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세계 유일 여행지 01] ‘쥬라기공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전남 해남 우항리 공룡화석지
[세계 유일 여행지 01] ‘쥬라기공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전남 해남 우항리 공룡화석지
  • 송보배 기자
  • 승인 2012.11.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여행스케치=해남] 전 세계 공룡화석지 중에서도 전남 해남 우항리 공룡화석지는 세계 최초, 세계 유일의 화석이 유독 많이 발견된 곳이다. 실제 발굴 현장과 발자국 그리고 공룡 테마의 놀이 시설을 체험하면서 누구나 공룡 탐험가가 되어볼 수 있다.

해남공룡박물관에 들어서자 수m에 달하는 공룡 모형과 함께 금호호의 풍경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약 1억6000만 년 동안 지구를 호령하던 공룡들이 살아 호수 주변을 거니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진다.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우항리 화석지는 약 83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대에 퇴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것은 1992년. 지질학 조사 중 화석이 발견되어 1997년부터 발굴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발견된 지층과 화석은 규모며 형태가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았다. 총 443점으로 많은 익룡 발자국이 무더기로 발견되어 기존의 세계 1위(30여 점)를 가뿐히 넘었으며, 세계에 아직 보고된 바 없던 정교한 모양의 대형 공룡 발자국도 105점이나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룡과 익룡, 물갈퀴 새의 발자국이 한 지층에서 발견되어 이들이 동시대에 살았음이 밝혀졌다. 아직도 발굴되지 못한 화석이 상당수라니 그 어마어마한 규모가 쉬 짐작이 가지 않는다.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화석 발굴 현장에 보호각을 씌워 누구나 진품 화석을 관람할 수 있다.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공룡알 화석.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이런 중요성을 인정받아 우항리 공룡화석지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394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 목록에 올라 있다. 여기에 2007년에 국내 최대 규모의 공룡박물관이, 지난해에는 공룡테마파크가 조성되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특급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다섯 살 조카가 티라노사우루스의 모형을 보고 어찌나 놀랐는지 자기 엄마가 옆에 있는데도 다른 아주머니 옷깃을 붙잡고 한참을 울면서 따라가지 뭐예요. 그 후로 제가 전화를 할 때마다 걱정스럽게 ‘삼촌, 아직도 공룡 밥 주는 데서 일해?’하고 물어봐요.” 해남공룡박물관 이원준 씨가 들려준 일화이다. 아닌게 아니라 공룡이 입을 벌리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근육까지 파르르 떨리는 것이 아이들 눈에는 살아 있는 공룡으로 보일 것 같다.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골격만 봐도 티라노사우루스의 위엄이 느껴진다.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공룡박물관에는 우항리에서 발견된 진품 발자국 화석, 건물 2층 높이의 거대 공룡 화석, 각 시대별 공룡 골격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에 쥐라기 시대의 포식자 알로사우루스의 진품 화석도 만날 수 있다. 외모가 닮아 종종 티라노사우루스로 혼동이 되는 공룡이다. 각각 쥐라기와 백악기를 평정한 이 사나운 육식 공룡을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알로사우루스는 앞 발톱이 3개, 티라노사우루스는 앞 발톱이 2개이기 때문에 발톱 개수만 세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알로사우루스의 이름은 ‘특별한 도마뱀’, 티라노사우루스의 이름은 사나운 성격 때문에 지어진 것으로 ‘폭군 도마뱀’이란 뜻이다.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익룡과 새의 발자국 화석을 볼 수 있는 1보호각과 2보호각.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한때 영화 <쥬라기공원3>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백악기 육식 공룡인 스피노사우루스에게 물려 쓰러지는 장면이 등장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티라노사우루스 = 최강’이라는 일반 상식을 뒤엎고 몸집이 티라노사우루스 이상이라는 스피노사우루스의 존재감이 단번에 각인되었다. 하지만 실제 스피노사우루스는 이빨이 원통형이고 안쪽으로 나 있어서 주로 물고기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이다. 영화 속 장면은 일어나기 힘든 허구인 것. 티라노사우루스가 최대 크기의 육식동물은 아니었을지라도 여전히 최강자임은 확실하다.  

지하 1층의 공룡실에는 이 밖에도 당시 살았던 초식 공룡의 골격도 볼 수 있다. 온몸이 두꺼운 골판으로 싸여 있는 공룡이 있는가 하면 몸통 길이의 두 배만큼 긴 목을 가진 공룡도 눈에 띈다. 

