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아이와의 여행, 어떻게 할까?
“아빠, 저거 뭐야?
“엄마, 빨리 와~~”
“쪼금만 더 있으면 안돼요?”
여행. 생각만 해도 설렙니다. 여행이 직업이어도 여전히 여행은 설레입니다. 게다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더욱 그렇죠. 무럭무럭 커가는 아이들을 보는 뿌듯함과 더불어 지나고 나면 다시 오지 않을 아쉬움에 소중하기만 합니다. 이대로 영원히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도 가끔씩 해봅니다.
그런데 여행……. 여행이란 무엇일까요? 여행작가로서 여행을 직업으로 하는 제게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글쎄요? 여행이 무엇일까요? 길을 떠나면서도, 길 위에 있으면서도 여행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아이와의 여행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유년기 여행의 소중함... 아이의 미래에 감성창고 역할 기대
여행을 가면 우리는 그 장소가 옛날에 무엇을 했던 공간인지 어떤 공간인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를 살펴보는 것이지요. 미래를 더 잘 살기 위해 역사공부를 하는 것처럼 여행을 통해 과거에서부터 현재를 살피고 느끼고 만나고 생각하며 미래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이들과의 여행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겠지요. 물론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공감의 콘텐츠가 쌓이며 재충전의 시간도 빠뜨릴 수 없지만 아이의 미래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유년기의 여행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趙廷來,1943년 8월 17일 ~)는 벌교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30년 뒤 유년기에 뛰어놀던 골목과 방죽과 벌교 구석구석이 10권의 대하소설로 승화되었으니 유년시절의 기억과 느낌이 평생 먹고 살 감성창고가 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저도 무언가에 대한 글을 쓰려할 때면 머릿 속 어느 귀퉁이에 꼭꼭 숨어 있던 유년시절의 기억이 압축파일 풀리듯 영화의 장면처럼 눈앞으로 펼쳐집니다. 아이의 유년시절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접했던 모든 것이 평생을 이끌어갈 심상(心象)창고가 될 것입니다.
예천 회룡포 강가의 따뜻한 모래 알갱이, 고창의 파르라니 청보리밭, 철썩이는 속초 앞바다의 파도와 물보라, 찰방찰방 무릉계곡의 물줄기, 옆집 할머니에게서 들었던 칭찬 한 마디……. 수많은 감성의 자극이 몸속 곳곳에 박혀 있다가 글쟁이가 되면 글로 풀어질 것이고, 디자이너가 되면 저도 모르는 영감으로 번득일 것입니다. 벌교 골목과 들녘을 쏘다녔던 2년간의 벌교생활이 한국문학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10권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밑거름이 되었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풍경과 우리들의 생활모습과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인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스무 살에 끝나고 아파트 담벼락과 인터폰, 게임팩을 넣어놓는 우편함만 기억해도 된다면 열심히 학원만 보내면 되겠지요. 하지만 백 살, 백 이십 살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니 좀 더 따뜻하고 좀 더 깊이있는 심상을 가슴 가득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6년 7월호 [아이와 떠나는 여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