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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포천 당키타운, 꾀부리기 선수 당나귀 길들이기!
포천 당키타운, 꾀부리기 선수 당나귀 길들이기!
  • 노서영 기자
  • 승인 2005.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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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마차 체험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민수와 당나귀의 한판 승부, "먼저 눈 뜨는 사람이 지는 거야!"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민수와 당나귀의 한판 승부, "먼저 눈 뜨는 사람이 지는 거야!"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여행스케치=포천] “혼자서 안 무섭겠니? 조심해.” “응 엄마, 나 혼자서 탈 수 있어. 자 봐봐.” 당나귀 미니마차 타러 간 초등학생 두 아들 즐거워하는 모습에 엄마도 마냥 기쁘다. 미니마차 타는 아들, 당나귀 부리는 솜씨가 제법인데. 승마에 소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으악! 냄새나서 못 타겠어. 안 탈래요!” 빨리 타고 가자고 옷깃을 잡아 당겨도 초등학교 2학년인 민수는 막무가내다. 당키타운의 실무를 맡고 있는 강백선씨(이하 당키아빠라 부른다)가 트럭을 몰고 시내까지 마중 나왔는데, 차에서 나는 당나귀 냄새가 역하긴 하다.

민수보다 두 살 많은 민성이도 거든다. “엄마, 나도 차 안 탈래요!” “애들이 처음이라 그래요. 시간이 좀 지나면 당나귀랑 안 떨어지려 할 걸요.” 아이들의 이런 반응에 매우 익숙하다면서 웃어넘기는 당키아빠와 함께 당키타운으로 출발했다.  

포천 당키타운 전경. 미니마차를 타고 시계방향으로 큰 원을 돌며 달린다.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포천 당키타운 전경. 미니마차를 타고 시계방향으로 큰 원을 돌며 달린다.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와! 당나귀다.” 동화에서만 보고 들었던 당나귀를 처음 본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하다. 냄새난다고 투덜댈 때는 언제냐는 듯, 한달음에 당나귀 곁으로 내달린다. 쫑긋한 귀와 땅딸막하니 야무진 몸매, 커다란 눈망울.

초등학생인 민수와 민성이의 눈높이와 비슷한 키의 미니 당나귀는 살아있는 장난감 같다. 우리 안에 있는 당나귀는 총 45마리. 일반 당나귀보다도 더 작다고 해서 ‘미니’, 목과 등에 걸쳐 검정색 십자가가 새겨 있어 ‘크로스’ 당나귀라 불린다.

흰색부터 누런색, 검정색, 얼룩무늬 당나귀까지 털빛이 다양한 새끼 당나귀들이 있는데, 모두 배다른 한 가족이다. 아버지가 되는 한 놈의 수컷을 제외하고는 모두 암컷이라고.

온순하여 아이들이 다가가도 가만히 있는 당나귀들.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온순하여 아이들이 다가가도 가만히 있는 당나귀들.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당나귀 만져도 돼요? 물면 어떡해. 와~ 진짜 귀엽다.” 당키아빠를 따라 우리 안으로 들어간 민수와 민성이는 몰래 접근하더니 머리를 쓰다듬는다. 온순한 당나귀는 머리를 숙이고서는 귀를 쫑긋거린다.

이리방방 저리방방, 당나귀들이 고삐 든 당키아빠를 보고서 100m 달리기를 한다. 한데 우르르 달려갔다 왔다 하면서 떨어뜨린 검은 물체. “아저씨, 당나귀들이 똥을 쌌어요. 형 조심해!” 민수는 뛰어가던 당나귀가 똥을 싸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어렵게 잡은 당나귀에 안장을 채우고, 마차와 연결했더니 훌륭한 미니 마차 탄생. 민성이가 마차에 오르더니, “이랴, 이랴!” 외치면서 줄 채찍을 휘두른다. 짧은 두 발의 당나귀가 궁둥이를 흔들면서 우리 밖으로 크게 한 바퀴를 돈다.

두 바퀴째부터, 당나귀가 제자리에서 꿈쩍 않는다. “아저씨, 당나귀가 움직이질 않아요. 당나귀야 어서 가자, 너 왜 그래?” 민성이가 궁둥이를 찰싹 때려도 태연하다.

‘가기 싫다구. 한 바퀴 돌면 됐지, 또 돌라고? 쪼깨만한 것이 나를 부리려고 하네. 흥.’ 당나귀가 눈을 크게 굴리면서 바닥을 쳐다보는 모습이 꼭 이 말을 하는 것 같다.

당나귀 마차를 타고 달리는 엄마와 아들들.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당나귀 마차를 타고 달리는 엄마와 아들들.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민성이에게 당키아빠가 큰 목소리로, “당나귀 지능이 네 살 정도는 될게다. 일하기 싫어서 게으름 피우는 거야. 민성이 말을 들을까말까 고민하는 거지. 꾀 많은 당나귀라고 들어봤지? 어린애가 타거나 ‘무겁겠다, 불쌍하다’ 이러면 알아듣고서 더 거드름 피운다고.”

