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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초록별 가족의 체험여행] 아하! 한지는 이렇게 만드는 거였구나~ 안동 한지 체험
[초록별 가족의 체험여행] 아하! 한지는 이렇게 만드는 거였구나~ 안동 한지 체험
  • 구동관 객원기자
  • 승인 2005.03.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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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안동 하회마을의 풍경.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안동 하회마을의 풍경.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안동] 소나무 가족과 함께 안동여행에 나섰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거쳐, 한지 체험까지 우리 전통문화를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 사실 하회마을은 썩 맘에 드는 곳이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마을이어서 가장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될 수 있는 곳인데, 그곳에 들어서면 시멘트로 덧칠해 무너지는 것을 막았던 익산의 미륵사지 탑이 떠오른다. 미륵사지 탑에서는 비록 붕괴는 막았지만 보기는 흉했던 시멘트를 지금 걷어내고 있다.

자꾸 변해가는 하회마을도 시멘트로 덧칠해지는 모습 같다. 언젠가는 마을의 본 모습을 찾기 위해 시간도 많이 드는 힘든 작업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곳으로 우리는 여행을 떠났다. 어쩌면 더 망가지기 전에 그곳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회마을은 원래 멋진 곳이었고, 아직도 그 멋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 아닌가? 그런 하회마을을 조금은 담담한 눈빛으로 돌아보고 나왔다.

병산서원 만대루.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병산서원 만대루.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하회마을 다음으로 찾은 병산서원은 하회마을에서 느낀 아쉬움을 조금 덜어주었다. 남들이 불편해 할 비포장 진입로부터 전통과 가까워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더 정겨웠다. 흙먼지 폴폴 나는 그 길이 나에게는 더 좋지만, 그 길도 머지않아 여행자의 편의를 핑계로 포장 될 것이다. 어떻든, 병산서원에서 비틀거리는 나무를 기둥으로 하여 서 있는 만대루를 만난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배롱나무 꽃이 활짝 핀 7월 여행이라면 더 멋지겠지만, 꽃이며 잎이 모두 져 앙상한 가지로 남은 겨울에도 그곳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모습은 세상사는 근심을 잠시 벗어두게 할 만큼 아름답다. 병산서원을 돌아볼 때서야 아름다운 안동여행이 실감나고 비로소 마음 가득 여행의 행복함이 채워졌다.

하회마을을 먼저 들른 뒤 병산서원을 찾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회마을과 서원을 둘러보고 안동으로 향했다.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한지체험이 가능한 ‘안동 한지’를 눈여겨 봐두었다.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체험이기에 마을을 둘러 본 뒤 나오는 길에 그곳에 들러 한지 만들기를 하자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했었다.  

실제 종이를 만들때는 이렇게 큰틀을 이용한다.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실제 종이를 만들때는 이렇게 큰틀을 이용한다.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체험 소요시간을 문의하니 작업하는 것에 따라 다르지만 30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원래 한지를 만드는 작업은 산에서 종이의 재료가 되는 닥나무 껍질을 벗겨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지만, 체험장서 이미 어느 정도 작업을 해놓은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작업을 하는 것은 30분이면 된다.

체험에 앞서 한지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한지는 우리나라 고유의 방법으로 만드는 종이란다. 가장 중요한 재료는 닥나무인데, 강원도 원주와 주문진, 경북의 예천과 의성이 닥나무가 많이 나는 곳이며 1년생 닥나무를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채취한단다.

그렇게 채취한 닥나무를 가마솥에 넣고 물

종이 모양 틀을 물 속에 넣었다가 빼 잘 흔들어 준다.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종이 모양 틀을 닥죽을 푼 물 속에 넣었다가 빼 잘 흔들어 준다.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을 부어 10시간 정도 삶아서 벗겨낸 뒤 껍질을 건조시킨 것을 피닥이라고 한다. 그리고 피닥을 물에 불리고, 칼로 표피를 제거한 것이 백닥이 된다. 백닥을 잿물을 넣어 10시간 정도 삶는 과정과 15일 정도 헹구는 과정을 거친 뒤 햇볕을 쬐어 표백을 하고 티 고르기와 짓이기기를 거치면 닥나무의 섬유가 뭉개져 죽처럼 된다.

