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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을 만끽하다…겨울에 떠나는 속초 여행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을 만끽하다…겨울에 떠나는 속초 여행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1.12.15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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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영랑호수윗길 정식 개통
각종 국수 맛볼 수 있는 영랑호먹거리마을
속초 최고의 야경 포인트, 청초환희공원
주변 가볼 만한 곳으로 영금정, 등대해수욕장 추천
지난해 11월 영랑호를 가로지르는 영랑호수윗길이 정식 개통됐다.  드론/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 = 속초] 뭔가 마음이 답답할 때 무작정 떠나던 곳이 속초다. 깎아자른 듯한 설악을 단번에 가로질러 푸른 동해가 눈 앞에 펼쳐지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해방감이 느껴진다. 겨울바람이 매섭지만, 이상하게도 가슴은 따뜻해진다.

속초 여행을 계획하며 동해와 설악산만 떠오른다면 아직 속초의 매력을 오롯이 알지 못하는 것. 산과 바다, 호수와 온천, 풍성한 먹거리까지, 속초는 작지만,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을 모두 품고 있다. 큰 이동 없이도 다이내믹한 각종 체험을 할 수 있고, 바다에서 나는 풍부한 먹거리는 속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영랑호에서 바라본 울산바위와 설악의 전경. 사진/ 민다엽 기자
고즈넉한 분위기의 영랑호의 풍경. 사진/ 민다엽 기자
영랑호수윗길은 호수와 바로 맞닿아 있는 부교다. 사진/ 민다엽 기자

설악이 병풍처럼 둘러싼 영랑호

바닷물이 들어와 만들어진 동해안의 특별한 호수 석호. 석호는 하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 파도에 의해 퇴적된 모래톱이 만의 입구를 막아 형성된 호수다. 속초에는 영랑호와 청초호 두 개의 석호가 있는데, 일찍이 개발된 청초호와는 달리, 영랑호는 아직 개발의 손길을 많이 타지 않아 자연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아쉽게도 지난 2019 년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현재는 예전의 울창했던 풍경과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속초 시민들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쉼터임에는 변함없다.

장사동, 금호동, 동명동, 영랑동에 걸쳐있는 영랑 호는 그 둘레만 7.8km, 면적은 1.2에 달한다. 신라 시대 화랑인 영랑이 그 아름다움에 반해 오랫 동안 머물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가히 그심정이 충분히 이해된다. 병풍처럼 호수를 둘러싼 설악의 웅장함과 동해의 푸름은 신성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경관이 뛰어나다.

봄이면 벚꽃 터널이 끝없이 이어지고, 여름에는 우거진 녹음이, 가을에는 형형색색 단풍이 들어 사계절 내내 많은 여행객이 찾는다. 추운 겨울, 봉우리마다 하얗게 서린 눈꽃을 감상하며 바람 속을 걸어보는 것도 나름의 운치와 낭만이 있다.

다리 중앙에는 지름 30m의 원형광장이 조성돼 있다. 드론/ 조용식 기자
영랑호수윗길의 포토존. 저 멀리 설악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사진/ 민다엽 기자

가장 아름다운 속초를 만나다, 영랑호수윗길

202111, 호수 중앙을 가로지르는 영랑호수윗길이 개통되어 더 편하게 영랑호를 즐길 수 있다. 영랑호수윗길은 총 길이 400m, 2.5m의 부교로 중앙에는 지름 30m의 원형광장이 위치해 있다. 호수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설악산의 전경은 가히 압권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눈 앞에 펼쳐진 울산바위의 웅장함이란,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설악산의 최고봉 대청봉부터, 토왕성폭포, 권금성, 마등령, 황철봉까지 파노라마로 펼쳐진 전경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야간에는 다리를 따라 조명이 들어와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속초 시민이 영랑호수윗길을 산책 중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가까이에서 철새를 살펴볼 수 있다. 사진/ 민다엽

영랑호의 둘레가 8km나 되니 그동안 여행자들이 영랑호를 전부 둘러보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죠. 호수가 워낙 커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극히 일부만 걷고 발길을 돌리는 여행자가 많아 아쉬움이 컸어요.”

고경애 문화관광해설사의 말처럼 그동안 영랑호의 매력을 오롯이 느껴보기에 여행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 하지만 호수를 가로지르는 영랑호수윗길이 생기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영랑호의 속살을 느껴볼 수 있게 됐다. 산책 코스는 크게 영랑호수윗길을 중심으로 설악산 쪽으로 난 A 코스(3.5km)와 동해 쪽 B 코스(4.6km)로 나뉜다.

영랑호는 철새 도래지로 보존 가치가 높다. 사진/ 민다엽 기자 
황금빛으로 물드는 영랑호의 노을. 사진/ 민다엽 기자
아직까지 곳곳에 2019년 화재의 아픔이 남아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A 코스는 범바위와 영랑호습지생태공원을 지나, 보다 가까이에서 철새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 반면 B 코스는 탐방로를 따라 곳곳에 예쁜 카페와 리조트, 공원이 어우러져 있어 더욱 편하게 영랑호를 둘러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코스 당 넉넉잡아도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히 둘러 볼 수 있다. 고경애 해설사는 영랑호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포인트로 이곳만의 독특한 생태환경을 꼽았다.

주변 경관도 아름답지만, 영랑호의 진짜 매력은 바로 바다와 민물이 만나 형성된 독특한 생태 환경을 바로 코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철마다 희귀한 철새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환경생태학적 관점에서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라고 할 수 있죠.”

