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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국가중요어업유산 따라가는 여행] 제주 해녀어업
[국가중요어업유산 따라가는 여행] 제주 해녀어업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08.17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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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은 바다를 바다 밭이라 부르며 평생을 의지하고 지키며 산다.
해녀들은 바다를 바다 밭이라 부르며 평생을 의지하고 지키며 산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 제주]제주 해녀어업은 바닷물에 잠수하여 전복, 소라, 성게, 미역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전통적인 어업을 말한다. 산소공급 장치 없이 바닷속에 들어가 일을 하는 해녀어업.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로 선정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들의 어업현장을 다녀왔다. 

바다로 물질을 하러 나가는 해녀들. 그 숫자가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바다로 물질을 하러 나가는 해녀들. 그 숫자가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인류애가 넘치는 이상적인 공동체 해녀 

제주 해녀는 산소공급 장치 없이 바닷속으로 2~10m 정도 들어가, 약 1분 동안 잠수하여 해산물을 채취한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데 이를 물질이라 한다. 이런 어업방식은 어려서부터 마을 앞바다에서 엄마나 언니를 따라다니면서 스스로 배우고 터득한 기술이다. 이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고, 수백 년 동안 오직 해녀들이 손으로 해온 어업수단이다.

해녀들은 물질할 때 혼자 하지 않고 여럿이 모여서 한다. 여럿이 모여서 하는 이유는 협동과 생존을 위한 약속 때문이다. 바닷속 에 탐스러운 해산물이 널려 있어도 물속에서 1분 이상 지체하지 않는다. 몸을 밖으로 내보이면서 참았던 숨을 터뜨리는데 이때 내는 소리를 숨비소리라 한다. 숨비소리는 나의 생존과 동료들의 무사함을 확인하는 소리다. 

해녀는 물속에서 1분 남짓 숨을 참고 해산물을 찾아 채취한다.
해녀는 물속에서 1분 남짓 숨을 참고 해산물을 찾아 채취한다. 사진/ 박상대 기자

해녀들은 나라에서 정한 금어기(해산물의 산란기)에는 바닷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또한 작업할 때도 아직 다 자라지 않은 해산물은 따지 않는다. 물속에서 채취한 해산물은 일반적으로 공동생산 공동분배한다. 해녀들이 채취해 온 해산물을 어촌계에서 한꺼번에 취합하여 상인들에게 판매하고, 수익금은 일한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분배한다. 이때 나이의 많고 적음, 경력을 따지지 않는다. 나이 많은 해녀들이 적게 채취하고 같이 나누는 것이 미안하다며 각자 나누자고 하지만 오랜 전통이라 바뀌지 않고 있다.

간혹 특정 품목은 각자 집으로 가져가서 가공하거나 판매하기도 한다. 해녀들은 조수간만의 차가 적은 물때(조금 전후)에 맞춰 물질을 나가는데 한번 나가면 보통 3, 4시간씩, 마을 앞 가까운 바다에서 일할 때나 배를 타고 나가 무인도 인근에서 일할 때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해녀들이 나이가 많은 탓에 한번 바다에 나가면 2시간 정도 일하고 뭍으로 나오기도 한다. 바닷물이 아주 차가운 겨울과 풍랑주의보가 내린 여름, 금어기를 제외하고 한 달에 20일, 연간 90일 정도 일한다. 

가까운 바다에 들어가기 전 물안경을 착용하고 물갈퀴를 착용하는 해녀들.
가까운 바다에 들어가기 전 물안경을 착용하고 물갈퀴를 착용하는 해녀들. 사진/ 박상대 기자

해산물을 채취하고, 바다자원을 보호하는 해녀들 

해녀들은 산소공급 장치를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산물을 채취하는 도구도 작은 호미, 해산물을 담는 그물바구니(망사리), 물안경과 물갈퀴, 그리고 물속에서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무게를 잡아주는 납벨트 뿐이다. 제주 해녀어업은 맨몸으로 잠수해서 해산물을 채취해오는 자연 친화적인 채집기술, 불턱과 해신당 등 세계적으로 희귀하고 독특한 문화적 가치가 있어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로 지정 됐다. 여기서 불턱이란, 둥글게 돌담을 쌓아 바람을 막는 곳으로 해녀들이 잠수복을 갈아 입고 불을 지펴 추위를 녹이고, 회의도 하는 해녀공동체의 현장이고, 해신당은 어업을 도와주는 신을 모시는 당이다. 

“해녀에게 바다는 논밭이나 다름없지요. 가족을 먹여 살린 바다 밭이에요. 깨끗이 청소도 하고, 해조류에 해로운 잡초도 뽑아내고, 바다를 잘 일궈야죠. 전복 종패나 해삼 종자를 방류하는 일도 같이 해요.”  제주해녀협회 고송자 사무국장은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일도 해녀들의 몫이라고 한다. 