“초식동물이라고 해서 육식 공룡에 마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어요. 유오플로케팔루스라는 공룡은 꼬리에 30kg이나 나가는 곤봉이 달려 있어서 육식동물이 공격할 때는 이 꼬리 곤봉을 휘둘렀어요. 육식 공룡의 다리뼈가 부러질 정도로 그 위력이 어마어마했답니다.” 해남공룡박물관의 해설사 김애자 씨가 초식 공룡의 방어술에 대해 설명하자 절로 귀가 솔깃해진다. 꼬리에 30kg의 곤봉을 단 공룡이라니…. 이 밖에도 큰 몸집에 비해 호두알 크기만 한 뇌를 가져 머리 나쁜 공룡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테고사우루스는 꼬리에 뾰족한 가시창이 박혀 있어 육식 공룡이 공격해오면 가시창으로 찔러 쫓아냈다고 한다.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우항리에 실물 크기의 각종 공룡 모형 24기를 세워 당시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여기에 오니까 인터넷에선 확인할 수 없는 다양한 사실을 알게 되어서 좋네요. 화석이나 모형, 영상 등 다양한 자료로 공룡을 만나니까 신기해요. 진짜 공룡들이 살았던 당시가 실감이 나요.” 광주교육대 이미진·김민석 학생이 해남공룡박물관에 대한 소감을 전한다. 

영화 <쥬라기공원>에서는 오리주둥이공룡 무리가 티라노사우루스에게 쫓겨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장면이 두고두고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이 장면이 나온 배경에 우항리 공룡화석지가 있다. 공룡이 무거운 몸 때문에 매우 느리게 걸었을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했는데 우리나라, 특히 우항리에서 발견된 화석으로 공룡이 두 발로 매우 빨리 달릴 수 있었음이 입증되었고, 이 때문에 스필버그 감독이 시나리오까지 수정하면서 공룡들의 질주 장면을 넣었다는 것이다.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박물관 1층에 작은 규모의 트릭아트미술관도 조성했다.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세기의 영화 속 장면을 바꿔놓은 화석을 만나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금호호 변에 조성된 1·2·3보호각이다. 발굴 현장 그대로 보호각을 씌워 누구나 가까이서 진품 화석을 볼 수 있다. 특히 3보호각 ‘대형공룡관’에는 평균 길이가 80cm에 달하는 대형 발자국 105기가 길게 이어진다. 최소 7m 이상의 거대한 공룡이 걸어간 흔적이다. 대형공룡관 내 초식 공룡의 발자국은 마치 어제 찍은 것인 양 믿을 수 없이 정교하다. 발바닥의 굴곡을 따라 진흙이 솟아오른 자국까지 별 모양으로 선명할 정도다. 발자국에서 쿵쿵거리는 걸음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커다란 발자국이 신기한지 관람객들도 휴대폰을 이용해 사진을 남기느라 분주하다. “신기한 것이 엄청 많구먼.” 해남읍에서 오셨다는 78세의 할머니도 전시관 관람에 연신 눈과 걸음이 바쁘다. “아이들이 이 발자국을 보면서 상상할 수 있잖아요. 그런 이유로 정말 좋아해요.” 김애자 해설사의 귀띔이다.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박물관 지하 1층의 어린이 공룡놀이터.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1보호각 ‘조각류 공룡관’과 2보호각 ‘익룡·조류관’은 서로 붙어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특히 2보호각에서는 공룡, 익룡, 새 발자국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데 한 지층에서 이 세 발자국이 함께 발견된 것은 우항리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또 세계에서 가장 긴 익룡의 보행렬도 볼 수 있다. 대형 공룡의 발자국처럼 깊고 선명하진 않지만 귓바퀴 모양의 익룡 앞 발자국과 사람 발자국 같은 뒤 발자국이 화석의 대각선으로 길게 이어진다. 우항리에서 발견된 보행렬로 인해 익룡이 날갯죽지에 붙은 앞발을 이용해 네 발로 걸었을 것이란 설이 정설로 굳어졌다.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해남공룡박물관 전경. 2012년 12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우리나라 해안에서 공룡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은 우리나라가 당시 공룡이 살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천년부경룡(부경고사우르스),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 등이 우리 지명을 딴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우항리에서 발견된 익룡 발자국 화석도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보고되었다. 영화 속 미지의 섬 ‘쥬라기공원’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에서 공룡의 파라다이스가 펼쳐진 것이다. 

INFO.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입장 시간 9:00~18:00(1월 1일, 매주 월요일은 휴관) 
주소 전남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 191(공룡박물관길 184)

Tip.
20인 이상 단체의 경우 미리 해설을 예약하면 해설사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개인 관람객의 경우 오디오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한다. 박물관 1층 영상실에서는 공룡 관련 다큐멘터리 영상을 하루 2회(오전 11시, 오후 2시) 상영한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우항리 공룡화석지를 1~2시간 안에 모두 돌아보기는 힘들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 박물관에서 추천하는 코스는 1코스(매표소 → 1보호각 → 2보호각 → 3보호각 → 어린이 놀이시설 → 조류생태관 → 박물관)와 2코스(매표소 → 박물관 → 조류생태관 → 어린이 놀이시설 → 3보호각 → 2보호각 → 1보호각)가 있는데 시간이 촉박하다면 조류생태관은 생략해도 무방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