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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수산물 따라가는 맛있는 전남여행 ④] 달착지근한 봄맞이 바다 전령, 고흥 주꾸미
[수산물 따라가는 맛있는 전남여행 ④] 달착지근한 봄맞이 바다 전령, 고흥 주꾸미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04.12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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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샤브샤브.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고흥] 맛 좀 안다는 사람들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고 말한다. 산란기를 맞아 살이 통통 오른 주꾸미들, 고흥반도 끝에 있는 녹동항에서 통발로 잡아올린 주꾸미를 맛보고 왔다. 

고흥연안 교통의 요충지 녹동항
봄이 무르익는 풍경을 찾아 남쪽으로 달려갔다. 동백꽃이 붉게 피었고, 산수유와 매화가 꽃대궐을 이루고, 하얀 배꽃이 바람에 흩날린다는 소식이다. 바닷가 봄향기를 따라간 여정은 고흥까지 이어졌다. 주꾸미가 올라온다는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녹동항(鹿洞港)이다. 제주도 가는 배가 하루에 2회씩 출항한다는 큰 항구다. 고흥만과 완도 북동부에 있는 여러 섬에서 어획한 수산물을 1차 판매하는 위판장이 있고, 낚싯배만 해도 수십 척 된다. 거문도 가는 배도 이곳에서 출항한다.

녹동항에는 어선 100여 척과 낚싯배 50척 정도가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녹동항 위판장에서 낙지와 주꾸미 경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녹동항은 낚시객을 비롯한 관광객이 많이 찾고, 거금도와 금당도 등 인근 섬에서 생산되는 활어, 선어, 김, 미역, 멸치 등 해산물의 집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덕분에 물동량이 많은 남해안의 해상 교통의 요충지다. 녹동항 수협 위판장에서 하루에 세 번 주꾸미와 낙지 경매가 있다. 08시, 11시, 14시에 어부들이 잡아온 생물이 이곳에서 판매된다. 경매 과정은 여행객도 구경할 수 있지만 경매사와 상인들이 주고받는 수신호와 암호를 여행객은 알아낼 수가 없다. 여행객은 상인들의 손을 거쳐 판매되는 어시장이나 음식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사람에게 유익한 필수아미노산 함유

주꾸미는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생김새는 문어와 비슷하나 머리 크기는 낙지와 비슷하다. 다리 개수는 낙지와 같이 8개이며, 길이는 낙지보다 더 짧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많이 서식하며, 3월말부터 6월까지가 맛이 가장 좋다. 흔히 바닷가 사람들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고 말한다. 봄철에는 주꾸미가 맛있고, 가을에는 낙지가 더 맛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가을낙지가 봄 낙지보다 더 어려서 부드럽다는 데서 나온 이야기다.) 가을 주꾸미는 아직 어려서 맛이 덜 들었고, 봄이 되면 산란을 앞두고 살이 통통 쪄서 더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위판장의 싱싱한 주꾸미. 사진/ 박상대 기자
위판장 옆 어시장에서 판매하는 주꾸미. 사진/ 박상대 기자

주꾸미는 수심 5~50m 정도의 모래나 자갈밭에 살면서 바위틈이나 풀숲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다. 산란기에 바위틈처럼 생긴 소라껍질에 들어가서 알을 낳으려다 어부들의 손에 붙잡히곤 한다. 또는 어부들이 내려놓은 통발에 들어갔다가 붙잡히기도 한다. 이른 봄 녹동항 인근 바다에서 어획한 주꾸미는 대부분 통발을 이용한 것이다. 주꾸미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칼슘, 철분, 비타민 등 필수아미노산과 타우린, 불포화지방산 등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간 기능을 개선하고 시력 회복과 근육 피로의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철분이 많아 빈혈치료에도 도움이 되고, 여성들에게 더 유익하다고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맛을 내는 주꾸미 요리

주꾸미는 날 것으로 먹을 수 있다. 어촌 사람들은 막 잡아올린 주꾸미를 그대로 썰어서 회로 먹는다. 참기름과 가는소금에 살짝 찍어서 먹는다. 그러나 대도시 사람들은 신선도 때문에 날 것을 선호하지 않고 대체로 익혀서 먹는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먹는다. 흔히 주꾸미 숙회라고 한다. 이는 전혀 양념을 하지 않은 것이며, 잘게 잘라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된다. 숙회는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이 난다. 식으면 다시 따뜻하게 데워서 먹는 것이 좋다.

