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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봄 여행주간] 무진장(무주·진안·장수) 봄길여행 ② - 진안고원길 1구간 마이산길 B코스
[봄 여행주간] 무진장(무주·진안·장수) 봄길여행 ② - 진안고원길 1구간 마이산길 B코스
  • 윤문기 객원기자 <발견이의 도보여행 운영자>
  • 승인 2018.04.19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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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기 울음소리 가득한 마이산의 봄날
신이 조영한 거대한 석부작 작품 같은 마이산의 봄.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진안]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은 새로 태어나는 꽃과 잎들로 온 세상이 산부인과 신생아실이다. 꽃아기들 울음소리는 귀청 아닌 가슴을 얼얼하게 만드는데, 진안 마이산의 봄날도 여간 감동적인 것이 아니다.

암봉과 숫봉으로 귀 쫑긋 세운 마이산의 봄날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일반인들이 주로 찾는 등산로와 조금 다른 루트를 이용하는 게 좋다. 진안고원길 1코스 마이산길이 그 길이다. 

인파로 넘쳐나던 마이산에서도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연인의 길 구간.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진안고원길(http://gowongil.kr)은 2014년 개통한 총 거리 220km의 진안군 걷기여행길이다. 번외 구간까지 총 16개 구간으로 조성되었고, 100여 개 마을과 50여 개의 고개를 넘으며 환형으로 길을 잇는다. 마이산을 지나는 1구간은 A코스와 B코스로 나뉜다. 

천년고찰 금당사와 벚꽃으로 유명한 탑영저수지가 빠진 A코스만 있었으나 2016년에 금당사와 탑영저수지를 경유하는 B코스가 새롭게 개통되어 봄꽃 최적화 루트가 되었다. 

마이산 뷰포인트는 사양저수지 오른쪽 제방
진안고원길 1구간의 정식 시작점은 ‘진안 만남쉼터’다. 하지만 진안고원길 완보목적이 아니라면 시작점에서 마이산 쪽으로 1.5km 더 진행한 마이산 북부주차장 출발이 더 일반적이다.

주말이면 대형버스를 중심으로 차량이 즐비한 주차장 주변은 식당가와 토산품점이 뒤섞여 북적인다. 

진안고원길은 분홍과 노랑을 주테마로 하는 안내리본과 방향화살표를 따라 진행하면 되는데, 화살표는 노란색이 정방향이다.

봄날에도 가을 분위기 물씬한 천황문 가는 길(연인의 길 구간).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두 암봉 사이에 자리한 마이산 천황문은 바람의 길이다. 바람에 은하수처럼 흘러가는 꽃잎의 마지막 비행은 슬픈 카타르시스를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배꽃이 만개하여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 은수사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제386호).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마이산을 찾는 이들은 주차장에서 하차 후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광에 홀려 봉우리 사이로 빨려들 듯 곧장 질러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면 마이산의 자랑거리 두 개를 놓치게 되고 에둘러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계단으로 오르게 된다. 

진안고원길 노선을 그대로 따라 걸으면 사양저수지 제방 오른쪽 밑으로 향하게 된다. 앞을 탁 가로막던 제방을 딛고 올라서면 갑자기 시야가 툭 터지면서 마이산이 멋진 각도에서 펼쳐진다. 이 상황을 맞닥뜨리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와~~!"

연분홍 산벚꽃 만발하는 4월 중하순부터 5월초까지는 감탄사가 한 마디 정도 더 붙을 수 있다. "어쩌면 이럴 수가!"

신(神)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석부작 같은 마이산 경관에 빼앗긴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잘 보면 이번에는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선경(仙境)과 다름없는 마이산 반영이 아름답게 비쳐 들어야할 사양저수지 수면 위에 나무데크가 가득한 것이다.

안전을 위해서라며 오랜 기간 출입마저 막아놓은 이 데크는 마이산 반영 조망권까지 막고 있는 것이다. 물 위에 데크를 깔아 꼭 길을 만들어야겠다면 저수지 연안만 돌려도 충분할 터, 저수지 중앙을 데크가 가로지르는 큰 실수는 하루 빨리 잡아야겠다. 

은수사 소나무가 무량광전 지붕을 수호하듯 가지를 펼쳐냈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다양한 수수께끼가 서린 탑사. 1800년대 후반 이갑용 처사가 30년 동안 이 돌탑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마이산 벚꽃여행 일번지 탑영저수지. 평년보다 일찍 개화하여 4월 중순부터 낙화가 시작되고 있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연인의 길’로 천황문까지 편안하게 걷기
사양저수지 제방 동쪽은 마이산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지만 인적은 드물다. 취재진 일행 20여 명이 단체사진과 개인사진을 돌아가며 촬영을 마칠 때까지 단 한명도 지나가는 이가 없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주차장에서 곧장 천황문으로 질러가는 사람들의 행렬만 길게 줄을 잇고 있었다. 심지어는 차를 타고 저수지 옆을 그냥 통과해서 마이산 바로 밑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마이산 북부 조망포인트는 아예 만날 수가 없다. 

마이산 뷰포인트인 사양저수지 제방을 지나 천황문까지 가는 길은 일명 ‘연인의 길’이라고 불리는 구불구불한 길로 약 30분 정도 걷게 된다.

마이열차라는 전기차가 가끔 지나는 게 거슬리지만 계단을 따라 오르는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편안하게 천황문까지 걸어갈 수 있다. 단풍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길이어서 가을이 특히 아름답지만 봄에도 연초록이 가득하여 이 또한 나쁘지 않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에서는 작은 샘물이 솟아 양갈래로 갈라지는데 한쪽은 금강, 한쪽은 섬진강 발원지라고 적혀 있다. 사실 이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택리지를 비롯한 몇몇 기록에서 마이산을 섬진강과 금강의 발원지로 지목했다.