당키아빠가 당나귀 궁둥이를 탁탁 때리면서, ‘이놈, 어서 달려!’ 하자 당나귀가 마지못해 걸어간다. 저만치 당키아빠가 없는 곳까지 가더니, 잔디 앞에 다시 멈춰 선다. 우적우적 풀을 뜯어먹는데 5분, 10분….

결국 민성이는 꼬마 마부 자격을 박탈당하고 말에서 내렸다. “엄마! 같이 타자. 진짜 재밌어요.” 세 명까지 타도 괜찮다는 주인의 말에, 민수와 민성이가 엄마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엄마와 두 아들을 태운 미니 당나귀가 바람을 가르고 달린다. 엄마랑 함께 모처럼 나들이 나온 초등학생 아들들은 벌써 집에 가기 싫은 눈치다. 집에서는 말썽만 피우는 개구쟁이들이, 당나귀 체험 간다니까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도 않고 학원숙제 끝내는 것이 기특했던 아이들.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이 엄마 눈에 참 예쁘다.

'슈렉' 당나귀를 타고 동화 속으로 달려 갈까?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슈렉' 당나귀를 타고 동화 속으로 달려 갈까?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애니메이션 <슈렉> 알죠? 바로 거기서 나오는 당나귀랍니다.” 털빛이 흰 당나귀를 가리키면서 <슈렉> 덕분에 유명세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고 말한다. 또 살짝 귀띔하기를, “이놈이 얼마나 뺀질거리는지, 뺀질이라고 불러요” 한다.

포천 당나귀 목장의 당나귀는 제임스, 토마스에서부터 구레나룻, 뺀질이까지 국적을 불문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가끔 이름을 잊어버리면 순돌이, 깜둥이 등 아무 이름을 붙여 부르기도 한다고.

당나귀 우리 안에 들어갔더니 유난히 사람을 따르는 당나귀 두 마리가 있다. 시종 민수, 민성이와 필자를 따르는 당나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목을 살살 간질이고 나왔다.

이렇게 귀엽고 영리한 당나귀를 누가 못생기고 어리석다고 했을까. 아니면 당나귀도 당나귀 나름?

당키타운에는 모두 45마리의 당나귀들이 있다. 당나귀들의 지능은 사람으로 치면 4살정도에 해당한다. 당나귀들이 꾀를 부려 안가려고 하는 경우도 간혹 있긴 하지만 천성적으로 순하여 아이들이 몰아도 위험하지 않다.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당키타운에는 모두 45마리의 당나귀들이 있다. 당나귀들의 지능은 사람으로 치면 4살정도에 해당한다. 당나귀들이 꾀를 부려 안가려고 하는 경우도 간혹 있긴 하지만 천성적으로 순하여 아이들이 몰아도 위험하지 않다.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Tip. 어릴 적 즐겨 읽던 이야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의 귀가 계속 자라는 비밀을 알고 있던 복두장이는, 평생토록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속병을 앓는다. 죽음이 임박한 즈음에 대나무 숲에 가서 큰 소리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라고 외친다.

그 후 바람이 불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이야기. 신라 제48대 경문왕이 그 동화 속의 임금님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꾀 많은 당나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소금을 등에 싣고 장으로 가던 당나귀가 냇가에 빠졌더니 소금이 녹아 가벼워진 것을 알게 된다. 꾀 많은 당나귀는 다음에 솜을 싣고 갈 때 일부러 냇가에 빠졌다가 물먹은 솜으로 더 무거워져 혼쭐이 난다.

큰 귀와 작은 체구로 부조화를 이루고 어리석음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당나귀지만, 사람이 만들어낸 편견 아닐까? 실제로는 영리하고 정이 많은 게 당나귀다.

당나귀, 노새, 말?
당나귀는 말과에 속하지만, 말(馬)과는 전연 다르다. 말은 늘씬한 다리와 긴 꼬리, 작은 귀를 가지고 있지만, 당나귀는 정반대다. 짧은 하체와 짧은 꼬리에, 길고 큼직한 귀를 가지고 있다.

노새는 당나귀 아빠와 말 엄마 사이에서 나온 잡종이다. 힘이 세고 온순하여 부리기 좋지만 생식능력이 없어서 번식이 불가능하다.

‘미니 당나귀’ 뜯어보기
donkey 또는 burro 라고 불리는 당나귀 무게는 적게는 90kg에서 많게는 200kg이 넘어가지만, 포천 당키타운의 ‘미니 당나귀’는 평균 150kg 정도다. 당나귀는 주로 봄에 새끼를 가지는데, 임신 기간은 360일 전후이다. 수명은 약 40년이며, 키는 80~95cm가량 된다. 하루에 2~3회 흙에 몸을 비벼대는 흙 목욕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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