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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초록별 가족여행] 청양 장승마을 꿀벌 생태 체험
[초록별 가족여행] 청양 장승마을 꿀벌 생태 체험
  • 구동관 객원기자
  • 승인 2005.08.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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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창양의 장승마을에서 꿀벌 생태 체험이 진행중이다. 2005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창양의 장승마을에서 꿀벌 생태 체험이 진행중이다. 체험객들이 호기심 반, 우려 반인 눈길로 꿀벌을 바라보고 있다. 2005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청양] “쏘이지 않을까?” 벌에 쏘여 본 적이 있는 다솜이가 걱정이 되나 보다.“벌 키우는 분들은 쏘이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을 거야.” 그렇게 대답했지만 걱정이 되는 건 나도 마찬가지. 이번 여행은 우리 홈페이지를 보고 참여한 다른 가족과 함께 했다.

산이 많아 충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청양에서 꿀벌생태체험을 하게 됐다. 체험 여행을 원하는 분에게 농업기술센터 체험마을을 소개해 주다가 갑자기 일이 커졌다.

서울에서는 여행사를 통하여 누에체험에 참여할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누에체험을 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런 이유로 누에체험을 원하는 지방 사람은 서울에서 체험자들이 올 때 농가에서 합류하도록 해왔었다.

현지에서 합류하는 사람이 많은 경우 체험 진행이 매끄럽지 않아 여행사에서는 썩 반기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올해는 각 지역 가족이 청양에 도착한 뒤 청양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마련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홈페이지에 공지해 놓고도, 다섯 가족만 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일주일 새 스무 가족이 넘었다. 체험 신청이 너무 늘어 행사 전체를 바꿔야 했다. 한번만 진행하려던 체험을 두 번으로 나눠 진행해야 했고, 누에체험만 하려던 것을 꿀벌생태체험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2년 전 누에체험을 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참여할 생각이 아니었던 우리 가족도 따라 나서기로 했다. 꿀벌체험을 한 곳은 정산면 용두리. 마을 모양이 용의 머리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우리나라 장승의 대표 선수 용두리 장승. 2005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우리나라 장승의 대표 선수 용두리 장승. 2005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꿀벌을 만나기 전에 여행객을 먼저 반긴 것은 시원한 정자나무와 그 그늘에 자리 잡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장승이었다. 마을 주민 한 분이 장승과 느티나무에 대해 설명했다. 장승을 세워둔 마을이 많지만, 용두리 장승은 보통 장승이 아니란다.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 장승제를 지내며 장승을 다시 세운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모셔진 장승이 바로 이 마을의 장승이다. 더욱이 4년에 한 번씩은 민속박물관에 올라가 직접 장승제를 지내고, 장승도 세운다.

그 마을의 장승이 우리나라 장승의 대표 선수 격인 셈이었다. 느티나무 또한 예사 나무가 아니었다. 500년쯤 된 느티나무는 원래 세 그루였단다. 한 그루는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이며, 또 한 그루는 우리나라의 중심, 마지막 한그루는 충남의 중심이란 의미이다.

설명을 듣고 나니 마을이 달라 보였다. 정말 우리나라의 중심, 아니 세계의 중심 같아 보였다. 마을을 거슬러 올라갔다. 양봉 농가에 도착하자 본격적인 꿀벌생태체험이 시작됐다. 벌의 일생 설명을 듣고, 벌통을 관찰하러 갔다.

벌집에서 꿀을 따기 위해서는 먼저 밀납을 정리해야 한다. 2005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벌집에서 꿀을 따기 위해서는 먼저 밀납을 정리해야 한다. 2005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벌집 안으로 벌이 계속 날아든다. 한창 꽃이 만발한 때이니, 벌은 부지런히 꿀을 모으는 중이리라. 벌이 몰려오는 곳으로 쑥 연기를 뿜었다. 벌은 연기를 피해 다른 곳으로 달아났다. 벌통을 열고 벌집 한판을 빼 냈다.

벌이 잔뜩 달라붙어 있다.‘벌집 쑤신 듯하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저 벌들이 공격을 시작한다면 꽁지에 불이 붙은 듯 도망을 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 많던 벌도 쑥 연기 한방에 금세 꼬리를 감춘다. 벌집에서 꿀을 따는 체험은 실내의 채밀기에서 진행 되었다.

“우리 집 애들은 저보고 뭐라고 혀유. 꿀벌 등쳐먹는다구유. 벌이 부지런히 모은 꿀 훔쳐 먹으니께유….”

채밀기. 벌집의 밀납층을 세로로 넣고 회전시키면 원심력으로 꿀이 빠져 나온다. 2005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채밀기. 벌집의 밀납층을 세로로 넣고 회전시키면 원심력으로 꿀이 빠져 나온다. 2005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양봉원 안주인의 이야기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생각해 보니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양봉을 하는 사람은 꿀을 빼내고도 벌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핀다. 이용은 하지만, 늘 상생의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벌집의 밀납층 윗부분을 칼로 벗겨낸 뒤 커다란 원통 모양의 자동 채밀기에 세워 넣었다. 그리고 전기를 이용해 회전을 시키면, 원심력으로 꿀이 빠져 나오도록 되어 있었다. 잠시 후 한쪽 구멍으로 주르륵 꿀이 흘러나왔다.

확대경을 든 다솜이가 여왕벌을 찾기 시작했다. 2005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확대경을 든 다솜이가 여왕벌을 찾기 시작했다. 2005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달콤한 꿀 냄새가 확 풍긴다.‘꼴깍…, 꿀꺽…’ 지켜보던 사람들이 침 삼키는 소리를 냈다. 여행객들이 침 삼키는 소리를 양봉 농가도 들었나보다. 잔디밭에 꿀맛 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꿀을 그냥 맛보는 사람도 있고, 차로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듯’ 잠시 조용해졌다. 맛있는 자리 옆쪽으로 꿀벌 관찰 상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체험가족이 꿀벌을 잘 살펴볼 수 있도록 유리상자로 꿀벌이 살아가는 집을 하나 만들어 두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동물원 같다.

양봉 체험이 끝나고 바라본 농촌 들녘. 들녘을 바라보고 앉은 아이들의 등을 오랜만에 본다. 2005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양봉 체험이 끝나고 바라본 농촌 들녘. 들녘을 바라보고 앉은 아이들의 등을 오랜만에 본다. 2005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그 안에는 여왕벌 한 마리가 꿀벌 무리를 거느리고 살고 있었다. 알도, 유충도, 일벌도 볼 수 있었다. “여왕벌이 어떤 거야?” 한적한 시골 마을이 여왕벌을 찾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로 뒤덮였다. 확대경을 든 다솜이도 여왕벌을 찾기 시작했다.

“저기 조금 큰 녀석이 여왕벌이야” 누군가 여왕벌을 찾았다.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그곳으로 모인다. 귀한 보물을 찾은 듯 아이들 눈이 반짝거렸다. 여행길의 하루해는 짧다. 뭔가를 직접 해보는 체험 여행에서는 더욱 그렇다.

산골마을을 비추던 맑은 햇님도 서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둘 무렵,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 속에 누에와 꿀벌체험 여행이 마무리 되었다.

Info 가는 길
서해안 고속국도 대천IC -> 36번국도 보령 방향 -> 청양읍 -> 정산면 용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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