하지만 근대적인 측량기술은 섬진강발원지는 진안군 데미샘, 금강은 장수군 뜬봉샘이라고 밝혔으니 마이산의 강 발원지 주장은 일부만 인정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탑영제 벚꽃은 2km 가까이 더 이어진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저수지 제방 아래 벚나무 수형이 아름다워 개인사진 배경으로 삼기에 좋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금당사에서 바라본 고금당. 나옹선사가 깨달음을 얻은 곳이라고 하여 나옹암이라고도 불린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18m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 은수사 청실배나무
마이산의 대표적인 두 봉우리 사이에 있는 천황문은 바람의 길이기도 하다. 천황문 바람 타고 하늘 가득 흐르는 벚꽃잎의 마지막 비행은 보는 사람의 슬픔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카타르시스다. 

꽃비 맞으며 천황문을 내려서면 태조 이성계의 기도처였다는 은수사에 닿는다. 은수사의 봄여행은 천연기념물 청실배나무의 개화여부가 관건이다. 

은수사 배꽃이 폈다. 완전한 만개다. 하얀 배꽃으로 높이 18m의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 청실배나무 주변은 인파로 북적인다. 저도 사람이면서 사람 많은 걸 달가워 않는 기자도 그 인파에 오랫동안 가세했다.

은수사 청실배나무는 이성계가 기도를 마친 증표로 심은 씨앗이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한다. 배꽃의 개화기간이 열흘 정도이니 올해는 4월 하순까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은수사를 지나면 매표소에서 문화재입장료 3천원을 내고 지나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길은 유료인 셈이다. 길은 여행자를 곧바로 불가사의함으로 가득한 탑사로 이끈다. 1800년대 후반 이갑용 처사가 30년 동안 쌓은 것으로 알려진 80여 개의 돌탑이 수호하는 탑사. 쓰러질 듯 위태로운 탑들이 부지기수인데 탑을 쌓은 지 100년이 넘었어도 대부분 건재하여 더욱 신기하다.

무엇보다 대웅전 뒤의 천지탑은 사람 키의 세 배가 넘는 높이인데, 그 시절에 어떻게 혼자 쌓았을지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낮에 돌을 모으고 밤에 탑을 쌓았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진다.

물확에도 봄에는 벚꽃이 핀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장독대와 흙담이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룬다(금당사).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탑사를 지나 벚꽃 가득한 길을 지나면 마이산 벚꽃 일번지라는 탑영저수지다. 저수지 남쪽 연안으로 벚꽃터널이 띠를 이루며 주차장까지 길게 이어진다.

저수지 제방에서 상류 쪽을 바라보니 꽃잎이 반 넘어 떨어졌어도 벚꽃의 위세는 여전히 대단하다. 제방 아래쪽에서 자란 벚나무의 수형이 아름다워 인물사진 배경으로 그만이다. 

마이산 봄길 구간은 ‘북부주차장 -> 남부주차장’ 6km!
탑영저수지 다음은 천년고찰 금당사가 진안고원길의 바통을 받는다. 멀리 산 중턱의 금빛으로 빛나는 고금당이 본래 금당사가 있던 곳으로 의자왕 10년인 650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고금당은 고려 후기의 고승인 나옹선사가 깨달음을 얻는 곳으로 알려져 나옹암이라고도 불린다.

지금의 금당사는 숙종 때 지어진 것으로 임진왜란 때 승병이 활동했던 것으로 전한다. 당우의 단청을 새로 하여 고색은 느끼기 어려우나 가뭄이 계속될 때 걸어놓고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내렸다는 높이 약 9m의 금당사괘불탱(보물 1266호)이 보관돼 있다. 

금당사를 지나면 식당가로 형성된 사하촌을 통과해 마이산 남부주차장에 닿는다. 주차장 바로 옆에는 한문으로 풀어써야만 제 뜻을 알 수 있는 이산묘(耳山廟)가 있다. 즉, 마이산사당이다.

이곳은 진안군의 유생들이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일본에 대한 경계를 건의하다 결국 자결한 송병선 선생과 의병장 최익현 선생을 기리고자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세운 사당이다. 지금은 단군과 태조 이성계, 세종, 고종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고, 조선의 충신 유림 40위가 함께 모셔져 있다. 본래 이 자리는 태조 이성계가 남원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개선하던 중에 머물렀던 곳이라고 전한다. 

진안고원길 1구간 B코스는 이후로 탑사에서 헤어졌던 A코스와 화전교에서 다시 만나 4km를 더 간 후 마령면사무소에서 마무리된다. 진안고원길 1구간 B코스는 총 거리 13km지만 봄에 좋은 구간만 걷는다면 마이산북부주차장부터 남부주차장까지 약 6km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진안 먹거리 
진안마을 한정식 – 믿고 먹는 로컬푸드 전문점

가볍게 먹고 출발하기 좋은 산야초비빔밥.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진안의 대표 맛집으로 꼽히는 진안마을 한정식은 몸에 좋은 진안의 산야초를 이력제 관리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로 만들어낸다. 화학조미료도 사용하지 않고, 천일염과 천연발효액을 주로 사용한다.

진안마을 한정식에 신선한 재료를 공급하는 진안의 농부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이곳이 대표적인 로컬푸드 전문점으로 꼽히는 것은 1500명의 진안 농민 주주가 출자한 진안마을(주)에서 운영하기 때문이다. 시세보다 좋은 가격으로 지역 농민에게 질 높은 재료를 매입하여 농가와 소비자가 서로에게 득이 되는 정책을 편다. 산야초비빔밥 1만원. 육회비빔밥 1만2천원, 한정식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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