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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특집②은빛 가을을 만나러 갑니다] 바람의 언덕, 선자령을 걷다
[특집②은빛 가을을 만나러 갑니다] 바람의 언덕, 선자령을 걷다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2.10.13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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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이 선자령 정상부 초원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여행자들이 선자령 정상부 초원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여행스케치=평창] 바람이 분다. 드넓게 펼쳐진 광활한 초원 위에 풀들이 눕고 거대한 바람개비가 힘차게 돌아간다. 솜털같은 뭉게구름은 백두대간을 빠르게 지난다. 청명한 하늘이 더 아득히 느껴지는 선자령의 가을. 은빛으로 물들어가는 바람의 언덕을 걸었다.

강원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대관령 자락. 동쪽으로는 강릉, 서쪽으로는 평창을 낀 선자령은 바람의 언덕이라고 불릴 만큼 사계절 내내 세찬 바람이 부는 곳으로 유명하다. 해발 1,157m에 있는 광활한 초원 위에서, 나부끼는 풀과 거친 소리를 내며 힘차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구름도 쉬어간다는 백두대간의 웅장한 봉우리들이 한데 어우러져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대관령 능선을 따라 시원하게 뻗는 456번 지방도. 사진/ 민다엽 기자
대관령 능선을 따라 시원하게 뻗는 456번 지방도. 사진/ 민다엽 기자
선자령 트래킹의 출발점인 대관령마을휴게소. 사진/ 민다엽 기자
대관령마을휴게소에 있는 선자령 등산로 입구. 사진/ 민다엽 기자
대관령마을휴게소에 있는 선자령 등산로 입구. 사진/ 민다엽 기자

누구나 손쉽게 오를 수 있는 유순한 능선길

선자령은 해발 1,157m 높이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누구나 손쉽게 오를 수 있는 쉬운 코스다. 대관령 정상(860m)까지 차로 이동해 불과 300m 정도만 오르면 된다. 경사가 완만하고 산길도 잘 되어있어 기본 체력만 갖췄다면 누구나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에 더 어울리는 트래킹 코스.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장비나 준비 없이도 가벼운 바람막이 외투 하나면 충분하다. , 해발고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급격한 기온의 변화에 주의해야 한다.

선자령 트래킹은 과거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던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된다. 정확한 명칭은 대관령마을휴게소’. 현재 영동고속도로에 있는 강릉대관령휴게소와는 엄연히 다른 곳으로, 터널을 지나기 전 대관령IC에서 빠져 국도로 이동해야 한다.

한때, 영동고속도로 직선화에 따라, 기존 고속도로가 지나던 대관령 정상의 휴게소는 이용객이 줄어들어 문을 닫기도 했었다. 하지만 선자령 등산 코스와 대관령 양떼목장이 인기를 끌면서 다시금 대관령마을휴게소에는 언제나 차들로 가득해졌다. 사실, 얼마 전까지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불법 차박으로 인해 이용자들에게 주차료를 징수하면서 논란이 되었지만, 현재(10월 기준) 주차료 징수는 완전히 폐지되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INFO 대관령마을휴게소
주소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경강로 5721

 

대관령 일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설치된 수십여기의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간다. /사진 민다엽 기자
대관령 일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설치된 수십여기의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간다. /사진 민다엽 기자
동쪽으로는 동해 바다와 강릉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사진/ 민다엽 기
동쪽으로는 동해 바다와 강릉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사진/ 민다엽 기

선선한 바람을 만끽하는 바람의 언덕

선자령은 특히나 겨울철 눈꽃 산행으로 유명한 명소이지만, 가을에는 특유의 장쾌한 풍광이 매력적인 장소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하늘과 맞닿은 은빛 초원, 그 위로 이어진 유순한 능선을 따라 한가로이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다. 선자령으로 가는 코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관령 양떼목장을 통해 오르는 코스와 등산로 입구를 통해 KT 통신중계소와 국사성황당을 거쳐 정상에 닿는 코스다. 보통 등산로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해 양떼목장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사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둘 다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다.

KT통신중계소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사진/ 민다엽 기자
등산로 중턱에서는 각종 야생화와 희귀 식물을 볼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솔 숲 사이로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진다. 사진/ 민다엽 기자

최단 거리 코스로는 대관령마을휴게소에서 국사성황당 주차장까지 시멘트로 된 임도를 따라 차로 이동한 뒤에 선자령 등산로로 곧바로 오르면 시간을 약 30분 정도 절약할 수 있다. , 국사성황당 주차장은 규모가 협소해 주말에는 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한적한 등산로 초입을 지나 KT통신중계소가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둑어둑할 정도로 울창한 송림 사이를 걷게 된다. 사방에서 이름 모를 동물 소리와 새소리가 들리고 지천에 각종 희귀 식물과 야생화들이 피어있다. 사계절 내내 많은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이지만, 이처럼 때 묻지 않는 자연이 아직 숨 쉬고 있는 것을 보면 새삼 백두대간인 것을 실감하게 된다.

