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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철원 탐조여행] 전세계 두루미 셋 중 하나, 철원에서 겨울 난다
[철원 탐조여행] 전세계 두루미 셋 중 하나, 철원에서 겨울 난다
  • 이종원 객원기자
  • 승인 2006.0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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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두루미 한쌍의 모습.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두루미 한쌍의 모습.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철원] 50년간 사람의 발길이 뜸했던 철원. 덕분에 새들의 천국이 되었다. 두루미, 독수리 등 희귀새들이 철원에서 겨울을 난다.

두루미의 우아한 삶
늘씬한 다리를 뽐내며 논바닥을 하늘하늘 거닐고 있는 두루미(학)의 자태를 보라. 인간이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는 고귀함이 풍겨 나온다. 인간보다 더 나은 점도 있다. 부부 중 하나가 죽게 되면 절대로 짝을 바꾸지 않고 자식을 키우며 평생 홀로 살아간다.

자식은 보통 둘을 가지는데 절대 혼자 다니는 일이 없고 늘 부부가 양옆에서 호위한다. 2마리인 경우는 신혼부부이고, 4마리는 온전한 가족이고, 3마리는 수 천 km를 날아오다가 1마리가 힘에 겨워 바다로 빠진 슬픈 가족이다.

간혹 5마리를 볼 수 있는데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를 옆집 두루미아줌마가 입양한 경우다. 가족사랑을 따질 것 같으면 인간보다 훨씬 낫다. 그렇기에 옛사람들은 두루미를 가장 소중한 새로 여겼다.

두루미 홍보관에는 두루미와 독수리의 박제가 있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두루미 홍보관에는 두루미와 독수리의 박제가 있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두루미의 수명이 보통 80년이라고 하니 부모에게는 장수를, 부부에게는 지고지순한 부부애를, 관직에 올라 있는 사람에게는 청렴함을 보여주어 이불이나 관복에 학을 그려 넣었다.

이런 두루미는 청정하고 서식환경이 좋은 고장에만 나타난다. 철원이 바로 그런 곳이다. 철원평야는 50년 넘게 이어온 긴장 때문에 인간이 접근하기 힘들었고 900여 톤의 낙곡이 널려있어 매년 100만 마리의 새들이 찾는다.

남과 북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새들은 더 많은 자유를 만끽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컬하다. 전 세계 두루미의 1/3이 철원으로 날아온다고 하니 원하든 원치 않던 분단이 주는 선물이다.

토교저수지의 독수리들. 앙상하게 뼈만 남은 소 한 마리가 보인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토교저수지의 독수리들. 앙상하게 뼈만 남은 소 한 마리가 보인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토교저수지와 독수리
탐조버스로 갈아타고 민통선의 삼엄한 검문소를 지나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이 강원도 최대 인공저수지인 토교저수지다. 저수지 물을 퍼다가 냄비에 담고 고추장을 풀어 끓이면 바로 매운탕이 될 정도로 물고기가 많은 곳이다.

민통선 안쪽에서 일하는 농군들은 늘 빨간 모자를 써야 했고 들녘에 나가는 시간이나 돌아오는 시간도 꼭 지켜야 한다. 만약 그걸 지키지 않으면 월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무척이나 복잡해진다.

양지마을은 매년 독수리가 몰려드는 마을로도 유명하다. 남북의 군인들은 서슬 퍼런 대치상황이지만 토교저수지 둑방에는 독수리 떼가 한가로이 오수를 즐기고 가끔 남북을 오가며 평화를 만끽하기도 한다.

하늘에는 척후병인 듯한 독수리가 뱅뱅 주변을 맴돌고 있다. 매는 산짐승을 잡아먹지만 독수리는 죽어 있는 동물만 잡아먹기 때문에 요즈음 독수리는 굶어 죽을 판이란다.

토교저수지에는 스코프가 준비되어 있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토교저수지에는 스코프가 준비되어 있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조류독감까지 위협해 이곳 농민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가며 먹이는 갈수록 줄어든다. 보다못한 환경단체가 먹거리를 뿌려 놓고 있는 실정이다. 식성도 엄청나 작년에 뿌려 놓은 가축만 소 30마리, 돼지 100마리, 닭 5,000마리에 이른단다.

논바닥엔 젖소 한 마리가 놓여 있는데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아프리카 초원의 약육강식이 떠오를 정도로 섬뜩하다. 독수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머리털이 없다. 산 동물을 잡아먹지 않고 죽어있는 동물만 먹는 특성 때문이다.

