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용인] 말을 탈 수 있는 곳은 승마장, 농작물을 가꾸는 곳은 농장이다. 그런데 ‘조랑말농장’이라니 왠지 호기심이 동한다. 그 정체가 궁금한 가족들은 용인의 한터로 달려가보자. 주말농장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랑말 타기도 즐길 수 있는 조금은 특별한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와~! 저기 저 말 진짜 멋있다!”
“아니야, 저 검은 말이 더 멋진데? 다리도 길고 훨씬 크잖아! 선생님, 저 검은 말 타게 해주세요!”
농장에 들어서 아이들의 환호성을 따라갔더니 조랑말 체험장이다. 쭉쭉 뻗은 키다리 나무 사이로 큰 원을 그리는 오솔길이 나 있고, 그 길을 따라 조랑말 세 마리가 열심히 돌고 돈다. 햇살을 받아 잘생긴 말들의 몸이 일제히 번쩍번쩍 빛난다. 미끈하게 빠진 ‘훈말’ 위에 빨리 오르고 싶어 아이들은 안달이 났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탓에 조랑말을 보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내밀고 기웃거리다 못 참겠다는 듯 몇몇이 안전선 앞으로 다가왔다. 일렬로 늘어선 줄이 순식간에 흐트러졌다.
“너무 가까이 가면 안 됩니다. 말이 놀랄 수도 있어요. 자, 차례가 되면 한 명씩 앞으로 나와요. 그리고 말에 탄 다음 몸을 뒤로 젖혀야 합니다. 알겠죠?”
카우보이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쓴 멋쟁이 조교는 다름 아닌 한터조랑말농장의 대표 김용덕 씨다. 일일이 아이들을 인솔하고, 아이들이 탄 조랑말의 고삐를 잡아주면서 만약을 위한 안전상의 문제를 꼼꼼히 체크한다. 특히나 안전선 안에는 조랑말을 타는 아이들과 조교 외에는 누구도 들어와서는 안 된다. 기자도 예외가 아니다. 얼쩡대며 사진을 찍다가 불호령이 떨어졌다. 순해 보이는 말도 안전에 주의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한터조랑말농장에 김용덕 씨가 말을 들여놓은 것은 10년 전의 일이다. 축산업에 종사하던 그가 일본에 들렀다가 체험농장의 가능성을 보고, 용인에 농장을 만들고 제주에서 말을 들여왔다. 고즈넉하고 한적한 시골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인데, 사실 용인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다. 게다가 유치원생에 꼭 맞는 프로그램 구성으로 유치원에서는 철마다 꼭 가봐야 할 체험여행지로 한터조랑말농장을 꼽는단다. 과연 오늘 하루 농장에 유치원이 대여섯 팀이나 온 것을 보면 그 말이 맞는가보다.
타고 싶은 말을 점찍어놓았다가 학수고대한 끝에 말에 오른 아이들은 숲을 한 바퀴 돌고 나서 함성을 지른다. “와, 진짜 재밌어. 내 말이 최고! 또 타고 싶어요.” 뒤에서 기다리던 아이들의 따가운 눈총 탓에 그 소망은 다음으로 미뤄야겠지만, 대신 소달구지 체험이 기다리고 있으니 실망할 필요는 없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소와 연결된 달구지에 올라 덜그럭덜그럭 흙길을 가르는 재미가 그만이다. 아이들의 엉덩이가 들썩들썩 춤을 춘다.
“달팽이는 이빨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달팽이 하우스로 이동한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누군가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없는 것 같은데…” 하며 눈빛으로 강력하게 가르쳐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달팽이는 이빨이 없을 것 같죠? 하지만 사람처럼 딱딱한 이는 아니지만 음식을 씹을 수 있는 이빨이 있어요. 그것도 무려 1만 개씩이나요. 알았죠? 선생님이 질문 하나 더 할까요? 달팽이 이빨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다시 조용해지는 아이들. 선생님이 설명을 이어간다. “바로 치설이에요. 이 닦는 칫솔이 아니라 치설이요. 자 따라 해봐요, 치! 설!”
“치! 설! 치! 설!” 입을 오물거리던 아이들은 달팽이를 구경하러 하우스 안으로 우르르 달려간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등굣길에 풀잎에서 달팽이를 심심치 않게 보았다. 그런데 요사이 달팽이 수가 적어진 것인지 학원에 시달리느라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것인지, 아이들은 달팽이를 통 보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촉촉한 흙 위를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를 아이들은 신기한 듯 요리조리 살펴본다. 등껍질을 툭툭 건드리다가 슬며시 집어서 손 위에 올려놓아 보기도 한다. 딱딱한 껍질 속에 미끌미끌한 몸체로 움직이는 달팽이가 여간 신기한 게 아니다.
달팽이 하우스 안에서는 큼지막한 ‘왕달팽이’를 가까이에서 보고 마음껏 만져볼 수 있다. 여기에 달팽이에 대한 갖가지 의문점을 속 시원히 풀어줄 설명이 하우스 곳곳에 적혀 있어 엄마 아빠가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기에도 무리가 없다.
달팽이만큼이나 인기가 좋은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주말농장으로 분양하는 넓은 텃밭을 감싸고 있는 개울 속의 올챙이와 도롱뇽 알이다. 개울에서 작은 올챙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운이 좋으면 길쭉한 젤리처럼 생긴 도롱뇽 알까지 관찰할 수 있다.
여기에 함께 온 어른들이 “올챙이가 사는 것은 물이 깨끗하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 앞으로 환경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는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면 안돼요”라고 말해주면 금상첨화겠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온몸으로 깨친 산지식을 한아름 안고 돌아갈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