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부산] 파도가 치고, 오랜 시간 동안 침식된 가파른 절벽이 보인다. 그 위에 색색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은 근대 피란도시 부산의 유물이다.
김영길 부산광역시 문화관광해설사는 “6·25한국전쟁 때 대평동에 피난민대피소가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 피난민들이 이곳으로 와 모여 살기 시작한 달동네”라고 마을을 소개한다.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진 가파른 절벽에 위태롭게 겨우 몸 뉘일 곳을 하늘을 가릴 가마니 같은 것으로 만든 것이 시작이었던 마을은 이제 바다를 마주보는 뛰어난 비경으로 이름난 관광지가 되었다.
마을로 올라가기 위해선 절영해안산책로에서 맏머리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 맏머리계단은 계단 중간에 ‘맏머리샘’이 있어 붙은 이름. 김영길 해설사는 “영도 봉래산 물줄기가 바다로 흘러내려가는 모습이 꼭 하얀 포말처럼 보여 하얀 여울, ‘흰여울’이라 불렸다”며 마을 이름의 유래를 설명한다.
집 하나에 5~6가구가 살았던 하꼬방을 겉으로만 구경해선 감이 잘 안 오는 법. 보통 동네길은 둘러보는 길이라 집 안을 보기 어려운데, 이런 특징이 잘 보이는 집 중 하나를 흰여울마을 안내소로 만들어 들어 가볼 수 있다.
이곳은 영화 <변호인>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벽면에 송강호가 고개 들어 올려다보는 사진이 붙어 있고, 작은 계단 몇 개를 따라 올라가면 다섯 개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문이 각 집의 현관문 역할. 지금은 공간마다 전시실, 타로카드 상담실, 공방과 예술 작품을 파는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여러 카페와 상점들이 생겼지만, 길 중반쯤에 있는 하꼬방 찻집인 ‘점빵’을 들려볼 것을 권한다. 마을공동체 주민들이 운영하는 이곳은 음료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곳으로 수익의 일부를 마을청소와 국밥나눔 등 마을을 위해 사용한다.
좁고 가파른 계단과 낮은 천장, 층마다 탁자는 두세 개뿐인 작은 공간이지만 2층 창을 통해 바라보는 바다풍경과 가게 앞 담벼락을 식탁 삼아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다.
Info 흰여울문화마을
주소 부산 영도구 영선동4가 10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