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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산] 인제 방태산, 맑은 물과 나무가 전하는 숲의 기쁨
[이달의 산] 인제 방태산, 맑은 물과 나무가 전하는 숲의 기쁨
  • 김선호 객원기자
  • 승인 2005.12.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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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방태산은 강원도 인제읍과 상남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전형적인 육산이다. 산 모양이 주걱처럼 생겼다고 해서 주걱봉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골짜기와 폭포가 많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김선호 객원기자
방태산은 강원도 인제읍과 상남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전형적인 육산이다. 산 모양이 주걱처럼 생겼다고 해서 주걱봉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골짜기와 폭포가 많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김선호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인제] 방태산은 우리나라 최대의 활엽수림 자생지로 유명하다. 자연 가을 단풍이 풍성하고 고울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실은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떠났다.

방태산이 품은 3둔(월둔, 살둔, 달둔) 5가리(적가리,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명가리)는 조선 후기에 학정과 수탈을 피해 온 백성들의 피난처이자 지식인들의 은둔처였던 오지이다.

산행은 적가리골에서 시작해 사실상 방태산의 정상인 주억봉(1,443m)과 구룡덕봉(1,386m)을 거쳐 매봉령 길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 때마침 날은 단풍놀이를 하기에도 산행을 하기에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정도로 쾌청하고 맑은 날이다.

등산객은 좀체 눈에 띄지 않는다. 입구에서부터 이십여 분을 올랐을까, 주억봉(1,443m)과 구룡덕봉(1,386m)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 가족은 오른쪽으로 작게 난 소롯길을 따라 주억봉으로 향했다.

방태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자연림이라고 할 정도로 나무들이 울창하고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아 희귀식물과 어종들이 살 고 있다. 2005년 12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방태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자연림이라고 할 정도로 나무들이 울창하고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아 희귀식물과 어종들이 살 고 있다. 2005년 12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까 싶을 정도의 좁은 길 양쪽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관목들이 나무터널을 만들었다. 한 시간 가량 올랐을 때인데 등산복 차림의 아주머니 두 분이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정오를 가리키는 시간이었다. “벌써 정상에 다녀오시나 보죠?”물으니 “산길에 물이 많아 되돌아가는 길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체 산길에 얼마나 물이 많기에 중도에서 포기를 했을까….

아닌 게 아니라 흐르는 물줄기에 자리를 양보하느라 등산로가 간간히 끊어지곤 했다. 물길을 건너는 통나무 다리를 건넌 게 벌써 여러 개다. 덕분에 산길이 지루하지 않거니와 천혜의 자연이 선사하는 맑고 깨끗한 계곡 물맛이 더없이 좋았다.

바위를 치고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물을 두 손으로 받아 마시는 아이들 모습이 꼭 물가에서 목을 축이는 아기사슴을 떠올리게 한다. 목이 마르면 이 숲에 사는 사슴이나 고라니, 노루와 토끼들도 물가로 내려와 행복하게 물을 들이켰을 것이다.

간간히 돌들이 솟아나 있는 것 말고는 대체로 완만한 가파름으로 이어지던 산길이 어느 순간 경사가 급해지더니 물길은 잦아지고 좁아진다. 하산을 하는 서넛의 등산객을 만났다.

방태산의 가을산이 마냥 곱기만 하다. 2005년 12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방태산의 가을산이 마냥 곱기만 하다. 2005년 12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이번엔 길이 너무 가팔라 되돌아가는 길이라 한다. 그 말을 듣고는 우리 앞에 펼쳐진 길에 대해 조금 겁이 났다. 가파른 길은 머지않아 나타났다. 과연 급경사다. 흙 계단 한쪽에 연결된 밧줄에 한손을 의지하고 한 걸음 한걸음 힘겹게 올라 등성이 하나를 넘는다.

다시 한 무리의 등산객이 줄을 이어 하산한다. 이번엔 산악회 회원들이다. 이분들 역시 정상을 포기하고 내려가는 중이란다. 지방에서 온 관계로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거였다. 방태산 산행이 그렇게 어려운가 싶어, 쓸데없는 불안감만 더해진다.