 

INFO 영랑호수윗길

입장료 없음 이용시간 동절기 (11~2) 07:00~21:00, 하절기(3~10) 06:00~22:00

주소 속초시 영랑호반149

문의 033-639-2362

 

청초호수공원에서 본 속초 시내와 설악대교의 야경. 사진/ 민다엽 기자

속초의 중심, 청초호

일제강점기 이후 발달한 신흥 항구도시인 속초는 비교적 역사가 짧다. 속초는 원래 양양에 속한 작은 포구 마을이었지만, 일제강점기에 양양의 철광석 등을 배로 실어 나르기 위해 청초호 항만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오래된 문화유산 대신, 포구 주변과 산동네에 애달픈 바닷사람의 흔적만이 남아있는 이유다.

속초의 낭만적인 밤. 사진/ 민다엽 기자
해가 지면 청초환희공원은 화려한 불빛으로 물든다. 사진/ 민다엽 기자

그 중심에는 청초호가 있다. 1950년대 속초의 어획량은 부산에 이어 전국 2위였다고 한다. 당시 속초에는 500여 척에 이르는 크고 작은 어선이 있었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지만, 1964년 한일협정 이후로 속초의 어업은 급속도로 쇠퇴한다. 따라서 청초호에는 도시의 흥망성쇠가 모두 담겨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1950년대 만선과 귀향의 꿈을 안고 속초로 몰려든 실향민들의 삶부터, 현재의 수많은 여행자가 찾는 관광지로서도 청초호는 여전히 속초의 중심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둘레 5넓이 1.3의 청초호 주변에는 속초항 국제크루즈 터미널과 속초 고속버스터미널, 아바이회센터, 속초관광수산시장 등 핵심 시설이 대부분 위치해 있어 현지인은 물론,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공원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 여행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붉을 밝힌 엑스포타워의 모습. 사진/ 민다엽 기자

청초호 호수공원 주변에는 엑스포타워와 각종 카페와 음식점이 몰려있어 항상 활기찬 분위기가 이어진다. 특히 저녁에는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설악·금강대교가 형형색색 조명이 어우러져 속초의 밤을 낭만적으로 물들인다.

INFO 청초호
속초 시내 중심에 위치한 청초호는 넓이 1.3㎢, 둘레 5km에 이르는 거대한 자연 석호다. 호수를 따라 엑스포타워와 유람선 선착장, 호수 공원을 비롯해 각종 음식점과 카페가 늘어서 있어 여행객은 물론, 속초 시민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다.
주소 속초시 철새길 76 (청초호유원지)

 

영랑호 먹거리 마을에서 만난 소박한 카페. 사진/ 민다엽 기자

'먹는 즐거움영랑호 먹거리 마을

동해의 일출을 가장 먼저 맞는 동네란 이름을 가진 동명동은 영랑동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마을로 그 이면엔 켜켜이 쌓인 빛바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동명동에 사람이 모이고 청년 인구가 유입되면서 영랑호 먹거리 마을이라는 새로운 골목 상권이 생겨났다.

속초에 왔다면 장칼국수를 꼭 맛 봐야 한다. 사진/ 민다엽 기자
 순두부도 놓칠 수 없다. 사진/ 민다엽 기자
속초 어디에서나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트랜디한 호스텔과 젊은 감성의 음식점, 카페 등이 들어서며 이 빛바랜 골목에 조금씩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 ‘국수 거리라는 별칭답게 칼국수와 쌀국 수, 파스타, 냉면 등 각종 면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그 외에도 감자옹심이와 막창 등 강원도 특산물도 맛볼 수 있다.

특히 속초에 왔다면 장칼국수를 꼭 맛보길 권한다. 강원도에서 재배한 질 좋은 콩으로 만든 된장에 황태 머리, 멸치, 디포리, 다시마, 냉이 뿌리 등을 넣어 푹 끓여 낸 장칼국수는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장칼국수와 쌀국수를 합쳐 만들어진 '장쌀국수'. 먹음직스런 한우가 인상적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싱싱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파스타. 사진/ 민다엽 기자

시장에서 국수를 파시던 할머니를 보고 자란 손녀는 속초다운퓨전 쌀국수를 선보이고, 젊은 부부는 황태를 넣은 장칼국수로 여행객은 물론, 현지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작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는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파스타를 만들고. 소박한 카페에서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따사로운 햇살만큼이나 포근했다.

 

바다 위의 멋스러운 정자, 영금정의 모습. 드론/ 조용식 기자

해돋이 정자 영금정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해 바다의 푸르름에 이내 마음을 빼앗겼다. 일상 속에서 답답했던 마음들이 하나둘 바람을 타고 훌훌 날아가는 기분해돋이 정자로 불리는 영금정과 눈부신 옥빛 바다가 인상적인 등대해수욕장도 꼭 들려보길 권한다.

동명항 근처에 우뚝 솟은 영금정은 과거 바위에 부딪쳐서 나는 파도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처럼 오묘하고 아름답다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현재는 예전과 같은 거문고 소리는 들을 순 없지만, 시원하게 몰아치는 파도 소리는 여전히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여행객이 탁 트인 동해의 푸르름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영금정에서 본 동명항의 모습이 활기차다. 사진/ 민다엽 기자
하늘에서 내려다본 등대와 등대해수욕장의 풍경. 드론/ 조용식 기자
바다에서 나는 풍부한 먹거리는 속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특히 일출을 맞이하는 해돋이 정자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영금정 바로 옆에는 동명항이 있어 활기찬 항구의 에너지를 한껏 느껴볼 수 있으며 각종 해산물을 먹기에도 좋다. 등대해수욕장은 속초해수 욕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해변가에 아기자기한 카페가 많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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