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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특집 ① 감성 가득 섬 여행] 자연이 전해 준 공생의 메시지, 굴업도의 秋
[특집 ① 감성 가득 섬 여행] 자연이 전해 준 공생의 메시지, 굴업도의 秋
  • 김민수 여행작가
  • 승인 2023.10.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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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에 찾아가기 너무나 좋은, 정말 아름다운 섬 굴업도에 다녀왔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선선한 가을에 찾아가기 너무나 좋은, 정말 아름다운 섬 굴업도에 다녀왔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인천] 누군가가 굴업도가 정말 아름다운 섬이냐고 물었다. 100개 섬을 돌아본 후에 대답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100개 섬을 여행했을 때, 더는 없을 만큼 아름다운 섬이라 말했다. 시간이 흐르고 200여 개 섬의 기록이 남았다. 굴업도는 여전히 최고의 섬이다. 특히나 요즘 같은 선선한 가을엔 말이다.

짝숫날도 괜찮아
덕적도에서 굴업도까지의 항로는 짝숫날과 홀숫날이 다르다. 대개의 여행객은 문갑, 지도, 울도, 백아도를 거쳐 가는 짝숫날보다 문갑을 거쳐 곧장 굴업도로 갈 수 있는 홀숫날을 선호한다. 하지만 짝숫날도 나쁘지 않다. 문갑, 지도, 울도, 백아도를 거쳐 가는 뱃길 유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지도앱과 객실 벽면에 붙어있는 여객선 항로도를 번갈아 숙지한 다음, 애틋하게 떠 있는 낙도의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담아가면 지루함은 바다에 떠다니는 거품처럼 보글대다 사라지게 마련이다.

백퍼커들로 붐비는 굴업도 선착장과 여객선 나래호.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백퍼커들로 붐비는 굴업도 선착장과 여객선 나래호.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현지에서 나는 해산물과 채소로 차려진 맛있는 섬 밥상.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현지에서 나는 해산물과 채소로 차려진 맛있는 섬 밥상.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여객선이 백아도를 지나칠 무렵 바다 위로 불쑥 솟아있는 3개의 돌기둥을 만나게 된다. 바로 선단여다. 남매간의 애틋한 사랑에 느닷없이 마귀할멈이 등장, 막장을 만들어 버린 기발한 전설과 보이는 각도에 따라 하나 혹은 세 개가 되어버리는 전형적인 시스택 또한, 짝숫날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귀한 선물임이 틀림없다.

백패킹의 성지 굴업도
굴업도를 찾는 여행자들의 반 이상은 백패커들이다. 그들이 여객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힘든 여정을 감내하는 이유는 마치 성지순례와 같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백패커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다.

개머리언덕으로 가려면 넓은 초원사이 가르마 같은 능선길을 지나야한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개머리언덕으로 가려면 넓은 초원사이 가르마 같은 능선길을 지나야한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바람이 센 날이면 개머리언덕에 텐트를 피칭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바람이 센 날이면 개머리언덕에 텐트를 피칭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굴업도 선착장에는 여러 대의 트럭과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물론 손님을 마중 나온 민박집 차량들이다. 하지만 이 작은 섬은 누구에게나 관대하다. 예약 없이 짐칸에 배낭과 몸을 실어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호의에 보답하고 싶다면 신세 진 민박집에서 주류나 생수 몇 병을 사거나 돌아가는 날 밥 한 끼 먹으면 된다.

민박 손님들은 마을에서 머물며 여유롭게 시간을 나눠 쓸 예정이다. 그러나 백패커들에겐 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개머리언덕으로 가든지 덕물산, 연평산 방향으로 가든지, 오로지 두 발에 의지해야 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개머리언덕의 낙조.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개머리언덕의 낙조.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가을은 일년 중 가장 맑고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계절이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가을은 일년 중 가장 맑고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계절이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한 곳에서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개머리언덕.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한 곳에서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개머리언덕.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굴업도의 랜드마크 개머리언덕
개머리언덕으로 가는 들머리는 굴업도해수욕장 우측(바다를 바라보고) 끝 지점에 있다. 사실 초보자는 그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오래전 섬을 처음 방문했을 때, 스스로 길을 찾다가 섬을 거의 종주하다시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MBTI I형 인간의 소심한 성격 탓이다. 모르면 물어보거나 그것도 어색하면 백패커 무리를 쫓아가는 것이 상책이다. 개머리언덕까지는 대략 40~50분이 소요된다. 두어 번의 가파른 코스만 치고 오르면 하늘과 들판 그리고 바다까지 뻥 뚫린 천상의 하이킹을 경험할 수 있다.

개머리언덕은 굴업도의 랜드마크다. 섬의 남서쪽으로 좁고 길게 뻗어 난 모습이 바다에서 보면 영락없는 개의 머리를 닮았다. 특히 해 저무는 개머리언덕에 알록달록 텐트들이 놓인 광경은 굴업도를 찾은 이들이 꿈꾸는 광경이다. 인증샷을 위해서라면 100m 정도 위로 올라가 언덕이 오롯하게 내려다보이는 지점에서 촬영하는 것이 좋다. 가을날 길갱이가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모습도 이곳에서 담을 수 있는 귀한 장면이다.

