, 형리청 등 옛 관아와 석빙고 모형도 만날 수 있는 역사관까지 둘러보고 발길을 옮기다 보면, 예안향교 가는 길과 선성산성 공원으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 선성산성은 안동을 거쳐 영남과 영동을 잇던 교통로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3·1운동 및 한국전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발굴작업을 거쳐 선성수상길을 바라보는 산책로가 멋진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트릭아트 등 재미있는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예끼마을의 골목길 풍경. 사진 / 이해열 기자
트릭아트 등 재미있는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예끼마을의 골목길 풍경. 사진 / 이해열 기자
망원경으로 산천을 살피는 양반의 모습이 재미있는 예끼마을 이정표. 사진 / 이해열 기자
망원경으로 산천을 살피는 양반의 모습이 재미있는 예끼마을 이정표. 사진 / 이해열 기자

문화단지에서 나오면 호수로 가는 선성수상길을 만날 수 있다. 넓은 부교가 길게 나 있어 그 위를 걷다보면 물결 위에 있는 듯 꿀렁꿀렁 몸이 저절로 춤을 춘다. 옛 예안초등학교가 있던 자리인 부교 중간에는 풍금과 책걸상이 있다. 선성수상길이 끝나는 곳은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진다.

INFO 선성현 문화단지
주소 경북 안동시 도산면 선성58

낙동강에 피어난 노블리스 오블리주, 도산서원
역사와 예술, 자연을 만끽하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지근거리의 도산서원으로 향한다. 조선의 성리학자였던 퇴계 이황은 평생 물러남의 미학을 추구했다. 140차례 벼슬이 주어졌지만 61차례만 받아 들였고, 그나마 오래 머물지도 않았다. 오죽하면 호가 시냇가로 물러난다는 뜻의 퇴계(退溪)’였을까. 그는 고향 안동에 도산서당을 짓고, 자연을 벗 삼아 학문을 닦으며 제자를 길렀다.

도산서원 너른 마당에서 바라다 보이는 시사단. 사진 / 이해열 기자
도산서원 너른 마당에서 바라다 보이는 시사단. 사진 / 이해열 기자
퇴계 선생에게 배움을 청하며 전국의 제자들이 찾아들었던 작은 규모의 도산서당. 사진 / 이해열 기자
퇴계 선생에게 배움을 청하며 전국의 제자들이 찾아들었던 작은 규모의 도산서당. 사진 / 이해열 기자

도산서원은 퇴계 선생이 직접 지은 도산서당과 제자들이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은 도산서원으로 나뉜다. 도산서당은 천 원짜리 구권 지폐에도 그려진 한 유서 깊은 곳으로 3칸 밖에 안 되는 작은 규모의 서당이다. 퇴계가 서당을 열었다는 소문이 나자 전국에서 수많은 제자가 찾아왔는데, 서당이 너무 좁았다. 그래서 제자들이 서당을 넓히자고 했는데, 퇴계 선생은 입지가 바로 서면 즉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굳이 여기로 오지 않아도 된다라며 물리쳤다고 한다. 전국에서 제일 큰 서원을 만들 수도 있었는데 외형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을 추구하는 퇴계 선생의 인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산서원은 전체적으로 절제된 자태에 기품이 흐르는 모습인데, 서원 앞 너른 마당의 왕벚나무 등 세월을 머금은 고목의 자태를 감상하는 것도 큰 기쁨을 준다. 왕벚나무 아래 놓인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다 보면 낙동강 한가운데에 무념무상을 느끼게 하는 시사단이 보인다. 시사단은 퇴계 선생을 기리기 위해 도산별과를 만들어 지방 인재를 뽑던 곳으로 안동댐 수위가 낮아지는 봄날에 잠수교를 통해 걸어갈 수 있다.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 촬영지이기도 하다.

Editor's Pick

새로운 안동의 맛, 대마힐링카페
선성현 문화단지에는 안동의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는 대마힐링카페가 있다. 안동 특산품인 대마씨를 뿌린 찹쌀와플과 대추차가 별미다. 품질 좋은 찹쌀을 떡으로 만들어 와플로 구워내면 겉은 바싹하고 먹을수록 쫄깃함이 살아난다. 와플 위에 안동산 대마씨를 뿌려 깔끔한 고소함을 더했다. 함께 먹으면 좋은 대추차는 대추고로 만들어 영양죽처럼 든든한 슬로우푸드의 정석이다. 안동의 카페인 만큼 안동식혜도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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