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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slow travel] 아는 사람만 아는 길
[slow travel] 아는 사람만 아는 길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6.07.06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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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에서 고치리 계곡, 태안사까지
섬진강과 대황강이 만나는 압록에서 고치리 계곡를 지나 태안사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는 '아는 사람만 아는 길'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곡성] 봉이 김선달이 ‘곡성’에 살았다면, 무엇을 했을까? 숲에서 만들어진 신선한 공기를 도시에 내다 팔았을 것이다. 섬진강, 대황강을 따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숨을 더 크게 들이마시게 되는 이유다. 자연을 벗 삼아 함께 걷기 좋은 곡성의 숨겨진 둘레길을 찾았다.

예전부터 사람들이 읍내로 나오기 위해 걸어 다니던 길. 지도에도 없는 길이다. 이 길은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대황강(보성강)만이 여행자의 길동무가 되는 곳이다. 

트레킹 출발 코스인 통나무집으로 연결되는 다리는 안전상의 이유로 올해 안에 철거될 예정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섬진강과 대황강이 만나는 압록 유원지를 끼고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다리가 보인다. 이 다리는 압록역에서 약 1km 지점에 있다. 둘레길의 시작은 이 다리를 건너 참게 매운탕과 은어구이로 유명한 통나무집부터 시작이 된다.

올해 안에 이 다리는 안전상의 이유로 통행이 금지되며, 철거될 예정이라고 한다. 바로 옆에 새롭게 세워지는 다리가 그 역할을 대신할 예정이다.

어릴 적 걸어 다녔던 오솔길이 이제는 둘레길로...

“주말이면 아무 약속이 없는데도 동네 아이들과 이 다리로 나왔죠. 이 다리에서 달을 보면 그렇게 예뻤거든요. 그리고 이 길도 오솔길이었어요. 어릴 적 그렇게 많이 걸어 다녔는데, 이제는 둘레길로 조성된다고 하네요.”

김숙경 곡성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어릴 적 추억과 함께 새로 조성되는 둘레길을 설명한다. 압록에서 고치리의 태안사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는 ‘아는 사람만 아는 길’이다. 통나무집에서 화이트 빌리지까지 약 750m는 포장된 도로가 이어진다. 

참게 매운탕과 은어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통나무집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아는 사람만 아는 길'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오르막 구간의 도로에 포장이 되어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대황강 이야기. 보성강으로 부르는 이곳을 마을사람들은 예전부터 대황강이라고 부른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화이트 빌리지를 지나면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그리 높은 지형은 아니라 누구나 올라갈 수 있다. 꼬불꼬불 둘레길을 따라가다 보면 ‘대황강 이야기’라는 푯말이 나온다.

‘일제 강점기에 보성강이라 불렸으며, 1991년 주암댐의 완공과 더불어 강은 호수화 되었고, 광주ㆍ목포 등지로 물이 빼돌려지면서 본래 강의 위엄은 사라졌다. 다만, 18km의 곡성 구간은 아직 온전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곡성에서는 이 강을 대황강이라고 불렀다’고 적혀있다. 

오름이 있으면 내림도 있는 법. 내림 구간에는 비와 눈으로 인한 길의 침식과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포장이 되어 있다. 한적해 보이는 길옆으로 ‘잠시 쉬어가라’고 벤치가 놓여있다. 울창한 숲길이 그늘막이 되어 여행자를 반긴다. 걷는 길마다 곡성의 관광지를 알리는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는 ‘곡성 섬진강 천문대’를 소개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천문대 중에는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곡성 섬진강 천문대는 600mm 천체망원렌즈와 8m 원형 돔 스크린을 갖추고 있다. 

한참을 걸어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들린다. 그 옆으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나무 그네 쉼터도 마련되어 있다. 자연 그대로를 살리며, 여행자를 위한 휴식처이다. 흐르는 계곡 물에 발을 담그며, 땀을 식히기에도 좋은 곳이다. 길을 걷다 보면 드문드문 대황강 건너까지 모습이 들어온다. 

