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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정 선생님의 미학여행 ③] 부천, 도시의 꽃에서 발견한 색, 올봄에는 꽃길만 걷자~
[정 선생님의 미학여행 ③] 부천, 도시의 꽃에서 발견한 색, 올봄에는 꽃길만 걷자~
  • 정수기 미술교육학박사
  • 승인 2024.03.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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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감성 가득한 부천으로 세 번째 미학여행 나들이에 나선다. 그림 / 정수기 미술교육학박사
봄꽃 감성 가득한 부천으로 세 번째 미학여행 나들이에 나선다. 그림 / 정수기 미술교육학박사

[여행스케치=부천] 대한민국의 곳곳을 돌며 그 속에 숨겨진 자연미와 예술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여행이 끝나면 낯설었던 미학이 삶의 곳곳에 흔적과 통찰로 스며들 것을 기대한다. 미술교육학박사인 정수기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세 번째 미학여행. ‘봄꽃감성가득한 부천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봄 풍경의 가장 큰 미학은 화려하고 맑은 봄꽃에서 나온다. 마침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대규모 꽃동산을 즐길 수 있어 맘이 설렌다. 올해 부천시는 누구나 봄꽃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3월부터 5월에 걸쳐 다섯 가지 봄꽃 투어가 이어질 예정이다. 원미산, 도당산, 춘덕산, 부천자연생태공원, 부천백만송이장미원에서 한껏 봄을 탐닉해보자.

겨우내 곳곳에 숨어 있던 진달래가 활짝 핀 진달래 동산의 풍경은 장관을 이룬다. 사진 / 이해열 기자
겨우내 곳곳에 숨어 있던 진달래가 활짝 핀 진달래 동산의 풍경은 장관을 이룬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진달래가 가득 피어날 때 앞다투어 사진을 찍는 진달래동산 포토존. 사진 / 이해열 기자
진달래가 가득 피어날 때 앞다투어 사진을 찍는 진달래동산 포토존. 사진 / 이해열 기자

사랑의 은유미 끝판왕, 진달래에 담긴 우리 정서, 원미산 진달래동산
우리 미술에서 꽃은 꽃 그 자체를 세밀하게 표현하여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도록 은유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은유는 메타포(metaphor)와 동의어이다. 이것은 간접적이며 우회적인 표현, 혹은 위트를 지닌 표현 방법이다.

김홍도의 <운우도첩>의 일부가 그 예이다. 그림 속의 바위에 핀 진달래꽃은 남녀 간의 사랑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진달래꽃은 우리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생 꽃나무로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친숙한 소재이다. 그래서 풍속화 같은 서민의 삶을 담은 그림에서 자주 등장한다.

진달래동산에 피고 지는 다양한 꽃을 알려주는 안내판. 사진 / 이해열 기자
진달래동산에 피고 지는 다양한 꽃을 알려주는 안내판. 사진 / 이해열 기자
진달래동산의 베스트 포토존. 반대편 전망 데크에서 내려보며 찍으면 감각적인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진달래동산의 베스트 포토존. 반대편 전망 데크에서 내려보며 찍으면 감각적인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진달래의 부드러운 색조와 시폰처럼 가벼운 꽃잎의 질감은 신윤복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신윤복의 그림 <연소답청, 18세기, 종이에 채색, 28.2×35.6cm. 국보 135>에는 머리에 진달래꽃을 꽂은 여인이 나온다. 당나귀를 타고 나들이에서 돌아오는 옛사람의 모습에서 봄날을 흠뻑 즐긴 후의 후련함과 충만한 기분이 현대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겨우내 진달래동산의 어느 바위틈이나 골짜기에 숨어 있다가 춘정을 꽃피우는 화려한 장관은 올봄 놓치지 않아야 하는 볼거리다.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을 이용하면 쉽게 닿을 수 있어 꽃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듯하다. 역에서 진달래공원 가는 길에 활짝 핀 벚꽃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하는 매력적인 포토존이다. 국내 여러 곳의 진달래 군락 중 가장 큰 규모로 여겨진다.