그래도 씩씩하게 등성이 하나를 넘고 보니 정상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정상을 1km 정도를 남겨둔 지점에서 다시 한 무리의 등산객을 만났다. 주억봉을 다녀와서 점심을 먹는 중이란다.

일말의 불안이 그 말한 마디에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고 “이젠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내라”는 덕담에 새로운 힘이 솟는다. 그때부터 비로소 주변의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7부 능선 즈음부터 벌써 낙엽이 지고 늦가을의 스산한 풍경을 연출한다. 떨어져 바닥에 깔린 잎새가 아름다웠던 단풍의 흔적을 대신하고 오로지 늦게까지 제 잎을 놓치지 않으려는 신갈나무 갈잎만 드문 거린다.

주억봉에서 구룡덕봉가는 완만한 능선. 2005년 12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주억봉에서 구룡덕봉가는 완만한 능선. 2005년 12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목을 축이고 눈앞에 보이는 정상을 향해 내쳐 걸음을 옮긴다. 한발 한발 옮기기가 수월치 않은 길이다. 헉헉대며 두 손 두 발을 다 사용해 올라 보니 그곳이 정상이 아닌 삼거리다.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400m를 더 걸어야 주억봉 정상이다.

다행히 삼거리에서 주억봉까지의 길은 완만한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1,443m 주억봉 정상은 거센 바람으로 우리를 맞았다. 우리가족 말고는 아무도 없다. “안녕!” 방태산 주능선에 대고 큰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구별을 잘 할 수는 없었지만 지도에 표시된 대로 손가락을 짚어 설악산과 오대산 그리고 점봉산을 그려본다. 그리고 방태산과 이어진 개인산을 짚어 보고 저 너머 희미하게 끊어질듯 이어진 백두대간을 손가락으로 그려본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방태산 주억봉에서 조망할 수 있는 주변의 산들이 무게가 한없이 크고도 넓다.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주변의 돌들을 모아 돌탑을 쌓는다. 돌을 드러낸 자리에서 수줍게 핀 한 송이 돌양지꽃을 만났다. 오로지 딱, 한 송이였다.

정상께의 바람은 벌써 초겨울의 그것이었는데 어쩌자고 그 늦은 계절에 양지꽃은 선명한 노란색으로 피어났는지 모를 일이었다. 한 송이로 피어난 양지꽃은 애처로운 아름다움이다.

구룡덕봉 가는 주능선에 군락을 이룬 주목나무. 2005년 12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구룡덕봉 가는 주능선에 군락을 이룬 주목나무. 2005년 12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내처 구룡덕봉으로 향한다. 구룡덕봉(1,386m)으로 향하는 길은 완만하게 이어진 능선길로 걷기에 알맞은 길이다. 여기서도 주변풍광은 잎 진 나무들 사이로 신갈나무들만이 마른 갈잎을 달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단연 눈에 띄는 나무는 ‘살아서 천년’을 살고 ‘죽어서도 천년’을 산다는 주목나무다. 이 신성이 깃든 나무를 누군가 자꾸 베어간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비교적 완만한 능선을 쉬지 않고 걸은 지 40여분(등산 안내도엔 1시간20분이라 표시되어 있는데 표시가 잘못 된 듯싶다), 마침내 구룡덕봉의 널따란 등성이가 나타난다. 구룡덕봉 정상이다. 구룡덕봉에서 바라본 조망도 시원하기는 주억봉 못지않았다.

이어 매봉령길을 가는데 조금씩 자생수림도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숲의 여왕’이라는 자작나무는 벌써 잎을 다 떨구었다. 자작나무 군락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드문드문 물박달나무가 보인다.

언뜻 자작나무와 비슷해 보이는 박달나무의 수피는 자작나무보다 어둡고 표면이 매우 거칠다. 박달나무도 잎새를 모두 떨어뜨리고 월동채비 중이다. 매봉령길에는 그렇게 쉽게 만나기 힘든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산길을 걷는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내리막길이 끝나고 완만하게 이어진 산길 양쪽으로 회색의 가늘고 긴 가지가 매력적인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역시 잎을 다 떨구고 겨울채비에 들어간 거제수나무들이다.

