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마을따라 마음따라] 물 좋고 술 좋고, 세상이 시원타! 청주 청원 내수
[마을따라 마음따라] 물 좋고 술 좋고, 세상이 시원타! 청주 청원 내수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4.03.1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 좋은 고장으로 나를 깨우기 위한 여행을 다녀왔다. 사진은 장희도가 내 카페.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물 좋은 고장으로 나를 깨우기 위한 여행을 다녀왔다. 사진은 장희도가 내 카페.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청주] 세상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거나 세상사가 답답할 때, 때론 시원한 물 한 컵이 약이 되기도 한다. 땅에서 솟는 샘물들을 흔히 약수라고 말하는데 이는 몸에 유익한 성분들이 포함되었다는 과학적 근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탄산 성분이 포함된 약수는 특유의 톡 쏘는 맛이 몸속을 깨워주는 느낌이다. 청주의 초정으로 떠나는 여행은 나를 깨우기 위한 여행이다.

우리나라엔 탄산 성분이 있는 약수가 많다. 정선의 화암약수가 철분이 함유된 탄산수이고, 인제의 방동약수나 청송의 달기약수도 톡 쏘는 탄산 약수다. 그 외에도 탄산 성분이 함유된 약수는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첫손 꼽는 건 역시 음료기업의 광고로 인해 초정리 광천수로 귀에 박힌 초정약수다.

일제강점기부터 쓰던 초정영천과 야외 족욕 체험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일제강점기부터 쓰던 초정영천과 야외 족욕 체험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세종대왕에게 초정약수를 바치는 모습을 재현한 초정약수 상징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세종대왕에게 초정약수를 바치는 모습을 재현한 초정약수 상징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세계 3대 광천수, 초정약수
초정약수는 세계 3대 광천수로 통한다. 어떤 자료에는 전 세계적으로 4,000개가 넘는 물 브랜드가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사스터(Shasta), 독일의 아폴리나리스(Apollinaris)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로 이름을 올렸다니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문득 드는 의문 하나. ‘세계 3대 광천수는 언제 어디에서 인증한 것일까? 그 출처를 찾기가 어렵다. 초정약수를 오랫동안 연구한 박구원 청주대 교수는 논문을 통하여 초정의 광천수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일제에 의해 이미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최고의 광천수로 평가받았으며 세계 3대 광천수로도 정의되었다고 한다. 세계 3대 광천수라는 수식어만도 역사가 100년이나 된 셈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100년 전의 그 인증기관을 찾을 수가 없다. 다만 당시 외국으로 광천수를 수출하였던 일본의 기술 수준에 비추어 보면 해외의 어느 기관에서 거론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초정행궁 전경.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초정행궁 전경.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초정약수를 받아가는 관광객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초정약수를 받아가는 관광객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초정리의 약수는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꽤 깊다. 문헌상으로 분명히 기록된 것만 하여도 여럿이다. 그중 세종대왕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1444년에 세종이 안질과 피부병을 치료하고 요양하기 위해 이곳 초정리를 찾았는데 봄과 가을 2차례에 걸쳐 121일이나 머물며 치료하였다고 나온다.

당시 소헌왕후와 세자 등 왕실 가족들이 동행하였으며 봄과 가을에 연거푸 행궁을 찾은 것을 보면 이미 봄 행차 때 어느 정도 효험을 본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세종대왕은 안질을 앓고 있었음에도 행궁을 찾으면서 훈민정음 관련 자료는 챙겼다고 하니 1446년 훈민정음 반포에 초정약수가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동행했던 세자는 세조로 즉위한 후에도 다시 초정을 찾았다고 한다.

톡 쏘는 탄산욕을 즐길 수 있는 초정약수세종텔.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톡 쏘는 탄산욕을 즐길 수 있는 초정약수세종텔.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세종스파텔 내부 모습. 가운데 큰 욕조가 초정광천수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세종스파텔 내부 모습. 가운데 큰 욕조가 초정광천수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청주시에서는 초정에 공원을 조성하고 당시의 행궁을 재현해 놓았다. 세종대왕 관련한 전시물이 건물 안팎에 전시되어 있으며 초정약수를 체험할 수 있는 족욕장과 체험관이 마련되어 있다. 숙박시설로 활용되는 한옥도 있어 관광객들이 왕처럼 행궁에서의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행궁 밖에는 관광객들이 초정약수에 목욕을 할 수 있는 욕장이 두 곳 영업 중인데 초정약수원탕과 초정약수세종스파텔이다. 초정약수원탕은 먼저 생긴 곳이고 나중에 생긴 초정약수세종스파텔은 객실까지 갖춰져 시설이 더 좋은 편이다.