태왁은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갈 때 타고 가며, 바닷속에 들어갈 때 물 위에 떠 있는 도구다.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서 사용한다. 망사리는 채취한 해산물을 담아두는 그물망.
태왁은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갈 때 타고 가며, 바닷속에 들어갈 때 물 위에 떠 있는 도구다.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서 사용한다. 망사리는 채취한 해산물을 담아두는 그물망. 사진/ 박상대 기자

해녀들은 오랜 세월 바다에서 맨손으로 해산물을 채취하고, 해산물을 판매하여 가정경제를 살찌우는 일을 해왔는데,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바다를 깨끗하게 하는 선한 직업인이다. 제주도 해녀들은 제주도는 물론 서해안과 남해안, 동해안으로 이동하며 출장어업을 했고, 지금도 일부 해녀들은 전국 여러 바닷가에서 물질을 하고 있다. 개인적인 소득을 올리기도 하지만 인근 어촌마을 사람들의 생활경제에도 큰 도움을 주는 주요 수산업의 주역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깊은 바다 물속에서 일하고 있는 상군 해녀.
깊은 바다 물속에서 일하고 있는 상군 해녀. 사진/ 박상대 기자

켜켜이 쌓여 있는 해녀들의 슬픈 이야기 

애월읍 고내리에는 현역 해녀 30명이 활동하고 있다. 고송자 어촌 계장도 해녀다. 제주도 내 20여 어촌마을에서 해녀가 어촌계장을 맡고 있는데 이 마을에선 4대째 해녀가 어촌계장을 맡고 있다. “함께 모여서 일하니까 시청이나 도청에서 내려온 정보를 쉽게 전달 할 수 있지요. 주민들과 의사소통하기도 좋고, 주민들 이야기를 취합 해서 위에다 전달하기도 좋고….” 해녀들은 마을 일을 주도하고, 가정경제를 이끄는 일꾼이지만 자긍심 이면에 저마다 슬프디 슬픈 이력을 가슴에 품고 있다. 

「제주 해녀는 소녀 때부터 장차 물질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녀들의 할머니와 엄마와 언니들처럼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하며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채비를 했다. 엄마 해녀는 아기를 낳고 사흘이 지나면 바다에 뛰어들었고, 갓난아기는 강보에 싸여 바다 냄새를 맡으러 나갔다.

삼태기에서 서너 시간을 기다리면 물질하던 엄마가 뭍으로 나와 젖을 물렸다. 소녀들은 어려서부터 바닷물에 뛰어들어 수영하며 놀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엄마를 거들어서 해산물을 건져 올렸고, 본격적인 물질은 보통 15세에서 17세 무렵에 시작했다. 

해녀는 경력과 해산물을 채취하는 능력에 따라 상군·중군·하군으로 나뉜다. 베테랑이 상군이고, 초보자는 하군이다. 상군은 깊은 물에 들어가고 하군은 얕은 물에 들어가서 일하는데 얕은 물에 대한 제주 사람들의 표현이 재미있다. 접싯물이나 사발물이라 한다.」 (김준의 ‘바다맛 기행’ 중 에서) 

제주도 여행 중에 여러 마을에서 해녀상을 마주할 수 있다.
제주도 여행 중에 여러 마을에서 해녀상을 마주할 수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김준 박사도 차마 책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고내리 해녀들이 쏟아 놓는다. ‘4.3사건 때 아버지와 삼촌 4명을 잃고 엄마, 두 언니와 해녀로 살아온 이야기’, ‘초등학교 문턱도 못 가보고 밥벌이를위해 바닷물에 뛰어든 숙명’, ‘4.3사건 때 엄마 품에서 총탄이몸을 스쳐간 일’, ‘임신 한 엄마가 울릉도에서 물질하다 낳아서 고향이 울릉도라는 해녀’, ‘내가 못 배워서 자식들은 대학까지 가르쳤다는 이야기’ 등등 해녀 들은 너무나 가슴 아린 상처를 켜켜이 쌓아 놓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해녀박물관.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해녀박물관. 사진/ 박상대 기자

제주 해녀는 제주도민의 정신적 기둥 

제주 구좌읍에는 해녀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입구에 우뚝 서 있는 탑이 시선을 끌어간다. 제주 해녀 항일운동기념탑이다. 기념탑 앞에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빗은 여성 동상 3기가 있다. 제주 해녀 항일운동은 1932년 1월 구좌읍과 성산읍, 우도면 일대에서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과 민족적 차별에 항거한 해녀들이 일으킨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 항일운동이다. 

“당시 해녀들은 학교를 다니지 못해 저울 눈금도 제대로 읽지 못했 고, 글씨도 못 읽고 산수도 잘 못했지요. 그런 약점을 일본 사람들이 악용하여 해녀들의 노동력과 재산권을 수탈한 겁니다. 야학을 통해 글을 배우고 셈법을 깨달은 해녀들이 항의하면서 항일운동이 벌어 졌고, 이 운동을 주도한 분들이 구속되어 억울한 옥살이를 했지요.” 