그것이 닥죽인데, 깨끗한 물에서 풀어 적당한 크기의 종이 모양 틀로 떠낸 뒤 말리면 종이가 된다. 체험장에는 닥죽이 되는 과정까지는 미리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은 닥죽에서 A4용지 크기의 작은 종이 틀을 이용해 종이 한 장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설명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체험 시간. 아이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종이 모양 틀을 잡았다. 그 틀에 촘촘한 발 하나를 끼워 넣은 후, 그 틀을 종이 물에 푹 넣은 뒤 틀에 가득하게 종이 물로 채운 뒤 들어올렸다. 그리고 설명을 들은 대로 앞뒤로 하나, 둘, 셋. 좌우로 하나, 둘, 셋. 그렇게 구호를 외쳐가며 열심히 흔들었다.

틀에서 발에서 제거하여 종이만 남게 한다.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틀에서 발에서 제거하여 종이만 남게 한다.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한지를 만드는 전통 방식은 앞물로 떠서 뒤로 흘려보내고, 옆물로 떠서 다른 쪽 옆으로 흘려보내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그런 과정을 거쳐 한지가 튼튼하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체험 과정은 종이물을 한번에 가득 담아서 앞뒤, 좌우로 흔드는 것으로 그 과정을 대신 했다.

“정성껏 흔들어야 더 멋진 종이가 될 거야.” 체험을 진행하는 분의 한마디에 아이들의 손 놀림이 더 신중해졌다. 잘 흔들어야 예쁜 종이가 된다는 말에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그 틀을 흔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흔들어 준 뒤 위에 있는 물을 살며시 따라 냈다.

종이 틀에서 발을 분리하자 발 위에 하얀 종이 모양이 생겼다. 그것이 ‘바탕’이란다. 원래 한지 제작 방식은 바탕을 차례로 쌓아두고, 위에 무거운 돌을 올려 놓아 밤새도록 물을 빠지게 한다는데 체험에서는 손으로 꼭꼭 눌러 그 과정을 대신했다.

종이 위에 놓고 두드려 물기를 제거한다.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종이 위에 놓고 두드려 물기를 제거한다.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그렇게 물을 빼낸 종이는 뜨거운 건조판 위에 올려졌다. 건조판 위에서 솔질을 하면서 한지를 말렸다. 건조판 위에 올려두고 5분쯤 지났을 때, 따뜻한 건조대에서 마른 종이가 살짝 몸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한쪽부터 슬슬 건조판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종이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체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만든 종이를 조심스럽게 떼 내었다. 그런데 건조판 위에 네 명의 아이가 각자 만든 외에 한 장이 남았다. “이 종이는 왜 남았지?” “그건 시범을 보여주면서 만들었던 종이야.” 체험을 진행하던 분이 만든 종이를 떼 내었다.

아이들이 완성한 한지를 들고 기념 사진 한 컷.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아이들이 완성한 한지를 들고 기념 사진 한 컷. 2005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아이들이 만든 종이와 그 종이는 조금 달랐다. 더 매끄럽고 더 얇다. 같은 작업을 한 것처럼 보였는데, 전문가의 손길은 더 멋진 작품으로 나온 셈이었다. 아이들이 만든 종이에 ‘안동한지’라는 도장을 찍는 것으로 체험은 모두 마무리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한지를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그 종이에 선생님께 보낼 편지를 쓰기로 했다. 자신들이 만든 한지에 방학동안 다녀온 안동여행 이야기를 쓸 것이다. 한지체험은 오랜 시간의 체험은 아니었지만, 전통이 깃든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돌아본 뒤 함께 한 체험이어서 더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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