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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싱싱한 회와 새콤한 양념, 그리고 흰 밥, 명천회식당
싱싱한 회와 새콤한 양념, 그리고 흰 밥, 명천회식당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6.12.06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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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밥상②, 포항 무침회 백반
포항 사람들이 자주 먹는 등푸른 생선들과 갖은 야채를 함께 버무린 무침회.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포항] 경북 남동부를 흐르는 형산강과 동해 영일만이 만나는 자리에 위치한 포항은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는 어종이 풍부하게 잡히는 곳이다. 그래서 자주 먹는 음식이 바로 막회다. 흔하게 잡히는 생선들을 ‘막 썰어’ 먹는다 하여 막회라는 투박한 이름이 붙었지만, 뜨거운 쌀밥과 함께 먹는 차가운 회의 식감은 혀끝에 기대 이상의 조화로움을 맛보여준다.

언젠가부터 포항 북부시장 인근에는 막회에 ‘등푸른생선회’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식당들이 생겨났다. 막회라는 이름도 정감이 있어 좋지만, 등푸른 생선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절로 나오는 군침을 삼키며 발걸음을 향할법한 네이밍이다.

명천회식당의 2인상. 두 사람이 먹기 충분히 푸짐한 양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기본적인 무침 상태로 서빙되므로 개개인의 입맛에 맞게 초장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싱싱한 식감과 푸짐한 양으로 인기
북부시장 근방에서 등푸른생선회라는 명칭을 제일 처음 쓰기 시작했다는 명천회식당의 이광국 대표는 “우리가 흔히 먹던 음식을 팔면서 이름이라도 좋아야겠다는 생각에 등푸른생선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정직함을 내비친다. 식당 메뉴도 정직하게 무침회와 물회, 오징어회가 전부. 회를 취급하는 식당에서 이것저것 같이 하면 맛을 그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 오로지 막회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로 목표 삼았단다.

“횟집인데 매운탕은 없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간혹 있어요. 그러면 저희는 막회 재료와 함께 구입해서 끓여낸 미역국 밖에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매운탕을 추가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다른 메뉴를 신경 쓰다가 재료(회)의 싱싱함을 놓치면 손님에게 더욱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밥 위에 얹어먹는 시원한 회의 맛이 꽤나 매력적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메뉴 종류가 단출한 대신 기본 회 조합의 변화가 무쌍하다. 먼저 청어와 숭어, 오징어 등을 섞고, 계절에 따라 전어, 멸치 등을 추가한 횟감을 기본으로, 양파, 참나물, 깻잎, 미나리에 역시 계절에 따라 미역 등을 추가해 양껏 버무린다. 여기에 초장을 곁들이면 무침회가 되고, 비빔장과 얼음을 섞으면 물회가 된다(포항에서는 물회에 육수를 붓지 않고 자작한 상태로 먹는다). 먹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르기에 양념을 섞지 않고 제공하는 것도 마음에 드는 점. 덕분에 담백한 무침회를 먹다가 빨갛게 양념을 섞어먹는 등 한 상을 다 먹을 때까지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밥 따로, 회 따로 먹다가 초장을 듬뿍 뿌려 비벼먹는 맛도 일품. 사진 노규엽 기자

회를 먹을 때 초장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오랜 연구를 통해 직접 만들어낸 명천회식당의 초장은 꼭 맛보기를 권한다.

“포항식 무침회에 가장 알맞은 초장을 만들어냈다고 자부합니다. 선어회로 사용하는 청어, 꽁치 등은 양념이 잘 배기 때문에 비벼먹는 게 가장 맛있거든요. 찍어먹는 것과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명천회식당의 이광국 대표. 사진 노규엽 기자

명천회식당이 지닌 또 하나의 포인트는 푸짐한 양과 배려이다. 1인분을 주문해도 문제없고, 회든 밥이든 부족함이 없도록 제공한다. “식당에서 1인분이란 한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라는 게 이광국 대표의 모토이기 때문이다.

싱싱함이 생명인 회인만큼, 횟감도, 각종 야채도 이광국 대표가 직접 새벽부터 공수해오는 것은 기본.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고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 하루치를 넉넉하게 준비하기에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오후 9시까지는 영업한다.

 

Info 명천회식당
메뉴 무침회 9000원, 물회 1만원, 오징어회 1만2000원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삼호로 70
문의 054-253-8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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