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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축구 여행] 독일 뮌헨 알리안츠아레나경기장  우리는 하나“오! 필승~ FC 바이에른 뮌헨!” 
[축구 여행] 독일 뮌헨 알리안츠아레나경기장  우리는 하나“오! 필승~ FC 바이에른 뮌헨!” 
  • 윤동빈 기자
  • 승인 2009.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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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사진 / 윤동빈 기자
뮌헨 알리안츠아레나경기장. 바이에른 뮌헨 경기가 있는 날엔 붉은색 조명이, 1860 뮌헨 경기가 있는 날엔 파란색 조명이 켜진다. 사진 / 윤동빈 기자

[여행스케치=뮌헨] 빅매치를 상상하며 너무 설레었던 탓일까. 간밤에 잠을 뒤척였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보러 간다는 벅찬 기분에 서둘러 카메라, 지도, <키커> 지를 챙겼다. 지금 우리는 뮌헨의 알리안츠아레나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레겐스부르크 기차역에서 함께 독일로 날아온 동지들과 만나기로 했다. 나와 토레스(승은)는 약속시간 30분 전에 도착해서 발락(관영)을 기다렸다. 기차표를 끊어놓고 뮌헨 지하철 노선도를 살펴보기를 한 시간, 그런데 발락이 감감무소식이다. 빨리 뮌헨에 가서 경기 티켓을 구해야 하는 나는 속이 타들어가는데, 발락은 한 시간이 지나서야 건너편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발락과 티격태격하며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파란 옷을 입은 독일 사람들의 무리가 보였다. 머플러를 보니 오늘 바이에른 뮌헨의 상대편인 샬케04의 팬인 것 같았다. 혹시 뮌헨경기장이 초행길인 우리가 무슨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서툰 독일어로 말을 걸었다. 

“혹시 뮌헨경기장 가시나요? 저희도 샬케04 팬인데….” 
사실 우리는 바이에른 뮌헨을 응원할 예정이었지만, 마침 파란색 점퍼를 입고 있던 토레스를 가리키며 살짝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그들은 화색을 띠며 반겼다. 기차 안에서 마주 보고 앉은 우리는 그들과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샬케04에 관한 모든 기억을 총동원했다. 

사진 / 윤동빈 기자
FC 바이에른 뮌헨과 샬케04의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로 경기장은 만석이었다. 사진 / 윤동빈 기자

‘아, 쿠라니! 아사모아!’  
그때 마침 독일 대표팀에 승선한 케빈 쿠라니와 아사모아 선수가 샬케04 선수인 것이 기억이 났다. 우리가 그들의 플레이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자, 그들도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축구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뜸 무리 중 한 명인 슈테판이 귀가 솔깃한 제안을 했다. 

“오늘 경기 티켓, 나한테 남는 게 딱 세 장 있거든. 어때? 살래?” 
아니 이게 웬 떡인가? 경기장에 가기도 전에 티켓을 미리 구하다니!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유럽에서 분데스리가 티켓이 가장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리그 평균으로 따져도 고정 관중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운 좋게도 손쉽게 티켓을 확보했다. 덕분에 뮌헨에 도착해 경기 시작 전까지 여유가 생겼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1974년 서독월드컵 결승전이 열렸던 올림픽경기장을 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발락은 여행이 ‘축구 테마’로만 흘러가는 것에 반대했다. 우리는 의견을 모아 뮌헨대학교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지하철역 밖으로 나오긴 했는데, 뮌헨대학교를 찾을 수가 없었다. 표지판도 없고, 대학 정문도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사진 / 윤동빈 기자
뮌헨경기장은 좌석을 가파르게 배치하여 위에서 내려다볼 때 더욱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 / 윤동빈 기자

“여기 뮌헨대학교가 어디죠?”
“여기요.”
“네?”
“여기 이 건물들이 다 뮌헨대학교예요.”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로변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이 대학교라니. 유럽의 유서 깊은 대학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발전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대로변에 늘어선 대학교가 많다고 한다. 우리는 ‘도로변의 캠퍼스’를 거닐다가 곧 알리안츠아레나경기장으로 향했다. 

