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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통영 미륵도 용화사와 안정사, 봄볕 들 때면 미륵을 기다린다
통영 미륵도 용화사와 안정사, 봄볕 들 때면 미륵을 기다린다
  • 이현동 객원기자
  • 승인 2006.03.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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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미륵산 용화사 내경. 2006년 3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미륵산 용화사 내경. 2006년 3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여행스케치=통영] 통영, 언제나 이 남쪽 바다는 봄을 가져다 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포근한 상상 끝에 다다른 통영의 미륵도. 볕이 따사로운 것이 미륵의 품에 들은 듯하다.

미륵도 용화사
현세의 부처님인 석가모니가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다음 세상의 부처님인 미륵은 이곳 통영으로 오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름 붙여진 미륵산과 미륵도, 미륵도에 미륵산이 있다.  

사실 미륵불은 도솔천에 계시면서 56억 7천만년 후에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용화수(龍華樹)아래에서 3번 설법으로 중생을 제도한다는 미래불이다. 그래서 지금은 부처가 되기 전인 보살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부도전. 스님의 사리를 모신 탑을 부도라고 한다. 부도는 신앙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절의 입구나 외딴 곳에 둔다. 2006년 3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부도전. 스님의 사리를 모신 탑을 부도라고 한다. 부도는 신앙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절의 입구나 외딴 곳에 둔다. 2006년 3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익산의 미륵사지가 3개의 금당과 그 앞에 각각 탑을 세워 3개의 영역으로 구역한 것도 용화수 아래 3번의 설법할 것을 표현한 것이며, 미륵불을 모신 전각을 미륵전, 또는 용화전이라고 하는 것 또한 바로 용화회상(용화수 아래의 3번 설법)을 표현한 것이다. 용화사로 가는 길, 통영의 그 유명한 해저터널 그 위로 놓인 다리를 순식간에 건넌다. 미륵도이다. 미륵도 중앙에 우뚝 솟은 미륵산은 해발 461m로 높지는 않지만 산을 대하면 대할 수록 깊은 맛이 느껴진다.

작은 섬 위에 솟은 산이 뭐 별거냐고 이야기 하겠지만 정상에서 보는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이란 미륵을 친견하는 듯, 가슴 시리다. 산 자체로도 갖가지 형상의 바위와 기이한 암굴이 많고 봄이면 진달래가 가을이면 단풍이 또한 얕지 않음을 보여준다. 용화사는 미륵산 북쪽 기슭에 동향으로 앉아 있다. 입구의 가파란 길을 한 굽이 돌아 오르면 시원한 가로수 흙길이 쪽 뻗어 있다.

용화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은점선사라는 분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처음에 정수사(淨水寺)라 했는데 이후 고려 원종 때 큰 비로 산사태가 나 허물어진 것을 다시 세우면서 천택사(天澤寺)라고 했다. 이를 조선 인조 6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영조 8년(1742)에 벽담선사가 다시 중창하면서 용화사라고 고쳐 불렀다. 용화사에 들어서면 먼저 해월루가 새로이 단정된 모습으로 맞이한다.

효봉스님상. 효봉대종사는 6.25때 도솔암에 머물면서 스승인 구산대선사가 미래사를 일으키자 그 아래토굴에서 참선수행하였다. 2006년 3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효봉스님상. 효봉대종사는 6.25때 도솔암에 머물면서 스승인 구산대선사가 미래사를 일으키자 그 아래토굴에서 참선수행하였다. 2006년 3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루 앞으로는 대부분 절에서 볼 수 있는 ㄷ자형의 가람배치를 하고 있다. 양쪽으로 요사채가 있고 정면에 절에서 가장 중심되는 전각이 놓여지는 형태이다. 루까지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ㅁ자형을 이루게 된다. 용화사는 탐진당과 적묵당이 양옆으로 놓여져 있고 정면에는 보광전이 있다. 보광전이지만 내부에는 아미타불 모신 것이 특이하다.

보광전 자체는 조선 후기의 건축적 양식을 보이고 있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사실, 용화사는 보광전 뜰에 서서 한번 눈을 돌리면 모든 전각이 눈에 들어온다. 걸어서 일일이 다 살펴보는데도 10분이면 족하다면 좀 실망스러울까? 보광전 옆에 효봉스님의 진영을 모셔놓은 영각과 함께 명부전이 한 건물을 이루고 그 옆으로 납석제 미륵좌상을 모셔놓은 용화전이 있다. 전각은 이것이 다다.

용화사를 돌아서 나오는 길에 일반인 출입금지라는 곳에 눈길이 간다. 소나무 아래 돌로 만들어진 효봉스님의 상, 우리나라 불교계의 초대 종정을 지내신 효봉스님이 스승인 구산선사를 따라 이곳 미륵도의 미래사라는 절에서 머무셨는데, 용화사도 스님과 인연이 닿아 저렇게 스님의 상을 만들어 모셨다고 한다.