그러니까 공중에서 들쥐를 잡아먹었다는 말은 순 거짓말이다. 늘 머리를 처박고 썩은 시체를 먹기 때문에 머리털이 남아 있을 리 없다.

아이스크림 고지. 평강과 철원 김화를 이으면 삼각형이 나온다. 철의 삼각지대란 이를 일컫는다. 철원평야 북쪽을 두르는 산악지대의 끝단이 백마고지, 아이스크림고지 등등이다. 이 고지들을 차지하면 곧바로 철원평야를 확보할 수 있기에 한국동란 막바지까지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평당 한 발의 포탄이 떨어졌다고 전해질 정도였으니 봉우리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릴 법도 했을 것이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아이스크림 고지. 평강과 철원 김화를 이으면 삼각형이 나온다. 철의 삼각지대란 이를 일컫는다. 철원평야 북쪽을 두르는 산악지대의 끝단이 백마고지, 아이스크림고지 등등이다. 이 고지들을 차지하면 곧바로 철원평야를 확보할 수 있기에 한국동란 막바지까지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평당 한 발의 포탄이 떨어졌다고 전해질 정도였으니 봉우리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릴 법도 했을 것이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아이스크림 고지
평야 속에 우뚝 솟아오른 봉우리가 보인다. 원래 이름은 삽슬봉이지만 아이스크림고지로 더 알려져 있다. 중요 전략기지이기에 6. 25때는 남과 북으로부터 심한 포격을 받아 산이 아이스크림 녹듯이 흘러내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 아픔을 치유해주고 싶어서일까? 이곳엔 유난히 두루미가 많이 찾아와 ‘두루미 사파리’라고 불릴 정도다. 임금님의 융포에 새겨진 두루미(단정학)가 보인다.

지구상에 2,000마리밖에 없는데 철원에만 무려 580마리가 날아든다. 사뿐사뿐 걷는 모습이 도도한 미인을 보는 듯하다. 온몸은 하얗고 엉덩이만 검은데 이는 꼬리가 검은 것이 아니라 날개 끝이 검기 때문에 뒤가 까맣게 보인 것이다.

V자를 그리며 비상하는 기러기떼. 맨 앞과 좌우 끝에 있는 기러기들이 대장들이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V자를 그리며 비상하는 기러기떼. 맨 앞과 좌우 끝에 있는 기러기들이 대장들이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날게 되면 새하얀 엉덩이를 볼 수 있다. 가끔 산수화에 검은 꼬리를 그려 넣는데 실제 두루미가 나는 것을 보지 못한 엉터리 화가가 그린 그림이다. 재두루미의 비상을 보았다. 올망졸망한 산세와 더불어 힘차게 날갯짓하는 모습은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V자를 그리며 힘차게 비상하는 기러기떼도 보인다. 이런 대열은 30% 정도 힘의 분산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때 대장은 3마리이며 선두와 양끝에 포진하고 있고 가운데는 어린 새끼와 노약자가 자리잡는다고 한다.

간혹 무리가 흩어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양끝의 대장이 선두와 교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월정리역. 철원 최전방 철책 바로 뒤에 있는 역이다. 경원선은 현재 신탄리까지만 운행하므로 지금은 기차가 오지 않는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월정리역. 철원 최전방 철책 바로 뒤에 있는 역이다. 경원선은 현재 신탄리까지만 운행하므로 지금은 기차가 오지 않는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월정리역은 원산을 가는 기차가 잠시 쉬어가는 곳이었다. 이길로 금강산을 갔다. 산산히 부서진 기차는 50년이란 세월을 버티며 다시 달릴 날을 기다리고 있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월정리역은 원산을 가는 기차가 잠시 쉬어가는 곳이었다. 이길로 금강산을 갔다. 산산히 부서진 기차는 50년이란 세월을 버티며 다시 달릴 날을 기다리고 있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월정리역
‘月井’ 달의 우물.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이름만으로는 이 곳이 처절한 싸움터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곳은 한때 서울서 달려온 기차가 원산 가기 전 잠시 쉬어 가는 곳이었는데 기차는 산산이 부서진 채 50년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서울 104km, 원산 123km, 함흥 247km, 목포 525km’ 라고 쓰인 푯말이 가슴 아프게 만든다.