주꾸미 숙회와 초무침. 사진/ 박상대 기자
주꾸미 머리에는 알이 400~500개 들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주꾸미 초무침. 전통 있는 남도의 음식점에서는 양조 식초 대신 막걸리를 숙성해서 만든 가정식 전통 식초를 사용한다. 사진/ 박상대 기자

주꾸미를 데쳐서 미나리와 부추, 오이 등과 함께 초무침을 해서도 먹는다. 전통 있는 남도의 음식점에서는 양조 식초 대신 막걸리를 숙성해서 만든 가정식 전통 식초를 사용한다. 주꾸미 초무침은 막걸리와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주꾸미 볶음도 있다. 파, 양파, 양배추 등 야채와 고추장을 넣고 철판 위에 볶아 먹는다. 싱싱한 주꾸미보다 냉동 주꾸미를 이렇게 만들어 먹는다. 요즘 녹동이나 여수 등 항구도시에서 유행하고 있는 요리로 주꾸미 샤브샤브가 있다. 뜨거운 육수에 대파, 시금치, 콩나물, 무 등 각종 야채를 넣고 끓인 뒤 살아 있는 주꾸미를 넣었다가 꺼내서 잘라 먹는다. 주꾸미는 무슨 요리를 하든 센 불에 재빨리 살짝 익혀 먹어야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오래 익히면 살이 수축되고 질겨진다. 

어시장의 병어. 사진/ 박상대 기자
병어 조림. 사진/ 박상대 기자

벚꽃 지면 제맛 나는 모더니즘 생선 병어
남도 사람들은 주꾸미와 곁들여 병어를 봄의 전령이라고 말한다. 은빛 자태를 자랑하는 순박한 생선이다. 사람의 잣대로 보자면 입이 작아서 어린 물고기들을 잡아먹거나 괴롭히지 않고, 행실이 요란하지도 않을 것 같은 생선이다.
병어는 두꺼운 비늘이 없다. 비늘이 없는 생선은 맛이 덜하다는 선입견을 뭉개버리는 대표적인 생선이다. 요즘은 우리 근해에서 많이 잡히지 않는 까닭에 값이 싸지 않지만 70년대만 해도 시장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한 생선이었다. 사촌으로 덕자와 덕대가 있다. 덩치가 좀 더 크고 모양새는 엇비슷하다. 사실 병어는 사계절 어시장에서 볼 수 있는 생선이다. 병어회나 병어조림, 병어구이를 많이 먹는다. 혹자는 병어를 일러 “조림을 제외하면 별 재주를 부리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생선, 모더니즘의 간결함과 어울리는 생선이다”라고 말한다. 병어는 어느 철에 먹든 맛있는 생선이지만 벚꽃이 지고, 보리꽃이 필 무렵에 먹으면 가장 맛있다고 남도 여성들은 말한다. 이때는 병어회가 별미다.

금산해안도로 풍경. 사진/ 박상대 기자
금산생태에숲. 사진/ 박상대 기자
소록도 풍경. 사진/ 박상대 기자

맛있는 고흥여행
녹동항

녹동항은 금산면이 있는 거금도와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 하루에 수백명이 오가는 여객선(철부선)이 출항한 큰 포구였다. 2011년 말 거금대교가 개통되면서 녹동항을 오가는 주민들 숫자는 줄었지만 낚시객이나 관광객은 여전히 많이 찾고 있다. 녹동항 바로 앞에 연도교로 연결된 소록도가 있다. 한때 한센병환우들이 격리 수용된 섬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금은 국립병원이 있는 평화로운 섬으로 변신했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녹동항에는 낚시객과 여행객이 많이 찾아와서 주말이나 휴일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싱싱한 활어회 등을 맛보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녹동항 중앙에 바다정원 공원이 있고, 안쪽에 어시장이 있다. 산책로와 숙박업소, 음식점이 풍부하다. 거금도를 건너가면 적대봉이라는 높고 멋진 산이 있고, 섬을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가 있다. 적대봉이 있는 산이 울창하고, 생태공원이 있어 등산객도 제법 많이 찾는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거금도 해안도로는 드라이브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중간에 펜션과 카페가 자리하고 있어 여행하기 딱 좋은 섬이다. 해마다 5월이면 녹동청년회의소가 주관하는 ‘녹동 바다 불꽃축제’가열리는데,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9월에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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