 

사부작 사부작 바람결에 일렁이는 은빛 물결과 청명한 가을 하늘, 아스라이 보이는 풍력발전기가 한데 어우러져 마치 신기루처럼 눈부신 풍광을 자아낸다.”

선자령 정상을 향해 가던 중 ‘바람의 언덕’ 초입에서 만난 억새밭의 풍경. 사진/ 민다엽 기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선자령 정상부의 풍경. 사진/ 민다엽 기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선자령 정상부의 풍경. 사진/ 민다엽 기

은빛 가을출렁이는 이국적인 목장길

울창한 숲길을 따라 어느 정도 걸었을까. 갑자기 머리 위로 햇살이 쏟아지면서 사방이 탁 트인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저 멀리 동해 바다와 강릉 시내의 풍경이 아득히 펼쳐진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예상치못한 벅찬 선물에 정상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절로 가벼워진다. 슬슬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정상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는 말이다. 조금씩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걸으니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이윽고 주변의 나무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눈앞에 펼쳐진 광대한 초원이 은빛 가을이 출렁인다.

눈부신 햇살과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 끝도 없이 이어진 대관령 목장의 유려한 능선을 따라 막바지 정상까지 발걸음을 내딛었다. 세찬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이제부터는 제법 백두대간을 걷는 기분이 든다. 선자령 정상부는 마치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이국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단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여느 대관령의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뭐랄까,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상당히 매력적인 곳.

선자령은 백패커들 사이에서 성지로 유명하다. 사진/ 민다엽 기자
선자령은 백패커들 사이에서 성지로 유명하다. 사진/ 민다엽 기자
산악 자전거를 타고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경사가 완만하다. 사진/ 민다엽 기자
산악 자전거를 타고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경사가 완만하다. 사진/ 민다엽 기자
백두대간 종주길과 대관령숲길, 강릉바우길 등 다양한 코스가 합쳐지는 부분이다. 사진/ 민다엽 기

백두대간 종주 중입니다. 오대산 쪽에서 왔지요.”, “은하수를 보려고 몇 번을 찾았지만 매번 실패했네요. 오늘 밤은 느낌이 좋습니다.”, “우리 집 강아지도 휴게소에서부터 네발로 걸어왔습니다.”

홀로 백두대간을 종주 중이라는 산악인부터 언덕 사이를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는 라이더나 몸집만 한 가방을 짊어지고 올라온 백패커들, 초원 한가운데 의자를 펴고 반려견과 함께 바람을 즐기는 여행자와 운동화만 신은 채 빈손으로 올라온 나들이객까지, 다양한 사람이 스스럼 없이 한데 어우러져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초원 한가운데 누워,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황금빛 노을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사로운 여유다.

해발 1,157m 선자령 정상. 사진/ 민다엽 기자
해발 1,157m 선자령 정상. 사진/ 민다엽 기자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선자령의 노을. 사진/ 민다엽 기
온통 황금빛으로 선자령의 노을이 물들어 간. 사진/ 민다엽 기

 

하산길은 대관령 양떼목장 방향으로 크게 돌아 내려오거나 국사성황당 쪽으로 빠르게 내려오는 방법으로 나뉜다. 국사성황당에서 부터는 시멘트로 된 임도가 있어 좀 더 수월하게 하산할 수 있다. 국사성황당은 강릉 단오제와 관련된 사당으로, 강릉 단오제(국가 무형 문화재 제13)가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다. 매년 음력 415일 이곳 산신각에서 먼저 산신제를 올린 다음, 국사성황제를 지내고 강릉으로 행차하면서 행사가 시작된다.

 

황태구이 정식. 사진/ 민다엽 기
황태구이 정식. 사진/ 민다엽 기

맛집 추천

대관령IC 인근 대관령면에 다양한 음식점이 모여있다. 그중 황태 요리 전문점인 황태회관에서는 황태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황태회관에서는 12월 말부터 이듬해 4월까지 대관령 횡계에서 세찬 바람에 건조시켜 만든 황태를 사용한다고 한다. 담백하면서도 쫀득쫀득한 황태구이가 대표 메뉴. 칼칼한 맛이 일품인 황태해장국도 추천할 만 하다.

주소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눈마을길 19

영업시간 06:00~23:00

문의 033-335-5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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