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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한려해상의 비경을 따라, 가라산부터 노자산까지
한려해상의 비경을 따라, 가라산부터 노자산까지
  • 황소영 여행작가
  • 승인 2022.08.16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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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산 가는 길의 풍경.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노자산 가는 길의 풍경.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거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동쪽 출발점 거제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어서 어디에서든 바다 조망이 좋은 도시다. 특히 ‘비단같이 아름답다’는 뜻의 가라산 산행과 ‘불로초가 살아 늙지 않는다’는 노자산 파노라마케이블카 등은 거제의 아름다움을 한껏 더 강조한 여행지다.

섬 여행은 실패하기 힘들다. 풍경이 예쁘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마치 외국에 나온 듯한 착각을 주는 까닭이다. 가끔은 거제가 바다에 싸였단 사실을 망각할 때도 있다.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지만 신거제대교와 거가대교로 이어져, 차창 밖을 보지 않으면 그저 바다가 보이는 내륙 어디쯤을 달리는 기분이다. 

가라산과 노자산을 잇는 숲길.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가라산과 노자산을 잇는 숲길.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조망 좋은 가라산~노자산 산행 

섬 여행이 그런 것처럼 섬 산행도 실패할 확률이 적다. 그것이 거제에서 가장 높은 가라산(585m)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가라산 하나만 올라도 되지만 보통은 북으로 4.3km 떨어진 노자산(565m)까지 이어 걷는 편인데, 걸음이 빠른 이들은 명사해수욕장 위쪽의 망산(397m) 까지를 코스에 넣기도 한다. 가라산은 부산에서 해남을 잇는 남파랑길의 일부이기도 하다.

가라산을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는 탑포마을(거제남서로 1574) 위 좌측도로에서 정상까지 가는 1.3km이다. 가라산 꼭대기엔 경상남도 기념물 제147호로 지정된 봉수대가 있다. 산자락 한쪽에는 고려시대 축성한 다대산성도 있다. 거제에서 제일 높지만 정작 정상은 꽉 막혔다. “뭐야, 조망 좋다며?” 불만 섞인 투정이 나올 만큼. 

탑포마을에서 그늘사초 길을 따라 올라서면 저구항 갈림길인데, 여기서 저구항 쪽으로 방향을 틀면 포토존이라고 적힌 전망데크가 나온다. 가라산 조망은 이 데크에서 볼 수 있다. 하여 많은 이들이 가라산 단독산행보단 노자산까지 이어 걷는 편이다. 그럴 때라야 섬 산행의 매력이 몇 곱절 배가 되기 때문이다. 와와! 감탄이 절로 쏟아지는 길이다. 

노자산 가는 길에 내려다본 학동몽돌해변.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노자산 가는 길에 내려다본 학동몽돌해변.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가라산과 노자산은 초록 숲으로 이어졌다. 가을이면 단풍빛이 고운 산이기도 하다. 숲과 숲 사이에 솟은 암릉에 서면 발아래 사방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앞서 걷는 선두의 감탄사가 쏟아지면 ‘아, 또 멋진 조망터가 나왔구나!’ 지레짐작할 정도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가라산과 노자산 중간의 뫼바위다. 이곳에 서면 복주머니처럼 둥글게 파인 학동몽돌해변과 바람의 언덕, 외도, 해금강 등 거제의 유명 여행지들이 보인다. 

학동고개 갈림길에서 노자산은 1.4km. 노자산 직전에 케이블카 전망대와 상부 정류장이 있다. 노자산까지 갔다가 거제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해도 되고, 여기서 편도로 표를 끊고 내려가도 된다. 케이블카 정류장을 기점으로 산은 제 모습을 잃었다. 산길 대신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너른 도로로 바뀐다. 도로를 지나 막판에 있는 계단을 올라 서면 케이블카 전망대만큼 넓은 노자산에 닿는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바다가 산자락을 휘돌고 있다. 

가라산 조망은 정상보다 이 포토존에서 봐야 한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가라산 조망은 정상보다 이 포토존에서 봐야 한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케이블카를 타고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노자산 정상.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케이블카를 타고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노자산 정상.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노자산까지 가닿는 파노라마케이블카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전망대를 잇는 거제파노라마케이블카는 지난 3월 운행을 시작한,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상 명소다. 10인승 자동 순환식 곤돌라로 운행되는 거리는 1.56km. 전망대에 서면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노자산 풍경과 한려해상의 푸른 물결을 파노라마 뷰처럼 볼 수 있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 란 뜻의 상부 정류장 이름 ‘윤슬’도 그 때문에 붙여졌는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직접 표를 끊어도 되지만 네이버 등을 통한 예약도 편리하다. 오후 4시 이후에만 이용 가능한 오후권은 요금이 더 저렴하다. 총 45대의 캐빈 중 10대는 바닥이 보이는 크리스털 캐빈으로 일반 캐빈 보다 조금 비싸다. 케이블카 정류장엔 매점, 식당, 카페 등이 있다. 카페에 앉아 멀어지는 오후 햇살을 맞으며 잠시 쉬었다가 느릿 느릿 내려서도 좋다.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정상부를 잇는 거제파노라마케이블카.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정상부를 잇는 거제파노라마케이블카.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케이블카 캐빈 안엔 분홍색 곰돌이가 한 마리씩 앉아 있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케이블카 캐빈 안엔 분홍색 곰돌이가 한 마리씩 앉아 있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스스로 열리고 닫히는 캐빈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분홍색 곰 인형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아이들은 인형을 껴안고 설렌 마음을 달랜다. 덜컹, 파란색 캐빈은 학동고개 사계정류장을 출발해 노자산을 향해 올라선다. 저 아래 금방 지나온 도로와 거제자연휴양림이 보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숲은 푸르렀고, 그 푸른 숲 너머로 바다가 일렁였다.