해녀박물관 앞에 있는 제주 해녀 항일운동기념탑.
해녀박물관 앞에 있는 제주 해녀 항일운동기념탑. 사진/ 박상대 기자

 

제주 해녀 항일운동기념탑 앞에 있는 대표적 항일운동 해녀들 동상.
제주 해녀 항일운동기념탑 앞에 있는 대표적 항일운동 해녀들 동상. 사진/ 박상대 기자

해녀박물관 한천복 문화관광해설사는 항일운동에서도 해녀들의 공동체의식이 작동했다고 말한다.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 힘이 강한 사람이나 약한 사람이 같이 생산해서 같이 나누는 것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는 인류의 이상적인 공동체를 실천한 것이다. 

노약자들을 배려하고 물질에서 얻은 수익으로 기금을 마련해 마을 과 사회에 기부하고, 바다와 공존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제주 해녀문화는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6년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해녀박물관에는 해녀들이 살아 온 이야기, 물질하기, 가정생활, 사회운동 등 다양한 이야기가 살아서 전해지고 있다. 

법환잠녀마을해녀학교는 법환어촌계 건물에 있다.
법환잠녀마을해녀학교는 법환어촌계 건물에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해녀학교와 해녀들의 복지 

해녀 숫자는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1940년대에 24,000명 이던 해녀는 지난해 3,437명이 활동 중이라는 집계가 나왔다. 세계 적으로 희귀한 어업유산인 해녀어업을 보존하기 위해 제주도에서는 이런 저런 지원을 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해녀학교가 두 군데 있다. 서귀포시 법환잠녀마을해녀 학교와 애월읍 한수풀해녀학교가 그것이다. 

법환해녀학교는 2014년부터 해마다 1기씩 모집(30명)하여 현재 243명 이 졸업했다. 입학금 18만원만 내면 나머지 수강료는 제주도에서 지원한다. 해녀학교 수강생들은 해녀가 되기 위한 다양한 과목을 수업한다. 10주 동안 86시간을 배우고, 각 마을에서 선배해녀들에게 24시간 인턴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예비해녀들은 인턴기간에 주민들과 친해져야 하고, 무엇보다 마을공동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환 해녀학교 출신 중 인턴까지 이수하고 해녀로 자리를 잡은 사람은 61명이다. 

고내어촌계 사무실에는 마을 해녀들의 사진과 잠수복이 걸려 있다.
고내어촌계 사무실에는 마을 해녀들의 사진과 잠수복이 걸려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제주도에서 해마다 마을에 잠수복을 몇 벌씩 지원한다. 신입해녀에게도 지원하고, 물안경과 물갈퀴, 태왁 등도 틈틈이 지원해 준다. 나이가 많은 해녀들에게는 생활비를 지원한다. 70대는 월간 10만원, 80대는 월간 20만원, 은퇴한 해녀에겐 월간 30만 원을 지원한다. 그리고 70세 이상 해녀에겐 의료비도 지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녀 숫자는 해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해녀들은 전통어업인 해녀어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젊은 해녀들이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물질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바다 일을 낭만적으로 생각하거나, 공동체보다 자율을 원하는 사람 들은 해녀로 살아남기 어렵다. 

 

INFO 해녀학교 

제주도 해녀학교는 1년에 1회 신입생을 모집하며, 수강료는 제주도청에서 지원한다. 해녀학교는 10주 동안 86시간 배워야 졸업할 수 있다. 해녀마을에서 24시간 인턴 과정을 이수하고, 마을해녀들이 동의해야 해녀가 될 수 있다. 


서귀포 법환리.
서귀포 법환리. 사진/ 박상대 기자
애월읍 고내리.
애월읍 고내리. 사진/ 박상대 기자

<제주 해녀들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

제주도내 어촌에는 대부분 해녀가 있다. 다만 물때를 맞춰야 해녀들이 일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고, 금어기를 피해야 해녀들이 직접 잡아온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제주도내 해녀들이 있는 어촌에는 대 부분 ‘해녀의 집’ 가게가 있고, 제주올레길이 지나간다. 

1. 애월읍 고내리 - 제주시내에서 서쪽 해안선을 따라 자동차로 30분쯤 달리면 고내리가 있다. 어항 주변 기암절벽이 아름답고 주변에 숙박 업소와 음식점, 카페가 많이 있다. 주말이면 해녀포차 영업도 한다. 

2. 구좌읍 하도리 - 해녀박물관에서 자동차로 5분 남짓 거리에 있다. 어촌체험휴양마을이 있고, 해녀체험을 할 수 있다.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간단한 해산물을 정리할 수 있는 불턱이 보존되어 있다. 

3. 우도면 우도리 - 우도는 제주도에 있는 섬이다. 해녀들이 운영하는 해녀의 집도 있고, 수산시장도 있다. 우도에는 기암절벽과 모래해변, 해양레포츠 시설 등 관광객을 위한 상품이 많이 있다. 

4. 안덕면 사계리 - 서귀포 산방산 남쪽 모슬포항 이웃에 있는 사계항은 아름다운 관광지다. 사계항에서 배를 타고 나가 깊은 바다에서 물질 하는 해녀들이 있다. 해녀들이 운영하는 횟집도 있다. 

5. 서귀포 법환리 - 법환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해녀학교가 있는 마을이다. 법환포구는 아주 오래된 항구이며 조용하고 아름답다. 음식점과 카페도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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