걸으며, 쉬며... 읽어 내려가는 아름다운 관광지

아름다운 선율이 느껴지는 산세에 대황강의 물소리,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있어 흐르는 땀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지난 5월 영화 <곡성>과 함께 가고 싶은 여행지로 알려진 ‘곡성’은 바로 이어진 ‘세계장미축제’에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해보다 2만여 명이나 많이 세계장미축제를 방문한 것이다. 

대황강의 모습을 전망할 수 있는 데크 전망대. 지금은 나무들이 앞을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짙은 녹음이 깔려 있는 둘레길을 걸으며 숨을 크게 들어마시게 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계곡 사이로 시원한 물이 흐른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숲길을 지나 멀리 벤치와 함께 푯말이 보인다. 탁 트인 공간에 세워진 ‘장미공원’ 푯말에는 ‘1004종의 장미가 피어나는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장미공원은 천만 송이의 화려한 꽃과 진한 향기로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다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한참을 걸어 내려오면 데크 전망대가 보인다. 앞에 나무들로 고개를 내밀어야 대황강의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아래에는 대황강을 따라 자전거길을 내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번에는 정자가 보인다. 잠시 물 한 모금과 당분 섭취를 하고 다시 길을 걷는다. 숲길을 빠져나오면 축사가 보인다. 이 축사가 숲길의 마지막 지점이다. 걷는 이에게 추억과 행복을 전해준다. ‘고치리 임도’와 자전거도로가 표시된 이정표가 있다. 시골길을 빠져나와 시원하게 뻗은 아스팔트를 따라 ‘고치길’을 걷는다. 

통일성 없는 이정표... 여행자의 길잡이가 될 이정표 절실 

한참을 걸으면 축사가 보인다. 이정표가 없어 잠시 고민을 하게 되는 지점이다. 길이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니 걸어간다. 다시 시골의 풍경을 담아내는 길이 보인다. 

시급히 고쳐져야 할 자전거 도로 이정표. 사진 / 조용식 기자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과수원을 지나면 다리가 보이는데, ‘유봉교’라고 적혀있다. 유봉교를 지나면 이정표가 보인다. 태안사로 가는 방향과 용산재가 있는 목사동 방향의 갈림길이다. 여기서 태안사 입구까지는 4km 구간을 따라 걷는다. 

태안사 입구에서 2.2km 구간의 숲길은 산림욕을 하는 느낌이다.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을 지나 태안사 능파각에서 잠시 발을 멈춘다. 능파각 주변 계곡의 물과 주위 경관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능파각은 속세를 떠나 불계로 입문하는 다리다.

그래서 이 능파각을 건너면서 세속의 번뇌를 모두 던져버리고 불계로 입문하는 것이다. 김숙경 문화관광해설사는 “능파각을 지나 오솔길을 올라가면 참 운치 있고 좋아요. 그 길로 일주문도 만날 수 있죠” 한다.

태안사의 능파각. 사진 / 조용식 기자
적인선사탑(보물 제273호). 사진 / 조용식 기자
곡성은 72%가 산림으로 신선한 공기와 골짜기마다 시원한 물이 흘러내린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 일주문이지만, 태안사는 이 능파각에서 시작된다. 오솔길을 따라 만난 일주문에는 ‘동리산 태안사’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일주문을 막 지나 오른쪽 부도밭에 자리한 광자대사탑(보물 제274호)과 탑비(보물 제275호)가 있다. 대웅전 뒤로 있는 돌담을 따라 올라서면 적인선사탑(보물 제273호)이 있다. 혜철 스님의 사리를 모신 승탑이다.

압록에서 고치리 계곡을 따라 태안사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다. 개발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곡성. 72%의 산림으로 신선한 공기가 넘쳐나는 곡성에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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