월정리에서 금강산은 겨우 70여km정도 떨어져 있다고 한다. 고속도로가 놓였다면 한 시간도 채 안 걸리는 거리다. 예전에 경원선을 타고 금강산 유람에 나선 여행자들은 월정리역을 지나면서 감히 이 땅이 반 토막 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군수의 월급이 60원인데 금강산 여행경비가 7원 60전이니까 예나 지금이나 금강산은 가진 자의 전유물이다.

민통선 안에서 본 고라니. 인적이 드문 민통선 안은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민통선 안에서 본 고라니. 인적이 드문 민통선 안은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철의삼각 전망대
철의삼각전망대에 올라서면 드넓은 DMZ가 펼쳐진다. 망원경으로 보면 움직이는 북한군도 볼 수 있다. 워낙 조용하고 평온해서 이곳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격전지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숲으로 덮인 궁예궁터를 아름아름 더듬어 보았다. 통일되면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은 곳이다. 정면에는 개마고원보다 넓은 평강고원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다.

조금만 휴전선이 위로 그어졌으면 평강사람들은 굶지 않았을텐데… 실향민인 일행 한 분이 손에 잡힐 듯한 북녘 땅을 애처롭게 쳐다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철의 삼각전망대에서는 북한 땅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이 곳을 찾아와 눈물 짓는 실향민도 세월따라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철의 삼각전망대에서는 북한 땅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이 곳을 찾아와 눈물 짓는 실향민도 세월따라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06년 2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월정리역에서 나오는 길은 쭉 뻗은 3번 국도다. 이 길은 한반도를 관통하여 경남 남해의 미조항까지 닿는다고 하니 길 역시 생명줄 마냥 질기다. 직선도로를 만든 이유가 혹시라도 전쟁이 발발하면 비행기가 이착륙을 위해서라니 왠지 나를 서글프게 한다.

“우와! 고라니다.” 고라니는 지뢰밭이라고 쓴 표찰 뒤에 서서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지뢰를 밟고 발목이라도 다치면 어떡해?”라고 묻는다. 괜히 나는 아는 척을 했다. “가끔 지뢰가 터져서 고라니, 멧돼지 등이 죽는다고 하잖아.”

그런데… 하필 그때 탐조버스를 이끌고 있는 가이드의 한마디가 내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든다. “고라니는 후각이 발달해 지뢰를 피해 다녀 절대 죽지 않습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이 까르르 웃는다. 아내의 볼멘소리 “가르쳐 주려면 똑바로 가르쳐 줘.”

이곳엔 만년필 크기의 발목지뢰가 100만개나 묻혀있단다. 비가 오면 둥둥 떠다니는 살인무기여서 통일 후에는 철원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란다.

Info 가는 길
자가운전 _ 서울 → 의정부(43번국도) → 포천 → 3.8휴게소 → 운천 → 신철원 → 고석정(1시간 30분소요)
대중교통 _ 서울 상봉터미널 (40분 간격), 수유리터미널(30분 간격), 동서울터미널(40분 간격) 신철원 행 버스가 운행한다.

※ 철원까지 간다음 고석정 철의 생각전적관을 찾아 탐조셔틀버스를 타야 민통선을 지나 들어 갈 수 있다.

주변정보
● 철새탐조 정보
탐조코스 _ 철의삼각전적관 → 토교저수지 → 아이스크림고지 → 동송저수지 → 철의삼각전망대 → 샘통 → 노동당사쪾소요시간 _ 1시간 30분
배차시간 _ 7시, 11시, 2시
철새종류 _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재두루미(203호), 흑두루미(228호), 독수리(243호), 청둥오리, 기러기 외
탐조 절정시간 _ 오전 해뜰 무렵, 정오부터 2시 사이
주변관광지 _ 제 2땅굴, 노동당사, 백마고지 전적지, 도피안사, 삼부연폭포, 직탕폭포,승일교, 고석정

Tip. 탐조시 유의사항 및 준비사항
빨강, 노랑 등 원색의 옷은 새가 싫어하는 색깔이다. 향수나 화장품을 바르는 것도 삼가 해야한다.  
버스에 스코프가 한 대밖에 없으니 성능 좋은 쌍안경이나 스코프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조류도감을 준비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철원 상세 지도는 전적관에서 얻을 수 있다.  
오전 중에 새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니 7시나 11시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반드시 고석정 철의삼각 전적관에서 신청해야 한다.

추천맛집
철원막국수(막국수,편육) 고석정회관(숯불갈비, 매운탕), 버드나무아래서(민물매운탕), 기와집(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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