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베스트뷰] 겨울바람의 노래를 듣다 강원도 평창 선자령
[베스트뷰] 겨울바람의 노래를 듣다 강원도 평창 선자령
  • 주성희 기자
  • 승인 2014.02.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여행스케치=평창]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가보지 않고는 결코 만날 수 없는 풍경. 눈부신 설원 위 하얀 풍차를 따라 겨울바람의 노래가 힘차게 울려 퍼지는 선자령이 그러하다.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강원도에 대설주의보가 내리고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뚝 떨어지던 날 콧노래를 부르며 대관령으로 향했다. 은빛 초원과 거대한 풍차가 어우러진 선자령(1157m)의 이국적인 겨울 풍경을 만날 기대에 엄동설한이건만 가슴이 봄처녀마냥 자못 부풀었다. 


선자령은 대표적인 겨울 트레킹 명소다. 내륙 최대 적설지인 대관령에서 이어진 평탄한 산길을 따라 그림처럼 늘어선 흰 풍차와 풍부한 눈꽃을 즐길 수 있어 추울수록 찾는 이들이 많다.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지만 850여m 지점에서 트레킹을 시작해 코스도 그리 길지 않고 오르내림도 심하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겨울 트레킹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시작점은 대관령휴게소. 휴게소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양떼목장길로 가거나 휴게소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와 국사성황당을 거쳐 정상으로 향할 수도 있다. 대관령휴게소로 원점회귀 한다면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어디를 먼저 밟느냐의 차이지 어차피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이 길은 강릉 바우길의 제1구간 ‘선자령 풍차길’으로도 불린다. 바우길은 강릉이 고향인 소설가 이순원 씨와 산악인 이기호 씨가 개척한 길로 대관령을 넘어 경포대와 정동진 바닷가로 이어지는 150km에 총 10개 구간으로 이뤄졌다.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새봉 전망대에 서면 동해와 강릉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탁 트인 동해 바다 넘실대는 새봉
정상으로 가기 전 탁 트인 동해 바다부터 보고 싶어 국사성황당 쪽 길을 택한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약 1.5km 포장도로를 따르면 대관령을 넘나드는 사람들과 나라의 안녕을 기원한 국사성황당이다. 오른쪽 산비탈을 따르면 백두대간 능선 위에 오른다. 오솔길은 다시 넓은 포장도로로 바뀌어 KT통신중계소까지 이어진다. 등산로는 KT통신중계소 입구 안내판에서 왼쪽으로 나 있다. 양 옆을 빽빽이 채운 활엽수가 인도하는 숲길 사이로 작은 바람개비처럼 보이던 풍차가 서서히 거대한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연평균 초속 6.7m의 바람이 부는 선자령에는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가 쉼 없이 돌고 있다.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선자령의 겨울을 기록하고 있는 등산객.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아무리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드세도 아이를가슴에 품은 엄마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다.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새봉 전망대에 서면 푸른 동해와 강릉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몸이 휘청거리 정도로 바람이 세지만 탁 트인 동해안과 구불구불 뻗어나간 백두대간을 가슴에 담는데 방해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 새봉을 떠나기 전 옷매무새를 단단히 여미는 것이 좋다. 육중한 바람의 노래가 펼쳐질 초원이 기다리고 있으니.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새봉 전망대 턱밑 오르막길.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풍차보다 더 거대한 선자령길 사람들
새봉에서 선자령까지는 2.5km. 날씨만 좋으면 30분 만에 닿을 정도로 평평하고 쉬운 길이지만 바람이 심한 날에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조차 힘들다. 초원의 풀과 나무는 모두 오른쪽으로 몸이 휘었다. 땅에 납작 엎드릴망정 뿌리는 꺾이지 않는다. 사람들도 마찬가지. 두 손을 꼭 붙잡은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 품 안에 얼싸안은 자식이 있어 성난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바람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것이 그리 힘겹지 않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풍차보다 그 곁을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에 넋을 놓는다.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순간, 가보지 않고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겨울이면 허벅지가 훌쩍 넘게 눈이 쌓인다.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은빛 초원 위 하얀 풍차가 이국적 정취를 자아낸다. 2014년 2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선자령 정상에는 ‘백두대간 선자령’이라 새긴 표지석이 우뚝 서 있다.  바람 한 올 들어올 새라 빈틈없이 꽁꽁 싸매 바람의 언덕에서는 누가 누군지 분간도 안 가던 사람들이 정상에 이르자 장갑도 술술 벗고 환한 얼굴을 드러내 기념사진을 남긴다. 입이 덜덜 떨리게 추워도 미소는 봄볕처럼 화사하다. 

대관령휴게소로 돌아가는 길은 정상에서 북쪽 내리막길을 따라 500m쯤 가면 만나는 넓은 도로에서 왼쪽이다. ‘대관령’ 이정표만 따라가면 하산은 수월하다.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가다 계곡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올라올 때와는 또 다른 운치가 있다. 바람도 잦아들고 키 큰 나무들이 드리워져 아늑하다. 

하지만 어쩐지 아쉽다. 눈물 콧물 쏙 빼놓을 정도로 세찬 바람, 눈이 시리게 푸른 동해 바다, 거대한 풍차보다 더 크게 다가왔던 선자령 위의 사람들이 다시 보고 싶다.  

INFO. 선자령 트레킹 코스
구간 대관령 휴게소~국사성황당~KT통신중계소~새봉 전망대~선자령~대관령양떼목장~대관령휴게소 
거리 11km 
소요 시간 4시간

Tip 선자령 트레킹 요령
ㆍ트레킹 전 코스와 기상 상황, 탐방로 통제 여부 체크는 필수.  
ㆍ복장은 방풍, 방한, 방수, 땀 배출 기능이 뛰어난 기능성 의류를 착용한다. 쉽게 젖고 잘 마르지 않는 면 소재 의류는 금물.
ㆍ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아이젠을 반드시 착용한다. 
ㆍ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센 곳이다. 체온 유지를 위해 모자, 귀마개, 넥워머, 장갑 등으로 바람에 노출되기 쉬운 부위를 완벽히 무장하라.   
ㆍ눈에 젖을 경우를 대비해 여벌의 장갑과 양말을 준비하는 게 좋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