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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월드 트래블 ②] 벤탄 시장부터 책거리까지~ 소소하게 즐기는 호치민 도보 여행
[월드 트래블 ②] 벤탄 시장부터 책거리까지~ 소소하게 즐기는 호치민 도보 여행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4.02.13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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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지로서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는 베트남. 그중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섞인 호치민으로 떠나보자.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해외여행지로서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는 베트남. 그중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섞인 호치민으로 떠나보자.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베트남] 지난해부터 급증한 베트남의 인기가 다낭과 나트랑, 푸꾸옥과 같은 휴양지를 넘어 호치민까지 이어지고 있다. 높은 빌딩들이 만든 화려한 야경과 세련되게 변모한 거리,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으로 버무려진 호치민의 매력에 빠져보자.

호치민은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이자 역사와 문화가 풍부한 도시이다. 오토바이의 천국이란 오명을 벗고 점점 성장을 거듭해 세계적인 도시들을 발 빠르게 뒤쫓고 있다. 여행자들에게도 천국이다. 벤탄 시장부터 중앙우체국, 책거리까지 모두 도보 거리로 이어져 있으며 곳곳에 빈티지한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해 산책하듯 걸어서 여행하기 좋다.

사이공 강변에서 바라본 호치민의 야경.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사이공 강변에서 바라본 호치민의 야경.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거리에 과일을 즉석에서 깎아주는 노점상들이 있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거리에 과일을 즉석에서 깎아주는 노점상들이 있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호객도 흥정도 여행의 일부
벤탄 시장(Ben Thanh Market)은 프랑스 식민시기에 형성된 오래된 시장이다. 원래는 벤 응헤(Ben Nghe) 강 근처에 있었는데 1912년에 현재 위치로 옮겨 왔다고 한다. 1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어도 이곳은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매일 사람들로 북적여대 호치민 대표 명소라는 수식어가 전혀 무색하지 않다. 신선한 과일과 농산물은 물론 다양한 가공식품과 커피, 의류와 신발, 가방, 장신구, 수공예품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곳이 바로 벤탄 시장이다. 베트남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도 있다.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 들르게 되는 곳이기에 절로 걸음이 시장으로 향했다.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았던 호치민에는 유럽풍 건물이 많고 카페 문화가 발달했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았던 호치민에는 유럽풍 건물이 많고 카페 문화가 발달했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세계 어느 시장이나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호객 행위가 자연스럽다. 어디선가 고소한 커피 향이 흘러나오기에 따라가 봤더니 한 상점에 커피 원두가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원체 비싸다는 루왁(Luwak) 커피부터 베트남 특산품인 콘삭(Con Soc) 커피와 위즐(Weasel) 커피, 코코넛(Coconut) 커피 등 다양한 원두들이 눈길을 끌었다. 손님의 호기심을 놓치지 않은 점원이 재빨리 말을 붙인다. “언니, 이거 커피 진짜 좋아!” 익숙한 한국말이 놀랍기도 했지만 원두를 코앞에 들이밀며 구매를 권유하는 솜씨가 능수능란했다. 호객 따위에 굴하지 않겠노라며 사지 않았는데 그 커피 향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도는 걸 보니 하나 구입할 걸 그랬나 싶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에게 선물했으면 얼마간은 으쓱댈 수 있었을 텐데.

벤탄 시장 앞에 있는 환전소. 늘 여행자로 북적거린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벤탄 시장 앞에 있는 환전소. 늘 여행자로 북적거린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호치민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벤탄 시장. 물건을 구입할 땐 흥정은 기본이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호치민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벤탄 시장. 물건을 구입할 땐 흥정은 기본이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신발 가게를 지나다 슬리퍼가 눈에 띄어 가격을 물었더니 처음엔 90만 동을 부른다. 49,000원인 셈인데 언뜻 봐도 그 정도 가격은 아니었다. 그대로 돌아서려니 순식간에 가격이 반으로 깎였다. 여차하면 더 깎아도 줄 기세였다. 벤탄 시장에서 흥정은 무조건 절반을 깎고 시작하라는 고수들의 조언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호치민에선 편지를 보내세요
벤탄 시장에서 호치민 중앙우체국(Ho Chi Minh City Post Office)까지는 걸어서 약 15~20분 정도 걸린다. 도로며 골목마다 여전히 오토바이들이 빼곡하지만 몇 년 전 방문했을 때보다는 훨씬 질서정연한 느낌이다. 당시 끝없이 이어지는 오토바이 행렬에 길을 건너느라 애먹었는데(오죽하면 현지인이 길을 건너게 해주고 사례비를 요구했을까) 이제는 길목마다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설치되어 한결 수월하게 우체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호치민 중앙우체국. 유럽 분위기가 물씬하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호치민 중앙우체국. 유럽 분위기가 물씬하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우체국 내부에는 기념품숍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우체국 내부에는 기념품숍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호치민 중앙우체국은 벤탄 시장과 더불어 호치민 여행 필수 코스로 첫 손가락에 꼽힌다. 1886년에서 1891년 사이에 세워졌으며 유럽 분위기가 물씬하다. 파리의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이 설계한 것으로 건물 상단에 휘날리고 있는 베트남 국기를 보지 못했다면 프랑스에 와 있는 줄 착각했을 것이다.