싹을 틔우기 위해 자리 잡고 있는 튤립의 모습. 사진 / 이해열 기자
싹을 틔우기 위해 자리 잡고 있는 튤립의 모습. 사진 / 이해열 기자
봄이면 부천자연생태공원 안 무릉도원수목원에 튤립이 만발한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봄이면 부천자연생태공원 안 무릉도원수목원에 튤립이 만발한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서양 미술 속 꽃의 조형미, 튤립의 화려한 색채, 부천자연생태공원
우리 미술에서 꽃이 은유미로 나타났다면, 서양 미술의 꽃은 조형미가 보다 강조된다. 꽃은 색, 질감이라는 조형 요소와 균형, 비례, 강조라는 조형 원리를 보여주는데 충실한 소재로 쓰이곤 한다. 우리 꽃이 산수화의 일부, 풍속화의 은유로 차용되었다면 서양 미술 속 꽃은 세밀한 표현과 멀리서 보이는 꽃점의 형태로 표현하는 두 가지 기법이 있다.

첫째, 근접한 화법의 대표적 사진작가로는 메이플소프 <Mapple thorpe Flora: The Complete Flowers, 2016>가 있다. 꽃잎을 지나치게 확대하여 촬영함으로써 꽃이 아닌 사물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이 작품을 보고 눈치가 빠른 관람자라면 직관적으로 자웅동체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데, 맞게 본 것이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 맞기에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외설의 논란이 있었다. 어찌 되었든 꽃의 조형성을 강조한 사진가로는 미술계에서 매우 주목받았음이 틀림없다.

부천자연생태공원 안의 식물원에서도 다양한 봄꽃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부천자연생태공원 안의 식물원에서도 다양한 봄꽃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둘째, 꽃을 부감(overlook)한 화법에는 인상주의 작품이 있다. 인상적인 순간의 색감과 질감을 강조하여 표현하는 작품이다. 구체적으로는 렘브란트나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와 같은 화가들의 작품이 그러하다.

특히, 클로드 모네는 작품 <네덜란드의 튤립이 가득한 들판, 1886, Oil on canvas 65×81cm,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화려한 튤립밭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색의 물감을 겹쳐 덧칠하여 완성하였다. 이 작품을 볼 기회가 있다면 튤립 부분의 질감도 유심히 들여다보길 바란다. 그 전에 생화 튤립을 보고 싶다면 부천자연생태공원의 튤립정원을 추천한다. 이곳은 해마다 튤립을 심고 있다. 튤립을 관찰하며 꼿꼿한 꽃잎의 질감과 색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봄이면 꽃향기로 가득 퍼지는 도당산 벚꽃동산 입구. 사진 / 이해열 기자
봄이면 꽃향기로 가득 퍼지는 도당산 벚꽃동산 입구. 사진 / 이해열 기자

꽃의 미학적 관점 포인트 세 가지
도당산 벚꽃 나뭇가지의 형태미
벚꽃 그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일본의 목판화 우키요에. 우키요에(浮世繪)우키요떠 있는 세상이고, ‘는 그림을 말한다. 떠다니는 세상 이야기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으로 일종의 풍속화다. 특징은 윤곽선과 평면 처리된 화려한 색채이다. 서양 미술에 우키요에가 큰 영향을 주게 된 배경에는 도자기 수출이 있었다. 일본의 도자기를 감싸고 있던 포장지에 벚꽃 우키요에가 인쇄되었는데 벚꽃을 볼 때, 우리는 꽃잎의 색채에 직관적으로 시선이 머무르게 된다. 그 다음 벚꽃 나무의 가지가 나오는 방향과 위치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벚꽃 나무만이 반복하는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완만한 경사를 이룬 도당산 벚꽃터널을 지나며 수형(나무의 형태)과 꽃잎을 살펴보면 선, , , 질감의 조형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선뜻 부는 바람 한 줄기에 흩날리는 벚꽃비를 맞아보는 다정한 경험, 도당산에서 한껏 누려보자.

