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 서울] 흔히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 대해 최첨단 빌딩 속에 오랜 역사적 건물이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당신이라면 서울의 창덕궁을 한번 찾아가보길 바란다.
돈화문을 넘어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은 순식간에 잦아들고 별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뒤를 돌면 뽀족한 도시의 마천루지만 다시 앞을 보면 형용할 수 없이 고즈넉한 단청의 세계다.
창덕궁은 약 300년 가까이 조선의 정사가 이루어진 곳으로 산을 깎지 않고 자연 속에 동화된, 우리 선조의 건축 철학과 미학이 집약된 유물이다. 그 안에는 300년이 넘은 굵직한 나무들이 곳곳에 의연하게 자리하고 있어 궁의 품격을 더한다.
비록 외국의 커다란 왕궁처럼 한눈에 화려하진 않지만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처럼 조목조목 마음을 끄는 것이 바로 창덕궁의 매력이다. 일찍이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 다른 궁처럼 자유로운 관람이 불가능하고 매시 15분, 45분 정해진 시간에 함께 입장하여 이동해야 하며 관람 시간은 대략 1시간 20분 정도이다.
창덕궁의 아름다움은 특히 봄과 가을에 빛난다. 온갖 꽃들이 앞다투어 피고, 가을이면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눈부시게 화려하다. 그런데 굳이 겨울 여행지로 꼽은 이유는? 바로 흰 눈이 내리는 날 창덕궁은 환상의 세계로 180도 깜짝 변신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단청 위에 포근히 내려앉은 설경의 아름다움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흔히 가까이에 있는 것의 진가는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때문에 먼 외국 나들이는 많이 하면서 창덕궁 한 번 가보지 않은 서울 시민도 부지기수. 그러나 눈 오는 겨울 창덕궁 나들이 한번 해보시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