우체국 건너편에는 호치민 노트르담 대성당(Notre-Dame Cathedral)이 서 있다. 호치민 중앙우체국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일본의 침략과 베트남 전쟁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사건들을 목격해 온 산 증인이기도 하다.

우아한 아치형 천정이 돋보이는 중앙우체국. 정면에 호치민 초상화가 걸려 있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우아한 아치형 천정이 돋보이는 중앙우체국. 정면에 호치민 초상화가 걸려 있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도시의 부침 많은 역사가 이 안에 오롯이 담겨 있다. 웅장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아치를 이룬 높은 천장과 간결한 장식들로 우아한 분위기이다. 건물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벽면에 호치민의 초상화가 걸려 있어 이곳이 베트남임을 한 번 더 상기하게 된다.

지금도 활발하게 우편 업무가 이뤄지고 있는데 가족이나 친구, 혹은 자신에게 엽서를 보내기 위해 줄을 선 여행자들도 보인다. 기념품 판매대에서 엽서를 골라 편지를 쓴 뒤 국제우편 창구에서 보내면 된다.

언젠가 캐나다 PEI 섬에 있는 작은 우체국에서 나에게 엽서를 보낸 적이 있는데 귀국한 뒤에 받은 엽서에는 여행지에서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이번엔 누구에게 호치민에서의 설렘을 담아 보낼까. 그때의 감동을 떠올리며 엽서를 한 장 골랐다.

노천 가판대에 책을 한가득 쌓아두었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노천 가판대에 책을 한가득 쌓아두었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미니 버스를 서점으로 꾸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미니 버스를 서점으로 꾸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책과 커피가 문화가 되는 공간
중앙우체국에서 오른쪽으로 몇 발자국 옮기면 바로 책거리(Book Street)이다. 200m 남짓 되는 길지 않은 거리에 서점과 카페, 소품 숍들이 줄지어 있다. 보행자 전용 구역이다 보니 여기저기 상점들을 기웃거리며 느긋하게 다닐 수 있다. 거리를 걷다 뒤를 돌아보면 호치민 노트르담 대성당이 막다른 길처럼 버티고 서 있다.

책거리 끝자락에 호치민 노트르담 대성당이 바라보인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책거리 끝자락에 호치민 노트르담 대성당이 바라보인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건물 외관에 알록달록한 간판들이 내걸린 카페 아파트먼트.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건물 외관에 알록달록한 간판들이 내걸린 카페 아파트먼트.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이곳은 오래된 서적부터 현대적인 도서들까지 다양한 책을 만나는 공간이다. 베트남어로 된 것들이 태반이라 책을 읽거나 구매하기는 어렵지만 도시의 문학적인 분위기에 젖어드는 것만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현지인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여행길에 잠시 쉼표를 찍고 가기 좋다. 때때로 거리에서 공연과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는데, 아쉽게도 이번엔 그런 행운은 누리지 못했다.

호치민에 문을 연 아라비카 카페. 외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호치민에 문을 연 아라비카 카페. 외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허름한 건물 안에 세련된 카페와 빈티지한 식당들이 숨어 있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허름한 건물 안에 세련된 카페와 빈티지한 식당들이 숨어 있다. 사진 / 정은주 여행작가

책거리에서 사이공 강(Saigon River) 쪽으로 방향을 틀어 카페 아파트먼트(Cafe Apartment)로 걸음을 옮겼다. 카페 아파트먼트는 요즘 호치민에서 핫한 장소로 낡고 오래된 건물에 다양한 콘셉트의 카페와 펍,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 로고로 유명한 아라비카(Arabica) 카페에서 여행의 피로를 푸는 시간. 호치민에서 소확행을 이룬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Travel information
베트남 호치민
비자 - 관광객들은 45일까지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다.

기후 - 연평균 기온이 30도를 넘는 열대 기후이며 11~4월은 건기에 속한다. 1~3월이 가장 날씨가 맑고 덥지 않아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항공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베트남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비엣젯항공이 직항 편을 운행한다. 비행시간은 약 5시간 30.

전압 - 우리나라와 동일한 220V 전압을 사용한다.

시차 - 한국보다 2시간 느리다. 예를 들면 한국이 오전 7시일 때 호치민은 오전 5시가 된다.

정은주 여행작가
*20년째 여행글밥을 먹고 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늘 가보지 않은 길을 꿈꾸며 한 발씩 내딛고 있다.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는 생활형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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