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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기는 여행지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기는 여행지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04.05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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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섬’ 소안도
항일운동의 정신이 남아있는 소안도는 지금까지도 마을마다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우리나라에서 태극기가 가장 아름답고 또 장엄하게 휘날렸던 때는 언제일까? 이 나라 이 땅의 독립을 위해 민중이 일어났던 항일만세운동이 단연코 제일이다. 소안도는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정신을 이어오며 365일 1년 내내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다.

숲과 해안절경을 즐기는 걷기 여행
소안항에서 소안면으로 가는 길목부터 태극기는 휘날리고 있다. 소안항을 오가는 도로와 교차로, 도민들이 사는 마을에도 집집마다 태극기가 1~2개씩 내걸려있는 풍경이 ‘태극기의 섬’이라 이름 붙은 소안도의 정체성을 명확히 만들어준다.

대봉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소안도 동남쪽 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소안면사무소에서는 소안도를 즐기는 방법으로 대봉산 둘레길을 추천했다. 비대칭의 모래시계처럼 생긴 소안도의 북쪽에 솟아있는 대봉산은 “등산을 하여 정상에 오르기도 어렵지 않고 ‘가고 싶은 섬’ 사업으로 둘레길을 정비해서 풍경이 아주 좋다”는 것. 소안항과도 가까워 섬에 도착하여 바로 걸어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대봉산 둘레길은 소안중학교 방면 해변으로 가서 대봉산 이정표를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봉산으로 가는 초입은 계속 콘크리트 길이 이어져 길을 잘못 들었나 싶지만, 이정표를 믿고 걷다보면 정비된 흙길이 나와 의심을 거두게 한다.

대봉산 둘레길은 해안절경을 감상하기 좋은 길이다. 소안도 남부의 해안과 툭 튀어나온 아부산 반도, 그 사이로는 전복이나 미역 등 해산물을 양식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초입에서 마주친 한 소안도 주민은 “길이 정말 좋다”며 극찬을 하기도. 그 말처럼 나무그늘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바다를 감상하며 천천히 걷기 좋다.

대봉산 둘레길 숲길에 들어서면 다양한 나무와 야생화들이 반겨준다. 사진 노규엽 기자

비슷한 바다 풍경이 이어져 지루해질 때쯤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며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남도의 대표 수종 동백나무며 이름 모를 야생화 등이 걷는 이의 마음을 풍족하게 해준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대봉산 정상에 올라 주변의 조망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단, 소안면사무소 관계자는 “초행인 사람은 하산 등산로를 찾기 어려우니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와 둘레길을 걷는 걸 권한다”고 귀띔하기도.

둘레길 끝무렵에 이르면 길이 여럿으로 나뉘는데 마을이 보이는 곳으로 하산하는 걸 목표로 삼으면 된다. 내려서게 되는 마을인 북암리에도 어김없이 태극기는 휘날리고. 마을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버스정류장을 찾을 수 있다. 소안도 마을버스는 자주 운행하지 않으므로 택시를 이용하거나 외길인 도로를 따라 소안면으로 돌아가면 된다.

소안도의 정신이 느껴지는 항일운동기념관
다음 코스는 소안도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사연을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소안도 남부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은 규모는 작지만 소안도에서 벌어진 항일운동의 역사가 촘촘히 기록되어 있다.

소안도에 항일정신이 남아있음이 느껴지는 마을 벽화. 사진 노규엽 기자

소안도는 함경도 북청, 경상도(부산) 동래와 함께 항일운동의 3대 성지다. 이대욱 (사)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 회장은 “도민들이 똘똘 뭉쳐 격렬한 항일운동을 전개한 역사가 소안도 태극기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일제수탈에 대한 반발과 그에 따른 활동이 거세었다는 것.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을 찾으면 소안도에서 있었던 활동들에 대해 알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대표적인 의거를 꼽아보면, 1886년 소안도에 집을 짓고 거주하며 어장과 어업자원을 침탈하는 일본인들의 행위에 반발해 소안면민들이 직접 나서 그들의 거주지를 불살랐다고 하며, 1909년에는 소안도 및 완도의 어업자원을 침탈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만든 자지도(당사도) 등대를 이준화 외 5명의 도민들이 사용치 못하도록 파괴한 일이 있다. 또한 을사늑약 이후 전국토지조사를 실시해 우리의 땅을 일본인들의 마음대로 재편성해 소안면민들을 소작농으로 전락시킨 일에 분개해 1909년부터 1921년까지 ‘전면토지반환 청구소송’을 진행하여 끝내 승소한 ‘토지계쟁사건’도 유명하다.

이외에도 소안도민들은 사립소안학교를 세워 민족교육에도 힘썼고 그 결과 소안도에서 69명의 독립운동가와 20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했다니 지금까지도 태극기의 의미를 흐리지 않은 채 휘날리고 있는 소안도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항일운동기념관 맞은편에는 일제에 의해 폐교됐던 사립소안학교 건물을 복원해 작은 도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숲이 있는 해변에서의 힐링

미라리 해수욕장을 찾아가 몽돌이 들려주는 음악소리에 취해보자. 사진 노규엽 기자

소안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이 두 곳 있다. 각각 천연기념물 339호와 340호인 미라리 상록수림과 맹선리 상록수림이다. 소안도 남부의 동과 서에 자리 잡은 두 상록수림은 후박나무를 비롯한 20여 종의 상록수들이 자라 예부터 해안의 방풍림 역할을 해왔다.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이니 숲 속을 거닐 수 있는 곳은 아니고 바라만 볼 뿐이지만,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 미라리의 상록수림을 추천한다. 해수욕장과 붙어 있어 해변 산책도 겸할 수 있기 때문. 몽글몽글한 자갈들로 이루어진 몽돌해수욕장에서 잠시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담근 채 ‘쏴악~ 차르르~’하고 타악기처럼 울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여유로운 힐링을 즐길 수 있다.

 

Tip 소안도 가는 법
완도 서부의 화흥포항에서 여객선을 탄다. 대한ㆍ민국ㆍ만세로 이름 붙인 3대의 선박이 운항되며 노화도 동천항을 들러 소안도 소안항으로 입항한다(약 1시간 소요). 완도공용버스터미널에서 여객선 시간에 맞춰 화흥포항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편도 500원). 선박 사정에 따라 여객선 및 셔틀버스 시간이 수시로 변경되므로 소안농협 홈페이지(http://soannh.nonghyup.com)를 통해 확인 필수.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5월호 [slow travel]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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