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보령] 충청남도 보령시 청라면 장현리 은행마을에는 수령 100년 이상의 은행나무 30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의 가을 정경은 온통 노란색이다. 마을로 통하는 길에는 샛노란 은행잎이 가을바람에 반갑다 손짓하고 고택의 기와, 흙담, 마당 위에 은행잎이 살포시 내려앉아 눈부신 황금 대궐을 만든다. 마을을 지나는 바람 한 점, 내리 퍼지는 햇살 한 줌마저 금빛이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산 은행나무 고목은 신경섭 전통가옥 주변에 오밀조밀 모여 있다. 조선 후기 에 세워진 신경섭 전통가옥은 1987년 충남 문화재로 지정된 보물이다. 고색창연한 고택의 단청이 단풍과 어우러져 가을날의 서정을 더한다. 가을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신경섭 전통가옥부터 구 장현초등학교까지 천천히 나서보길. 꾸불꾸불 시골길을 걷는 동안 이방인까지 노랗게 물들이는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느린 걸음으로도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하다.

시골집 기와지붕 위로 투두둑 빗방울처럼 은행이 쏟아진다. 가으내 마을 어디에서든 장대로 은행을 터는 마을 주민과 마주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은행 냄새는 고약하지만 그 속에는 탱탱하고 선명한 청록색 은행 속살이 꽉 차 있다. 청라 은행마을의 한국 고유 재래종 은행은 쫀득한 맛이 좋아 G20 정상회의 개최 당시 각국의 영부인들을 위한 오찬 요리에 쓰이기도 했다. 은행나무가 제 몸을 털어서 내놓은 선물은 가을 여정의 잊지 못할 별미로 기억된다.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의 노란 꽃그늘 아래로 산들산들 나들이를 떠나보자.

Tip.
은행나무 단풍이 절정을 맞는 매년 10월 말부터 11월 초순 사이에 ‘청라 은행마을 단풍축제’가 열린다. 어른 엄지손톱만 한 큼직한 은행은 모닥불에 구워 먹고, 먹지 못하는 작은 피은행은 물감을 입혀 모자이크 등의 특별한 은행 공예품을 만든다.

청라 은행마을 단풍축제
날짜 10월 26~27일
장소 청라 은행마을 일원

INFO.
단풍 절정기 10월 말~11월 초
주요 단풍길 신경섭 전통가옥~구 장현초등학교 구간
주소 충남 보령시 청라면 장현리 5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