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진천]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 조용하기만 한 농촌마을에 건축과 미술이 조화롭게 펼쳐진 이원아트빌리지가 들어서면서
개성 있는 문화의 향기가 멀리까지 미치고 있다. 새롭게 시도되는 예술 공간에서 여유를 느껴보았다. '
한적하던 시골 마을의 문화공간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동네가 있다. 그러나 충북 진천은 분명 외지인이 많이 드나드는 도시는 아니다. TV 프로그램마다 캐릭터 설정이 한창이듯 지자체마다 고유의 색깔 만들기에 열심인 요즘, 그런 면에서 본다면 진천은 시류에 조금 비껴서 묵묵하다.
그런데 올 4월 이곳에 특별한 공간이 오픈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조용하던 농촌 안에 들어선 예술문화공간이 들어선 것이다. 게다가 그 공간을 만든 사람이 유명한 건축가이자 건축전문지 월간 <플러스>의 발행인이었던 건축가 원대연 씨라는 점에서 공간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진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나오고…
문화시설이 몰려 있는 도회지가 아닌 한적한 농촌에 이런 문화공간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원대연 씨는 “한 번 와본 분들은 작은 농촌에 이런 예술공간이 있다는 것에 매우 놀라워하지요” 하며 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에서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재미있습니까’ 하는 유쾌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까지 문화의 향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죠. 더 나아가서는 이런 곳이 랜드마크가 되어서 누구나 살고 싶은 삶의 터전으로 지역이 점점 발전한다면 더욱 좋은 일이겠고요.” 어느새 돌보는 이 없이 버려지는 농촌의 땅, 그런데 그는 앞서 나간 길을 되돌아와 오히려 모두가 돌아보지 않는 그곳을 보듬었다.
그 땅의 풀 한 포기, 돌 한 개도 무심히 버리지 않고 정성껏 터를 잡아주었다는 그의 정성이 깃든 덕분에 깔끔한 현대식 건물도 마치 그렇게 오랫동안 자연 속에 있었던 양 어울린다. “최대한 폐품을 이용하고 자연친화적으로 시공했어요.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야생화 250여 종과 소나무, 느티나무, 자작나무 등은 이 공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죠.”
‘아트빌리지’는 몇 개의 테마로 형성된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공간을 알뜰히 나누어 눈길이 가지 않는 공간이 단 한 곳도 없다. 특히 가을의 정취가 물씬 나는 ‘자작나무 뜰’은 비밀의 정원에 들어선 듯 시간을 잊는다.
여기에 문화의 향기를 빼놓을 수 없다. 시간에 쫓기거나 관람객들에게 치여서 훌쩍 보고 나오게 되는 도심의 여느 갤러리와는 달리 이곳의 작품들은 여행하는 마음으로 세심히 만나게 된다. 갤러리 곳곳에 미치는 자연광 때문일까.
현재 갤러리 1, 2층에서는 <한국현대작가전>이 열리고 있고, 3관은 원대연 씨가 세계 각지를 여행하다 느낀 심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두고 온 마을, 풍경’이란 주제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4, 5관은 원대연 씨의 부인인 사진작가 이숙경 씨의 사진전. 특히 이원아트빌리지의 사계절 야생화 사진이 생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