탄산의 농도는 초정약수세종스파텔이 더 높다고 하는데 60개의 객실과 함께 찜질방, 노천탕까지 갖추고 있다. 욕장의 메인 욕탕에 들어가면 톡 쏘는 탄산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데 그 상쾌함이 몸속 깊이 스며든다. 문철순 세종스파텔 부사장은 초정약수 마시는 요령을 알려준다.

장희도가 전경.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장희도가 전경.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초정약수는 아토피나 피부병에 특히 효험이 있다고 많이 알려졌죠. 또한 위장병에도 좋다고 알려졌는데 철분 성분이 있어서 두 세잔 정도가 좋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마시거나 장복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탄산 농도가 더 높아지는데 시원한 초정약수 노천탕에 몸을 맡기면 몸과 마음이 절로 힐링이 될 듯하다.

좋은 술은 좋은 물에서, 세종대왕 어주
초정에 머물렀던 세종대왕의 이야기는 오늘날 새로운 콘텐츠로 부활했다. 눈이 불편한 가운데에서도 훈민정음을 반포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에 열중했던 세종대왕의 애민 의식을 놓치지 않고 붙잡은 이가 있다. 13년 전에 초정으로 귀촌한 장정수 대표다.

장희도가 장정수 대표.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장희도가 장정수 대표.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좋은 물이 있으면 좋은 술이 있는 법. 장 대표는 옛 문헌을 뒤져 <산가요록>에서 그 답을 찾았다. <산가요록>은 세종에서 세조까지 이례적으로 네 임금을 섬긴 의관 전순의가 지었는데, 이는 평범한 백성들을 위한 생활안내서다. 또한 농업서이면서도 음식서이기도 했는데, 특히 양조법이 비교적 정확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 푸른 빛이 돈다는 벽향주와 황금주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양조학을 전공한 부인과 함께 그는 고서의 요리법을 붙들고 씨름하다 마침내 세종대왕의 어주를 개발했다. 직접 만든 누룩에 찹쌀과 멥쌀을 8:2의 비율로 섞어 삼양주로 빚고 발효와 숙성에만 90일간 공들였다. 물론, 풍부한 미네랄로 발효 작용을 돕는 초정의 물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게 태어난 약주는 2019년에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산미와 감미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맛이 깔끔하다며 호평을 받았다.

우리술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한 세종대왕 어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우리술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한 세종대왕 어주.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장희도가는 약주와 탁주가 청주시 관광기념품으로 선정이 되고 농림부로부터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는 등 관광객들에게도 친화적이다.

특히 교육 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체험장에 들어서니 교육생들이 빚어놓은 술로 빼곡하다. 10명 이상이면 신청이 가능한 딸기 막걸리체험도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지역 브랜드인 청원 생명 딸기청원 생명 쌀로 막걸리 체험을 하고 있어 지역을 홍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장 대표의 자랑처럼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하니 지역도 살고 양조장도 살게 된다. 장 대표는 탁주와 약주에 이어 앞으로 증류식 소주까지 생산할 계획이라고 귀띔한다.

운보 김기창 화백 동상.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운보 김기창 화백 동상.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운보의 집 미술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운보의 집 미술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더불어, 초정리에서 약 6km 떨어진 운보의 집은 청원 여행길에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운보 김기창 화백이 생전에 살던 한옥과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은 만 원권 지폐의 세종대왕 영정을 그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한국전쟁 피난 당시 그렸다는 예수의 생애는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갓 쓴 예수의 모습이 이채롭다.

30년 내공으로 빵을 빚는 초정리제빵소.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30년 내공으로 빵을 빚는 초정리제빵소.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쪽지
초정리제빵소(043-215-0500) - 갓 개업했지만 주인의 내공은 30년이 넘어 맛있는 빵들이 많다.
초정약수물 뜨는 곳 - 초정약수원탕 앞에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3곳 있다. 소량은 무료.
초정약수세종스파텔(043-213-2332) - 사우나, 찜질방, 호텔 운영.
초정행궁(043-270-7332) - 한옥숙박, 전통찻집 운영. 행궁 내 전시관과 족욕 체험은 무료.
장희도가(070-4415-6567) - 세종대왕어주(약주, 탁주)와 현미식초를 생산 판매하며 체험프로그램 운영.
초정약수원탕 - 043-213-6060
운보의집 - 043-213-057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