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사진 맛집] 사각 프레임 속, 찰나의 순간
[사진 맛집] 사각 프레임 속, 찰나의 순간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3.06.16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행스케치=서울]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더욱 예쁘게 만들어주는, 여행 중에 찾은 반듯하고 네모난 사각 프레임들.

연화지는 몇 년 전 연꽃이 모두 걷어지면서 매끄러운 연못만 남았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연화지는 몇 년 전 연꽃이 모두 걷어지면서 매끄러운 연못만 남았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연화지 중앙까지 데크를 따라 길이 이어져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연화지 중앙까지 데크를 따라 길이 이어져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이국적인 푸르름
제주 연화지

처마 아래로 서까래가 드러나 보인 사각틀에 하늘 높이 솟은 야자나무가 담긴다. 제주 애월읍에 자리한 연화지이다. 제주에서 이름난 연꽃 명소였지만 몇 년 전 연꽃들이 모두 걷어지면서 지금은 매끄러운 연못만 남았다. 그럼에도 연화지는 여전히 인생 컷 명소이다. 화사한 여름 대신 잔잔한 아름다움이 배경처럼 깔리기 때문이다.

연화지 중앙까지 이어진 덱을 따라가면 어느새 반듯한 네모 안에 들어서게 된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예쁜 사진을 얻는 으뜸 스폿이다. 무엇보다 바닥과 기둥, 처마를 활용해 사각 액자틀을 만드는 것이 포인트인데, 개방감 있게 보이려면 난간 아랫부분만 각을 맞춰 프레임에 넣으면 된다. 햇빛이 강할 땐 안과 밖의 노출 차가 심하기 때문에 하늘색이 날아가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을 질 무렵 오렌지 빛으로 물든 하늘을 담아도 분위기 있는 사진이 만들어진다.

Info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1569-2

호수를 내려다보며 푸른 물결을 담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호수를 내려다보며 푸른 물결을 담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청풍문화재단지는 수몰된 지역에 있던 문화재들을 옮겨와 복원한 곳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청풍문화재단지는 수몰된 지역에 있던 문화재들을 옮겨와 복원한 곳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호수에서 떼어낸 한 조각
제천 청풍문화재단지

제천과 충주, 단양에 걸쳐 있는 청풍호는 전체 면적이 약 67가 넘는 거대한 인공 호수이다. 어찌나 넓은지 높은 산에 숨겨 놓았어도 아름다운 풍경이 여기저기 넘친다. 물결이 일 때마다 반짝이는 윤슬을 쏟아내는 호수는 깊은 바닥에 오래전 정지된 시간을 품고 있다. 충주댐 건설로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과 함께 마을에 있던 모든 것이 물속에 잠긴 그 시간에 멈춰져 있다.

제천 청풍문화재단지는 수몰된 지역에 있던 문화재들을 옮겨와 복원한 곳이다. 옛 향교와 관아, 민가들이 옛 모습대로 건립되어 있으며 여러 가지 생활 유품도 전시되어 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는 푸른 물결을 담는 포토존이 있다. 수많은 사연들을 끌어안고 있지만 호수는 언제나 찬란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사각 틀 안에 호수에서 떼어낸 한 조각 풍경을 인물과 함께 잘 맞춰 넣어 보자.

Info
주소 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로 2048

신라부터 고려까지 진주의 이름이었던 강주를 본뜬 강주연못.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신라부터 고려까지 진주의 이름이었던 강주를 본뜬 강주연못.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녹음을 바라보며 걸터앉으면 그대로 그림이 만들어진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녹음을 바라보며 걸터앉으면 그대로 그림이 만들어진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연꽃과 고목, 그 사이
진주 강주연못

신라 때부터 고려 시기까지 진주는 강주(康州)’라 불렸다. 옛 이름을 본뜬 강주연못은 아담한 못에 연꽃이 빼곡하게 피어나는 도심 속 휴식처이다. 고려 말에 진주성을 개축하면서 군사들이 머물던 군영지로 쓰였는데 조선 시대에 들어와 연밭으로 일궈졌다. 일제강점기까지 농업관계용수로 이용되며 주변 논에 물을 대던 귀한 못이다.

더없이 맑은 날, 싱그러운 초록빛을 담은 강주연못은 천상의 화원이나 다름없다. 둥그스름한 연못을 가로지르는 탐방로를 걷다 보면 꿈결 같은 시간에 빠진다. 못 둘레에는 고목들이 늘어서 있고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짙은 여름의 향기가 배어 나온다. 짧은 숲길 끝에 반듯하게 지어진 정자가 있다. 푸른 녹음을 바라보며 걸터앉아 있으면 그대로 그림이 되는 마법 같은 프레임이다. 배경을 흐릿하게 만든 후 인물을 또렷하게 부각하면 더욱 돋보이는 추억이 된다.

Info
주소 경남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 911-11

전통미가 흐르는 사각 프레임 속에 나를 담는 촬영 스폿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전통미가 흐르는 사각 프레임 속에 나를 담는 촬영 스폿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도동서원은 유네스코 등재유산인 '한국의 서원' 9곳 중 하나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도동서원은 유네스코 등재유산인 '한국의 서원' 9곳 중 하나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전통을 담은 사각
대구 도동서원

사각은 고전적인 건축 양식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통적인 틀 가운데 하나다. 450년 남짓한 세월을 품은 도동서원은 전통미가 흐르는 사각 프레임 속에 나를 담는 촬영 스폿이다. 이끼로 덮인 돌계단 위에 서면 카메라 안에선 자연스럽게 도동서원이라 쓰인 현판 아래 서 있게 된다. 단단한 기둥을 포함해 지붕을 받친 대들보와 서까래가 건물을 이룬 견고한 직선의 힘을 보여주고, 잘 짜인 대문 틀 너머로 한창 물 오른 여름이 넘쳐흐른다. 그 공간에 있으면 먼 시간을 뛰어넘어 온 이방인처럼 이질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풍경 속에 스며들게 된다.

프레임 밖 풍경도 놓칠 수 없다. 도동서원은 유네스코 등재유산인 한국의서원’ 9곳 가운데 하나이며 임진왜란 화재 이후 지금 자리에 다시 세워졌다. 낙동강 물이 굽이쳐 흐르는 언덕에 자리해 경치가 수려한데다 서원 앞에 있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풍치를 돋운다.

Info
주소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로 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