황량한 대지 위에 우뚝 솟은 알리안츠아레나경기장은 마치 거대한 우주선 같았다. 이제 그 안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개찰구 앞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정식으로 표를 끊지 않았으므로 문득 ‘이 표가 가짜이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표를 건넸는데, 직원이 티켓을 바코드에 찍은 뒤 건네주며 인사를 건넨다. 

“바이에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와우! 우리가 정말 뮌헨경기장으로 들어온 건가! 흥분한 우리는 한걸음에 ‘팬숍’을 찾아갔다.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을 한 벌씩 사 입고 열혈 서포터인 양 당당하게 경기장 안으로 입장했다. 과연 경기장은 굉장했다. 축구를 관람하기에 최적의 조건으로 만들기 위해 좌석을 가파르게 배치했기 때문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기장의 모습이 압도적이다. 이윽고 미하엘 발락, 올리버 칸, 로이 마카이 등 슈퍼스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팀 서포터들이 열렬하게 응원하는 사이에 전반전이 훌쩍 지났다. 

사진 / 윤동빈 기자
‘티켓 1장 구합니다.’ 어린이 축구팬이 경기장 앞에서 암표를 구하고 있다. 사진 / 윤동빈 기자

우리는 쉬는 시간 동안에 맥주를 마시기 위해 가판대로 나왔다. 그곳은 붉은색 옷을 입은 뮌헨 서포터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중 우리와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는 독일인이 눈에 들어왔다.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싶었다. 나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그것은 바로 독일에 오기 전부터 외워왔던 바이에른 뮌헨 응원가! 왠지 응원가를 외워두면 세계 축구 팬들과 교감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예전부터 유명 축구 클럽의 응원가를 외워두었다. (이런 나를 보면서 어머니는 아들이 알 수 없는 종교에 빠진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을 하였다.)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당신이 FC수원의 서포터라고 가정하자. 블루윙즈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데, 웬 서양인이 “오오, 사랑한다! 나의 사랑! 나의 수원!” 하며 응원가를 부른다면? 아마 그 서양인은 그날 하루 숙식 해결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켠 뒤, 우레와 같은 함성을 필두로 뮌헨 응원가를 불렀다. 
“FC 바이에른! 슈테른 데스 쉬덴, 두 비어스트 니말스 운터게헨!(남부의 별, 바이에른은 절대 패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곧 주변의 바이에른 서포터들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응원가를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와 자신들의 클럽 응원가를 부르는 우리가 신기했는지, 그들은 우리에게 다가와서 가발과 머플러를 바꿔 쓰자고 했다. 성공이다. 

그들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함께 응원하다 보니 어느새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3:0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승리였다. 경기장의 붉은 조명이 마치 승리를 자축하듯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사진 / 윤동빈 기자
경기가 끝난 후의 그뤼트메닝 지하철역은 축구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진 / 윤동빈 기자

우리는 집으로 향하기 위해 지하철로 달려갔다. 열차가 들어오고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 틈에 간신히 끼어서 탔다. 지하철이 20분 정도를 달려서 시내로 들어갔을 때 쯤 갑자기 열차가 멈추더니 방송이 흘러나왔다. 

“과부하로 인해 열차가 고장났으니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아니, 물건 튼튼하게 만들기로 소문난 독일에서 이게 무슨 실수람! 그때 갑자기 구세주가 나타났다. 바로 우리에게 티켓을 제공해준 슈테판이었다. 슈테판은 바이에른 티켓 막차가 11시에 끊기니까 함께 택시를 타자며 또 한 번 귀가 솔깃한 제안을 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쏜살같이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뮌헨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플랫폼까지 전력질주를 했다. 저 멀리서 승무원이 더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게 보였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기차에 골인! 기차는 바로 출발했고,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기숙사로 돌아오며 오늘의 일을 되새겨보았다. 빅매치 티켓을 쉽게 구한 일, 가까스로 레겐스부르크행 기차를 탄 일, 열차 안에서 함께한 시간들, 이 모든 일은 발락이 지각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늦었다고 화를 냈던 일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맙다, 내 친구, 발락! 다음에도 행운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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