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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박물관 기행] 사계절 어린이들의 꿈이 꿈틀거리는 곳, 여주곤충박물관
[박물관 기행] 사계절 어린이들의 꿈이 꿈틀거리는 곳, 여주곤충박물관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3.03.15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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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상대 기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곤충들을 만날 수 있는 여주곤충박물관.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여주] 어린이들은 곤충을 좋아한다. 여주에 있는 곤충박물관에는 어린이들이 와글와글했다. 장수풍뎅이, 호랑나비, 사슴벌레, 개미 등등 그리고 엄마아빠와 함께 온 아이들을 만났다.

“얘들아, 호랑나비야! 여긴 사슴벌레!”
여주시내 명성황후 생가에서 작은 다리 하나를 건너면 들판 가운데 큼지막한 건물이 하나 서 있다. 동서로 이어진 건물 가운데 커다란 사슴벌레 조형물이 걸려 있고, 건물 외벽에 거미, 전갈,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 여러 곤충들 사진이 걸려 있다. 어린이들은 건물 현관으로 들어설 때까지 사슴벌레 모형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표본실에는 1,100종이 넘는 곤충표본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카멜레온. 사진/ 박상대 기자

2014년 이곳에 개관한 곤충박물관은 1층에 표본전시실과 체험관, 2층에 살아 있는 곤충과 파충류의 전시실과 체험관이 있다. 건평은 700여 평으로 그리 넓지 않다. 그러나 실내에는 전세계에서 구해온 엄청난 종류의 곤충과 파충류의 표본과 생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나비와 벌들, 사슴벌레와 풍뎅이 등 곤충은 알에서 유충과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된다. 그런데 모든 곤충이 번데기를 거치는 것은 아니다. 딱정벌레목, 나비목, 파리목, 벌목 등 약 60%는 번데기를 거치고, 메뚜기목, 사마귀목, 노린재목, 잠자리목 등은 번데기를 거치지 않는 불완전변태를 한다.

“관람객은 표본을 보면서 곤충의 일생에 대해 공부를 합니다.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고 곤충과 친해지기 위한 공부를 하지요. 모든 코너마다 해설사들이 기다리다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드립니다. 해설사가 모두 12명인데 어린이들 친구 같아요.”

여주곤충박물관에는 청년 해설사들이 12명 있다. 어린이와 어른들 눈높이에 맞춰 해설해 준다. 사진/ 박상대 기자
장수풍뎅이 표본만 해도 여러 가지가 전시되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각 층별 포인트 정리. /여행스케치

김용평 대표는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을 위한 해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말한다. 처음 온 어린이는 곤충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곤충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 1년에 10번 이상 찾아오는 어린이도 있고, 수십 번을 찾아오다 인생이 바뀐 사람도 있다. 

“곤충이 어린이들의 심리적 변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산만한 아이들이 집중력을 갖게 되고, 난폭한 아이들이 부드러워지기도 하죠. 정신과 치료를 받던 어린이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도 크게 기여한 사례가 있어요.”

김 대표는 온가족이 심리학과 심리치료 공부를 했다고 한다. 사람이 곤충과 같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 그런 가운데 유순해지고 생명을 존중하게 되더라는 이야기다.  

“어린이 곤충박사, 벌레박사다!”
여주곤충박물관은 4가족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는 대표이사, 엄마와 아들은 관장, 고교생인 딸은 예비CEO다. 그렇게 이름표를 달고 있다. 이 가족은 서울 목동에서 평범하게 살던 중산층 가정을 꾸리고 살았다. 아버지는 엔지니어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돈도 제법 잘 벌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김건우)이 그림책을 보면서 곤충에 대해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책이 닳아지면 그 책을 새로 사달라고 해서 또 보기를 몇 번씩 했는지 모른다. 학교에서 친구들은 곤충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건우를 곤충박사, 벌레박사라고 불렀다.

