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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남해바래길 걷기여행⑮] 231km, 피날레를 장식하다 제16코스 대국산성길
[남해바래길 걷기여행⑮] 231km, 피날레를 장식하다 제16코스 대국산성길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2.02.14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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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산성길에서 바라 본 남해의 전경.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남해] 2010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남해바래길이 개통 10주년을 맞은 지난 2020년 11월, 19개 코스(본선 16개+지선 3개)로 최종 완성됐다. 기존 101.3km에서 두 배 이상 거리를 늘려 총 231km. 그중 11개 코스는 남파랑길 36~46코스와 길이 겹친다.

이번 구간은 설천행정복지센터~금음산 임도~대국산성~대국산 임도~해안길~이어체험마을~남해공용버스터미널까지 이어진 15.9km의 길로 난이도 별 다섯 개 중 네 개! 공식 앱엔 7시간이라고 돼 있어 출발 전부터 겁이 났는데, 다른 이들도 같은 마음인지 지선 포함 19개 구간 중 완보자가 제일 적은 길이기도 하다. 막상 걸어보면 산성까지의 5.8km만 다소 힘들고, 이후 10여km는 내내 내리막과 평지다. 소요 시간도 휴식 포함 6시간이면 충분하다.

걷다가 돌아보면 설천과 창선 사이의 바다가 보인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마을 위쪽의 금음산저수지. 남쪽의 섬도 늦겨울 추위는 어쩔 수 없는지 물이 얼었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대국산성으로 가는 이정표.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남해바래길, 마지막 구간

2020년 끝자락에 시작해 1구간부터 차례대로 걸은 게 벌써 16구간, 2022년 겨울과 봄 사이, 어느덧 정규 코스의 마지막 길이 되었다. 남해에서 사계절을 만났고, 열두 달이 넘도록 매달 이 섬의 길들을 헤집고 다녔다. 돌아보면 벌써 까마득하고, 알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낯선 섬. 미조항의 멸치와 노량의 굴, 샛노란 유자와 초록의 시금치, 알싸한 마늘, 두곡‧월포해수욕장의 뜨거운 여름 햇살, 임진성을 포함해 수시로 만났던 뱀이며 구불구불 외딴 산중 임도, 카페에서 마시는 시원한 커피…. 남해의 길들은 모두 추억이 되었다.

지난달 길을 끝낸 설천행정복지센터에서 마지막 코스가 시작된다. 우체국과 중학교를 낀 2차선 도로를 걷다 우측으로 방향을 꺾는다. 이제부턴 오르막이다. 시금치 출하로 바쁜 농가와 보라색으로 색칠한 집을 지난다. 마을 길일 뿐인데도 오름길에선 헉헉 숨이 찬다. 호흡을 가다듬고 뒤돌아서면 창선과 마주한 설천의 바다가 어렴풋 보인다. 바다는 남해의 품으로 깊게 들어섰다가 지족에서 동쪽으로 빠졌다.

마을을 벗어나면 금음산 임도다. 남해도 늦겨울 추위엔 어쩔 수 없는지 마을 위쪽 금음산저수지가 차갑게 얼었다. 산으로 접어들면 길은 오히려 시멘트 포장도로보다 편하다. 심지어 ‘관당 6.5km 용강 2.9km’이정표부턴 내리막으로 변한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저 멀리 산 정상부에 걸린 대국산성이 보인다. 내려선 만큼 올라가야 하는 게 이 세계의 이치다. 산성을 0.6km 앞두고 길이 나뉜다. 노란 안내판도 붙었다. 이 갈림길에서 우측의 산성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왼쪽(정태마을)으로 가야 한다. 어차피 되돌아올 거라면 그냥 왼쪽으로 갈까? 싶지만 이 길의 이름에 대국산성이 붙은 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국산성은 일부러 와서 볼 만큼 풍경이 좋은 곳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이번 구간의 이름이기도 한 대국산성.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대국산성, 이번 코스의 정점

산성 아래 주차장엔 산불감시원의 하얀색 용달차가 세워져 있다. “안녕하세요?”초소 안의 직원은 아마도 오늘 처음 사람을 본 모양이다. 바람을 타고 온 인사말엔 반가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 비교적 외형이 잘 남은 이 성엔 슬픈 전설도 있다. 의좋은 형제가 한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내기를 했더란다. 처녀가 두루마기 한 벌을 만들 동안 형은 100kg이 넘는 쇠고랑을 차고 20리 길을 다녀오고, 동생은 대국산에 돌성을 쌓는 일이었다. 결국 동생이 이기고 형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동생은 슬픔을 억누르고 이 성에서 왜적에 맞서 싸웠다고 한다. 그밖에 천장군과 일곱 시녀 전설도 있다.