마을의 흔적이 애처롭게 남아있는 연평산과 목기미해변.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마을의 흔적이 애처롭게 남아있는 연평산과 목기미해변.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연평산의 서쪽 능선을 타고 흐르는 해안사구.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연평산의 서쪽 능선을 타고 흐르는 해안사구.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굴업도에는 개머리언덕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굴업도가 곧 개머리언덕이란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덕물산과 연평산이 있기 때문이다. 굴업도는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길게 누워 있는 삐딱한 모습을 하고 있다. 목기미해변 너머의 북동지역은 모래가 유난히 많다. 두 개의 봉우리 즉 덕물산과 연평산도 모래 산이다.

굴업도를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이유는 자연이 만들어낸 본연의 지형을 고스란히 품고 있기 때문이다. 목기미해변은 양면에 바다를 펼쳐두고 있다. 모래톱 위로 빼곡하게 고개를 내민 낡은 전봇대의 행렬, 마을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굴업도의 지형을 하나로 잇는 해안사주 목기미해변.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굴업도의 지형을 하나로 잇는 해안사주 목기미해변.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일제 강점기 굴업도는 근해어업의 전진기지였다. 민어 파시가 열릴 때는 수천 명의 뱃사람과 상인들이 섬으로 몰려들었다. 좋은 세월을 보내고도 고기잡이에 땅콩재배, 목축으로 섬 삶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두 개의 마을에 적지 않은 주민이 살았지만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남은 주민들은 흑염소와 꽃사슴을 방목하며 또 한 번의 부흥을 꿈꿔 보았으나 현재는 민박을 제외한 특별한 소득사업이 없는 상태이다.

Travel tip
굴업도 트레킹
민박하는 경우에는 첫날 개머리언덕을, 둘째 날 아침에 덕물산과 연평산을 트레킹하면 된다. 하지만 개머리언덕에서 캠핑을 하는 경우라면 둘째 날 아침 철수시간을 고려해야 하므로 제대로 된 트레킹이 어렵다. 23일의 여유있는 일정으로 여행하거나 구간을 나누고 다시 한번 섬을 찾아 걷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끼리바위를 보려거든
덕물산과 연평산은 사빈, 사주, 사구를 포함한 다양한 모래 지형의 전시장이다. 그런가 하면 절묘한 해식애와 시스택이 모습을 뽐낸다. 오랜 세월 굴업도를 들락거렸던 바람과 파도의 작품들이다.

물이 완전히 빠져야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코끼리 바위.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물이 완전히 빠져야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코끼리 바위.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움푹 팬 분지에 물이 고여 생기는 '목기미 연못.'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움푹 팬 분지에 물이 고여 생기는 '목기미 연못.'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코끼리바위는 연평산 아래 해안에 있다.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내므로 물때를 잘못 맞춰가면 못 보고 돌아오기에 십상이다. 높이 5m의 거대한 몸집을 가진 바위는 코와 하나의 다리로 몸체를 지탱하고 있다. 코끼리보다는 맘모스가 어울리는 형상이다.

붉은모래해변으로 넘어가기 전, 해안사구습지 지형의 움푹 팬 분지를 목기미연못이라 부른다. 이곳은 비가 많이 내리면 물이 고여 연못을 이루는데 이때 각종 물벌레와 미꾸라지 등이 서식하는 독특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붉은모래해변은 굴업도 사슴들의 또다른 서식지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붉은모래해변은 굴업도 사슴들의 또다른 서식지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사람과 사슴이 함께 사는 섬
여행자들이 굴업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슴 때문이다. 주민들이 소득을 위해 방목했던 사슴들은 어느덧 자연의 일부가 됐으며 그 개체 수가 현재 300~500마리로 추산된다. 여행자들은 환호를 올리지만, 주민들은 계륵이라 말한다. 개머리 능선길을 촘촘하게 덮고 있던 스쿠렁이 듬성듬성해진 까닭도 천적 없는 사슴들의 활약 덕분이다.

굴업도는 몇 년전 여행했던 일본 나가사키의 노자키지마를 연상케 한다. 노자키지마는 무인도다. 주민들이 떠나고 남은 흔적 위에 사슴들이 산다. 하지만 굴업도가 비워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이대로 사람과 사슴이 함께 살아가는 섬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바람이 많이 부는 지형에 안성맞춤인 터널형 텐트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바람이 많이 부는 지형에 안성맞춤인 터널형 텐트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INFO 굴업도 가는 법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덕적도(2/1)
덕적도굴업도(1/1)

홀숫날(1시간)
덕적도-문갑도-굴업도

짝숫날(2시간)
덕적도-문갑도-지도-울도-백아도-굴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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