만세루. 절을 찾을 떄 항상 스님을 만나 차 한잔 하면서 담소 나누는 것을 생각하는데, 안정사 만세루에는 찻상이 준비되어 있다. 2006년 3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만세루. 절을 찾을 떄 항상 스님을 만나 차 한잔 하면서 담소 나누는 것을 생각하는데, 안정사 만세루에는 찻상이 준비되어 있다. 2006년 3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벽방산 안정사
안정사에 다다르면 어디 내가 속세를 지나 왔던가 할 정도다. 그렇게 많이도 산속으로 들어서지 않았는데 산 속 깊숙이 들어 온 느낌. 찾아오는 길 내내 요란스러웠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고요함으로 대체되는데. 절은 이런 맛이 있어야 한다. 절은 정말로 아늑하다. 볕이 가지런히 들어 마음은 이미 봄을 탄다. 봄을 탄 마음이 또한 산을 탄다.

벽방산(碧芳山), 벽발산(碧鉢山)이라고도 부른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인 가섭존자가 벽옥발(碧玉鉢 : 밥그릇)을 품고 계족산에 들어 미륵불을 기다린다. 그리하여 미륵불이 출현하면 석가모니 부처님의 벽옥발을 전한다고 한다. 벽방산이라는 이름은 여기서 유래되었고 안정사의 부속암자로 ‘가섭암’이 있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다.

통영의 미륵산에 미륵이 출현하면 벽방산의 벽옥발을 전한다. 안정사.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대찰이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1,000여명의 승려들이 수도하고 산내 암자가 12개나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명성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다. 소박하다고 할까!

안정사 범종. 종 위에 올려진 포뢰는 용왕의 아홉 자식 중 막내다. 울보이며 괠를 무서워한다고 한다. 종위에 포뢰를 올려놓으면 종이 더 잘 울리기 때문이며 고래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종을 치는 당목을 고래 모양으로 만들기도 한다. 2006년 3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안정사 범종. 종 위에 올려진 포뢰는 용왕의 아홉 자식 중 막내다. 울보이며 고래를 무서워한다고 한다. 종위에 포뢰를 올려놓으면 종이 더 잘 울리기 때문이며 고래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종을 치는 당목을 고래 모양으로 만들기도 한다. 2006년 3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대웅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각이 민가처럼 느껴진다. 안정사 해탈교를 건너 계단을 오른다. 용화사도 그러하듯 안정사의 종루도 육모정으로 되어 있다. 안에는 법고, 목어, 운판, 범종 등 사물이 걸려 있는데 범종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조선시대 종으로 다양한 문양이 스며들어 있다. 종루 옆에는 만세루가 있다.

절을 찾을 때 항상 스님을 만나 차 한잔 하면서 담소 나누는 것을 생각하는데, 안정사 만세루에는 찻상이 준비되어 있다. 봄볕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이른 탓인지 차 한잔 적시기에는 엄두가 안 난다. 바람만이 스쳐 지나며 찻잔을 덮은 다포만을 건드릴 뿐이다. 대웅전. 버릇처럼 대웅전을 한 바퀴 돌면서 찬찬히 살펴본다.

대웅전이라는 현판 옆으로 조각된 상이 이채롭다. 한번쯤 절에서 만나는 상인데, 도깨비 형상에 물고기를 물고 있다. 대웅전 오른쪽으로 칠성각과 명부전이 약간은 서로 곁눈길질 하듯 서 있고 대웅전 왼쪽으로 나한전이 있다. 대신 한낮 졸음을 부르고도 남을 따사로운 햇볕을 흠뻑 맞는다. 그 볕을 즐길 양 명부전 기둥에 기대어 산을 타고 한 줄기 광채와도 같은 빛이 드는데, 미륵불이 오시는 것일까? 봄이 오는 것일까? 이미 봄은 왔던가 마음마저 따사롭다.

Info 안정사 _ 통영시 광도면 안정리 055

안정사 전경. 2006년 3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안정사 전경. 2006년 3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Tip. 주변정보
미래사 _ 미륵산에서 바닷가 쪽으로 미래사라는 절이 있다. 미래라는 절 이름도 미래불인 미륵불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시간이 더 된다면 미륵산 산행을 권하고 싶다. 미륵산 정상에서 보는 한려수도는 통영 8경 중에 제일이다.

드라이브 코스 _ 미륵도에 들어서면 산양일주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도 좋다. 제일 남쪽에 있는 달아공원과 수산과학관은 필수다. 달아공원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멋지다.

식사 _ 통영은 김밥으로 유명하다. 항쪽으로 가면 많은 충무김밥집이 많다. 그리고 적십자병원 옆에 있는 오미사꿀빵은 통영의 별미, 그리고 특색있는 술 한잔 하고 싶다면 해저터널 미륵도 입구 부근 울산다찌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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