대국산성을 한 바퀴 돌아 걷고 갈림길로 돌아온다. 아직 10km가 남긴 했지만 이제 더이상 오르막은 없다. 좌우로 숲이 우거진 좁은 임도를 내려서 마을로 들어선다. 도로를 두 번 건너 두 개의 마을을 지나면 본격적인 도로다. “반드시 한 줄로 주의해서 걸어주세요.”라는 안내판이 있다. 앞으로 4km는 인도가 좁은 차도다. 다행히 차량 통행은 많지 않았고, 가끔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바퀴 소리를 내며 신나게 내달렸다. 길은 바다 옆으로 이어졌다. 멀리 호구산(626.7m)이 보였다. 10코스(앵강다숲길) 때 저 산기슭을 걸었었다.

대국산성을 벗어나 처음 만나는 마을.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대국산성을 벗어나 처음 만나는 마을.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당신의 하루가 온통 기쁨이면 좋겠습니다”“꽃이 피어서가 아니라 네가 와서 봄이야”등의 글귀와 예쁜 그림이 걷는 이를 반긴다. 그래도 4km 내내 도로인 건 흠이었다. 심심하고 발바닥이 아팠다. 바다 위를 나는 새들 곁으로 색색의 바람개비가 돌았다. 이어체험마을 정자에 잠시 배낭을 내리고 마른 목줄기를 적신다. 전체적으로 조용한 길이다. 터미널을 앞에 둔 3km 직전까진 그랬다. 길은 우측으로 휘어졌다. 이번엔 난간이 세워진 인도가 있다. 인도가 있다는 건 그만큼 차량 통행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좌우를 잘 살펴 길을 걷는다. 보건소를 지나 구간 종점인 버스터미널 앞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지루한 도로를 지루하지 않게, 예쁜 그림과 글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걷기에도 좋고 자전거 타기에도 좋은 남해바래길.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약 4km에 걸친 해안선 도로를 따라 가면 남해읍에 닿는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지선도 걸어보세요

정규 코스는 16개지만 읍내바래길, 노량바래길, 금산바래길, 이렇게 세 개의 지선이 더 있다. 최근엔 다초바래길(5.4km)까지 추가로 열렸다. 읍내바래길은 남해터미널에서 출발해 향교~성당~봉황산공원~법흥사~남산공원~유배문학관~어시장~남해터미널로 돌아오는 10km의 원점회귀 코스로 휴식 포함 3시간쯤 걸린다.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은 읍내여서 걷는 재미가 있다. 긴 거리에 비해 난이도도 별로 어렵지 않다.

3.2km인 노량바래길은 14코스(이순신호국길)와 15코스(구두산목장길)의 기점이기도 한 노량선착장에서 시작한다. 이후 충렬사~노량공원~산성산 탐방로~레인보우전망대를 지나 노량으로 돌아오는 1시간짜리 원점회귀 코스다. 사적 제233호인 충렬사는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관음포 바다에서 순국한 이순신의 유해를 처음 안치한 곳이다. 지금도 충렬사엔 봉분뿐인 가묘가 있다. 이후 산성산 중턱에서 노량대교와 남해대교가 모두 보이는 전망대를 지나 남해각 옆 선착장으로 내려선다.

도로를 사이로 왼쪽엔 바다, 오른쪽엔 갈대숲과 산이 놓였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국립공원 권역인 금산바래길은 3개의 지선 중 가장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공식 앱엔 2km에 1시간으로 나오지만 주차장에서 보리암까지 왕복 30분을 추가해야 하므로 넉넉히 2시간은 잡는 게 좋다. 본래 보광산으로 불렸던 금산은 태조 이성계에 의해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조선을 건국하면 산 전체에 비단을 깔아주겠다”약속했고, 이후 산 이름에 ‘비단 금(錦)’자를 넣어 진짜 비단을 대신했다는 것. 금산 보리암은 강화 석모도 보문사, 양양 낙산사, 여수 금오산 향일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처로 꼽힌다. 보리암만 아는 이들은 쌍홍문과 상사바위를 놓치기 십상이다. 금산바래길은 언급한 세 곳을 포함 이른바 ‘뷰맛집’으로 통하는 금산산장과 정상을 지나 보리암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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