방태산 계곡과 단풍이 빚어내는 절경. 2005년 12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방태산 계곡과 단풍이 빚어내는 절경. 2005년 12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그 거제수나무 군락 아래는 속새가 파랗게 펼쳐졌는데 그것들이 산죽과 어울리며 초록융단을 빚어낸다. 가지만 앙상한 회색빛 나무들 아래 여전히 짙푸른 초록을 자랑하는 속새와 산죽이 이루어내는 아름다움 또한 방태산의 가을이 주는 매력중 하나일 것이다.

저희들끼리 뭐가 그리 즐거운지 산새마냥 종알대며 앞서가는 아이들을 불러 세운다. 놓치면 너무 아까울 것 같은 장면을 붙들고 싶어 아이들과 숲에 아주 드러누웠다.

우람한 단풍나무 아래에 드러누워 파란 하늘에 단풍 잎새를 비춰본다. 이 방법은 단풍을 감상하기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처음엔 숲에 어떻게 눕느냐며 어색해 하던 아이들이 즐겁게 숲에 동화되어 쏟아지는 햇살과 단풍의 향연을 기꺼이 즐겼다.

단풍이 정말 아름답다고 비로소 아이들은 고백과도 같은 감탄사를 늘여 놓는다. 처음에 출발했던 숲 탐방로에 이르니 짧은 산골의 해가 저물고 어스름이 깔리는 저녁이다.

아름다운 단풍 숲, 단정한 폭포수와 숲을 더욱 숲이게 하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있어 방태산의 가을은 뜻밖의 기쁨으로 오래 기억되리라.

방태산 산림류양관 모습. 2005년 12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방태산 산림류양관 모습. 2005년 12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Tip. 방태산 산림휴양관
방태산 산림휴양관은 최대 6백명을 수용할수 있는 규모로, 50조의 야영데크를 갖춘 야영장과 등산로(5km) 산책로(2km) 및 주차장과 취사장등의 시설이 있다.
준비물 _ 텐트, 간단한 취사 및 식사도구, 세면도구

Info 가는 길
자가운전
_ 6번국도 -> 용두 교차로 -> 44번국도 -> 철정 삼거리 -> 451번지방도 -> 고석평 -> 인제 방면 31번국도 -> 상남을 거친다. 현리교 건너 진방 삼거리에서 방동 방면으로 우회전, 7.7km 가량 달린 뒤에 오른쪽 방동교를 건너면 적가리골과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진다.
대중교통 _ 서울 상봉 터미널에서 강원도 현리(경기도 현리가 아님)로 가는 직행버스를 탄 뒤 진동 방면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방동교 앞에서 내린다.

숙식 정보 _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산림문화휴양관에 묵는 것이 좋지만 주말 객실은 한 달쯤 전에 예약해야 한다. 방태산 진입로 조금 못 미쳐 황토방왕솔농원, 진영농장 등이 있다.

맛집
방대교 입구 ‘고향집’

이곳 두부는 주인이 직접 만든 두부로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 두부전골, 모두부백반은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 투박한 시골음식.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로 만든 반찬이 입맛을 돋군다.

인제군청 앞 ‘청정골’
약수영양돌솥밥 전문점, 철분성분이 많은 양구약수로 지은 밥이 특색 있다.

방태산 산행코스
방태산 자연휴양림 -> 주당골 -> 주억봉 -> 구룡덕봉 -> 매봉 -> 방태산 자연휴양림

기타 산행코스
코스(13시간 20분) 삼봉약수산장 -> 응복산 -> 구룡덕봉 -> 주억봉 -> 깃대봉 안부 -> 매화동
코스(8시간 30분)  개인 약수장 -> 모덤터 -> 구룡덕봉 -> 구룡덕재 -> 조경동
코스(8시간 30분) 방동약수 -> 구룡덕봉 -> 돌봉 -> 살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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