여주곤충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가족. 김건우 관장과 김용평 대표, 엄마 조미숙 관장과 딸 김태희. 4명이 공동지분을 가지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야행성 곤충들을 위해 어두운 숲을 조성해 놓았다. 관람객은 곤충찾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천장에 매달려 있는 박쥐 표본. 사진/ 박상대 기자

곤충에 너무나 집착해서 다른 분야에 무관심하고, 친구들한테 왕따를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엄마는 신학기에 담임선생님을 만나 아들의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교실 뒤에 곤충을 기르고 관찰할 수 있는 학습장을 만들어 주었다. 아들은 날마다 변하는 곤충들의 생태에 대해 설명해 주고, 친구들은 좋아라 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2년 이웃 마을에서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곤충체험장을 인수했다. 아들이 장차 곤충학을 공부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실제로 곤충을 특별히 좋아하고 많은 공부를 하고 있어서다. 오직 아들을 위해 인수한 것이다. 초등학생 아들은 찾아온 관람객들에게 각종 곤충에 대해 해설해 주었는데 여기저기 “꼬마 곤충박사가 해설을 해준다”고 입소문이 났고, 손님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야행성 곤충들을 위해 어두운 숲을 조성하고, 사게절 곤충들이 좋아하는 환경을 마련해 놓았다. 사진/ 박상대 기자
바퀴벌레의 생태를 관찰하기 위한 바퀴벌레관. 사진/ 박상대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활동이 뜸할 때도 연간 16만 명이 다녀갔다. 사진/ 박상대 기자

그러나 2년 남짓 아들과 엄마(조미숙)가 체험장을 운영하는 동안 너무나 힘들었다. 경험도 없는데다 홍보 마케팅도 서툴렀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며 돈을 벌어서 지원하던 아버지까지 여주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경영이 안정되었다. 2014년 지금 자리에 터를 잡고 이전했다. 아들은 경북대 곤충생명과학과에서 더 체계적인 공부를 했고, 고등학생인 딸(김태희)은 박물관에서 CEO수업을 받고 있다. 아버지와 엄마는 서포터즈다.  

“도마뱀 만져봐도 돼요?”
어린이들은 곤충을 책으로 만날 때 호기심을 갖고, 영상으로 마주할 때 상상한다. 그리고 직접 만나면 놀라고, 금방 친해진다. 그림책으로 개미를 자주 만났던 어린이가 산길에서 처음 실물 개미를 마주했을 때, “개미가 왜 이렇게 작아요?” 하고 묻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책에서 보여준 것이 다가 아니다.

여주특별관에서는 테마가 있는 전시도 한다. 사진/ 박상대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개미들의 집단서식지. 사진/ 박상대 기자

여주곤충박물관에서는 책에서 볼 수 없었던 곤충들의 세계를 볼 수 있다. 나비와 벌, 개미와 바퀴벌레,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등 곤충들이 서식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어두운 숲에서 서식하는 곤충들을 위해 어두운 숲을 조성해두었다. 이곳을 관람할 때는 작은 전등을 들고 다니면서 조용히 관찰한다. 

한국에서 가장 큰 개미들의 서식지에는 수많은 개미가 움직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개미들이 집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곤충들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세계를 공유하며 곤충들과 친해지고, 체험학습을 통해 자연과 동화되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생명 사랑을 몸에 익힌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주로 전시하는 공간인데 우리는 전시와 체험을 같이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여기에 온 어린이들도 자연이나 곤충과 소통할 때 아주 좋아합니다. 어린이들이 파충류를 만지고, 곤충에 대해 관심을 보일 때 저는 보람을 느끼지요.”

도마뱀을 만지고 있는 어린이들. 사진/ 박상대 기자
사진/ 박상대 기자
여주곤충박물관에는 청년 해설사들이 어린이와 어른들 눈높이에 맞춰 파충류와 곤충 만져보기 체험도 시켜준다. 사진/ 박상대 기자

김건우 관장은 이곳을 찾은 어린이들이 곤충해설사로 성장한 예도 있다고 한다. 그런 어린이들은 발표력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모습이 묻어난다고 한다. 김 관장은 행정업무나 대외활동을 하는 관장이 아니고 곤충에 대해 연구하고, 표본을 만들고, 관람객에게 해설을 해주는 선생님이다. 해외에서 귀한 곤충표본을 구입할 때나 해설사들을 가르치는 일도 주로 관장이 한다. 

2층에 있는 휴게실에서 음료와 빵을 판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여주곤충박물관은 명성황후생가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INFO 여주곤충박물관
주소 경기 여주시 명성로 114-146
문의 031-885-1400
관람시간 평일 10:00~17:00, 휴일 10:00~18:00
입장료 30개월 이상 9,000원/ 여주지역주민·65세 이상 7,000원/ 장애 1급, 2급 무료
홈페이지 www.여주곤충박물관.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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