바다 조망이 끝날 때쯤 윤슬정류장에 도착한다. 정류장 루프탑 포토존에선 등 뒤로 바다가 펼쳐진다. 학동 해변과 노자산에서 불어온 바람이 옷깃을 날리며 늦더위를 몰고 간다. 나무 데크를 산책하듯 걸어 전망대에 서면 드넓은 풍경이 열린다. 아이들은 바다보다 그물로 짠 놀이터가 더 좋은 모양이다.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출렁, 몸이 휘청이다 쓰러진다. 쓰러지면 쓰러진 대로 벌렁, 산중 높은 곳에서 바다를 아래 두고 신나는 놀이가 벌어진다. 저 멀리, 케이블카 안 분홍색 곰이 부러운듯 쳐다본다. 

INFO 거제파노라마케이블카 

운영시간 하계(4월~10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동계(11월~3월) 오후 7시까지 운행하며 매표 마감은 1시간 전이다.

이용요금 일반 캐빈 왕복 요금 중학생 이상 1만 5,000원, 어린이 1만 2,000원, 크리스털 요금 중학생 이상 2만 원. 

주소 경남 거제시 동부면 거제중앙로 288 

다양한 열대식물을 볼 수 있는 거제식물원 정글돔.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다양한 열대식물을 볼 수 있는 거제식물원 정글돔.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볼거리 많은 거제식물원 

거제의 식물 생태계와 열대·난대·온대의 다양한 식물을 한눈에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거제식물원은 정글돔(열대온실), 야외생태정원, 수생정원, 석부작정원, 잔디광장, 카페와 매점 등의 편의시설로 구성됐다. 아이들을 위한 곤충관과 정글타워도 있어 가족여행지로 제격이다. 매표를 하고 거대한 은빛 돔 안으로 들어선다. 쏟아진 태양열은 열대 식물들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었다.

키큰 나무들 사이로 정글계곡, 선 인장원, 새둥지 포토존, 모아이 목상, 폭포, 빛의 동굴이 들어섰다. 가는 곳마다 사진 찍기 바쁘다, 하지만 안전한 관람을 위해 실내 마스크 착용은 필수! 연두색 옷으로 맞춰 입은 직원들은 한곳에 관람객이 몰리지 않도록 적정 인원을 통제하고 있었다. 잠시의 지루함은 쾌적한 관람으로 이어진다. 총 소요 시간은 30분 안쪽. 봄·가을과 겨울엔 더 오래 머물러도 좋다. 

정글돔 안엔 폭포, 빛의 동굴, 선인장원, 모아이목상 등이 있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정글돔 안엔 폭포, 빛의 동굴, 선인장원, 모아이목상 등이 있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카페 옆엔 체험실이 있다. 오늘은 알로에 비누 만들기. 거제식물원에서 재배한 알로에다. 알로에를 잘라 먹어도 보고, 열기에 익은 피부에 발라도 본다. 낯선 촉감에 움찔, 긴장하지만 곧 익숙해진다. 알로에는 반팔 밖으로 드러난 피부를 시원하게 한다. 알로에 추출물에 라벤더와 오렌지오일을 섞어 굳히면 끝, 아이들은 자기가 만든 비누를 쓸 때마다 떠나온 식물원을 떠올리겠지? 어른이 만들어도 재밌는 체험이다. 

거제에는 그밖에도 갈 곳이 많다. 거제 9경은 각각 해금강,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외도보타니아, 학동몽돌해변,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지심도, 여차·홍포 해안, 공곶이와 내도, 거가대교다. 9경엔 들지 못했지만 매미성과 근포땅굴, 구조라해변, 맹종죽테마파크 등도 좋다. 번잡한 관광지가 내키지 않는다면 남파랑길과 거제 섬&섬길 걷기여행도 추천할 만하다. 

INFO 거제식물원 

이용요금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비누만들기 체험 5,000원. 

주소 경남 거제시 거제면 거제남서로 3595

INFO 주변 가볼 만한 곳

해물이 가득한 엄선장해물짬뽕.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해물이 가득한 엄선장해물짬뽕.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엄선장해물짬뽕 

주소 경남 거제시 남부면 근포1길 57-4 

맹종죽테마파크 전경.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맹종죽테마파크 전경.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거제맹종죽테마파크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주소 경남 거제시 하청면 거제북로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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