부천의 대표적인 복숭아꽃 군락지인 춘덕산의 꽃 풍경. 사진 / 이해열 기자
부천의 대표적인 복숭아꽃 군락지인 춘덕산의 꽃 풍경. 사진 / 이해열 기자
일제강점기 때 복숭아 마을로 탈바꿈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일제강점기 때 복숭아 마을로 탈바꿈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춘덕산 복숭아꽃의 균형미
춘덕산의 복숭아꽃 언덕에서 하늘을 배경으로 꽃나무를 올려다보면 생각나는 그림이 하나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꽃피는 아몬드 나무, 1890>이다. 하늘색과 청록색, 흰색을 혼합하여 만든 민트색을 배경으로 아몬드 나무 줄기의 선이 강조되고 꽃이 피어있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곡선이 반복되면서 같은 형태의 꽃잎이 거듭해서 피어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중심으로부터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다. 꽃잎의 곡선과 꽃술의 직선, 꽃술 끝의 점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 균형과 조화 앞에서 마음이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자연의 꽃에서 균형, 조화, 통일의 조형미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모두 안정감을 유발하는 요소이다.

부천의 복숭아는 1925년경부터 명성이 자자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식량 증산을 위해 복숭아 재배에 주력, 부천 일대가 복사꽃으로 가득해졌다. 고혹적인 빨간색의 겹벚꽃과 하얀 배꽃도 함께 어우러져 복숭아꽃 피는 마을 부천 무릉도원의 풍경 한켠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가장 큰 단일 장미공원으로 161종의 다양한 장미가 피어나는 백만송이장미원. 사진 / 이해열 기자
국내에서 가장 큰 단일 장미공원으로 161종의 다양한 장미가 피어나는 백만송이장미원. 사진 / 이해열 기자
산책로와 포토존 등으로 사계절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산책로와 포토존 등으로 사계절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백만송이장미원, 겹겹이 핀 장미의 키아로스쿠로
5~6월이 되면 부천백만송이장미원은 사랑과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미술 소재인 다채로운 장미로 가득하다. 국내에서 가장 큰 단일 장미공원으로 161종의 다양한 장미가 아름다운 모습을 뽐낸다.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이어지는 장미의 계절에 한껏 취해보자.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인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가 열렸다. 대표 작품이었던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의 작품에도 장미꽃이 나온다. 카라바조는 <도마뱀에 물린 소년, 1594-95, 영국 내셔널갤러리>에서 극적인 순간의 인간 심리를 강한 명암 대조로 표현했다. 미술용어 키아로스쿠로는 이탈리아어로 명암효과를 뜻한다. 키아로(chiro)는 밝음, 오스쿠로(oscuro)는 어두움이다. 밝은 곳과 어두움의 단계를 점진적으로 표현하고, 흰색 마무리로 하이라이트를 줌으로써 극적인 명암효과를 작품에 담는 것을 말한다. 소년의 머리에 꽂은 백장미와 화병 속 분홍장미에도 명암효과가 여러 단계로 표현되었다.

백만송이장미원의 장미꽃 터널. 사진 / 이해열 기자
백만송이장미원의 장미꽃 터널. 사진 / 이해열 기자

작품 속 꽃에는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조형미가 담겨있다. 자연에서 꽃을 보는 미학적 관찰 포인트는 본인의 감각에 따라 스스로 조형 요소와 조형 원리를 찾아내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정수기 미술교육학박사
27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아이들의 취향을 존중하는 남다른 학급 운영으로 유명했던 정수기 선생님. 여행을 좋아하는 정 선생님은 아름다운 우리 여행지를 다니며 미학탐구를 통해 여행도 미술교육의 현장이라는 걸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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