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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9월호
고즈넉한 봄나들이를 위하여, 돈의문박물관마을
고즈넉한 봄나들이를 위하여, 돈의문박물관마을
  • 양수복 기자
  • 승인 2018.04.13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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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마을에 새로 쓰이는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 ‘잘생겼다! 서울20’은 옛 것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닌 기억과 가치를 되살린 20곳을 엄선해 선정한 서울 명소 20곳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 마당엔 꽃이 한가득이다. 사진 / 양수복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응답하라1988>의 쌍문동처럼 모든 마을은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을 품고 있어 특별하다. 서울 서대문에 자리한 돈의문박물관마을 또한 그렇다.

지금은 터만 남은 돈의문(서대문)이 갓 지은 ‘새문’일 때, 문 안에 들어서면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어 ‘새문안마을’이라 불렸던 동네는 세월과 그에 따른 추억을 겹겹이 쌓은 그대로 마을 전체가 박물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소개된 20곳의 새 명소 '잘생겼다 서울20' 중 한 곳으로 알려지며 주목받았고, 작년 '2017 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전시장으로 활용된 바 있다. 

그때 그 시절, 돈의문을 기억하세요?
한옥과 양옥이 뒤섞여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의 마당 너머로 낯선 이 마을의 정체를 해부할 수 있는 ‘돈의문전시관’이 자리한다. 80~90년대 마을의 대표 식당이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지오’와 한정식집 ‘한정’ 건물이 전시관으로 새로 태어났다.

'아지오'와 '한정' 전시관은 2층이 연결되어 있어 오가기 편하다. 사진 / 양수복 기자
고종 때 설치된 전차의 모형. 사진 / 양수복 기자
전시관 '아지오' 2층은 그 시절 아지오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도록 꾸며놓았다. 사진 / 양수복 기자

전시관 ‘아지오’ 내부에는 일명 ‘쇠당나귀’라고 불린, 조선시대 고종 때 설치된 전차의 모형이 있다. 전차는 돈의문에서 청량리까지, 이후 남대문에서 용산, 돈의문부터 마포까지 확장되었고 철로변은 점차 상업거리로 발전했다.

하지만 러일전쟁 이후 의주로와 연결되는 돈의문 밖 교통량이 증가하며, 돈의문은 헐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전시관에는 새문안마을을 비롯한 돈의문 일대의 근대사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들이 풍부하다. 

2층에는 아지오의 옛 모습도 복원해두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주변에 관공서, 대기업, 방송국, 병원 등이 생겨남에 따라 유동 인구를 겨냥한 식당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해 마을을 가득 채웠다.

특히, 당시엔 흔치 않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던 아지오는 데이트 장소로 인기 있던 곳. 전시관 2층 테라스에는 마치 식당처럼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어, 마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연인을 기다리는 듯한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전시관 '한정'에는 한옥 식당들의 기억을 복원했다. 사진 / 양수복 기자
전시관 '한정'에서 새문안마을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양수복 기자
공사 중 발견된 물건들을 투명한 큐브 안에 넣어 바닥에 깔거나 세워두어 완성한 '아트페이빙' 작품. 사진 / 양수복 기자

아지오 옆 전시관 ‘한정’은 80~90년대를 풍미했던 한옥 식당들의 기억을 복원해두었다. 

한정을 비롯해 문화칼국수, 풍미추어탕, 안동회관, 신평상우회 등 밥 때가 되면 손님들로 북적이던 식당들의 옛 간판을 벽 위에 그려놓은 데다가 가게를 운영했던 사장님의 이야기까지 영상으로 기록해두어 당시 모습을 아는 사람이라면 추억에 푹 젖을 법하다.

전시관을 나서도 마을 곳곳에 흩어져있는 옛 기억의 편린들이 눈길을 끈다. ‘아트페이빙’ 작품들이다. 돈의문 박물관마을 조성 공사 중에 발견된 물건들을 투명 큐브 안에 넣어 마당과 골목길 곳곳에 두었다.

공기놀이를 할 때 쓰는 공기부터 병따개, 연필깎이까지, 아지오와 한정의 기억과 만난 후에는 예스러운 콜라 병따개조차 그 시절 맛집들의 이야기가 스쳐가는 듯하다.

Info 돈의문전시관 오픈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지난 4월 10일, 입주 작가들과 시민 참여 오픈하우스 행사를 진행했으며, 돈의문전시관은 4월 17일부터 정식으로 문을 연다.

한국 각 지방의 장인들이 제작한 물건들을 선보이는 브랜드 '소'의 쇼룸 내부. 사진 / 양수복 기자
'래코드'에서는 팔리지 않은 재고 의류를 활용한 새활용 워크숍도 이루어진다. 사진 / 양수복 기자

집집마다 노크하는 설렘과 함께하는 마을 탐방
한때 사람들이 부대껴 살고, 점심과 저녁 시간만 되면 문전성시를 이루던 마을은 인근 재개발계획으로 식당이 하나둘 떠나며 한산해졌지만, 역사와 추억이 쌓인 건물에 서로 다른 주제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들어와 활기를 불어넣는다.

마을 곳곳 작업실에 들러 작업물을 구경하고 창작자들을 만나는 재미가 ‘지붕 없는 박물관’인 돈의문박물관 마을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붉은 벽돌집에 입주한 업사이클 의류 브랜드 ‘래코드’의 스튜디오에는 재고 의류를 활용해 만들어진 옷들을 구경할 수 있으며, 바로 옆 고풍스런 목조 주택에 들어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소’의 쇼룸에는 제천에서 이동균 장인이 손수 제작하는 광덕빗자루, 장수에서 오창근 장인이 다듬는 장수곱돌 등 여러 지방의 걸출한 장인들이 직접 만드는 물건들을 전시한다.

풀과 꽃을 구경하며 잠시 쉬어가기 좋은 옥상 온실 '하루'. 사진 / 양수복 기자
새문안로 대로변에서 펼쳐지는 '프레스센터'전. 사진 / 양수복 기자

골목골목을 살피다가 만나는 작은 옥상 온실 ‘하루’도 지나치면 서운한 곳. 풀과 꽃 사이에서 잠시 숨을 돌리기에도, 아기자기한 소품과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온실은 철따라 다른 식생으로 꾸며진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한 바퀴 도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작은 규모이지만, 집집마다 들어가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지나있을지도 모른다.

계단을 통해 마을을 빠져나오면 돈의문박물관마을 탐방은 끝인가 싶지만, 서울건축센터를 축으로 오른쪽, 새문안로 대로변에 자리한 건물 몇 곳 또한 마을의 일부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중 유리창 너머로 사진을 관람할 수 있도록 꾸민 ‘프레스센터’전이 눈에 띈다. 신문사 앞에 그날의 신문을 펼쳐놓는 가판대처럼 내부가 훤히 보이는 공간에 사진을 진열해두어 낮에나 밤에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키친레브쿠헨'에서 진행된 행사 모습. 사진제공 / 키친 레브쿠헨

Tip 마을 즐기기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여러 작업실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강연, 워크숍, 행사가 진행된다. 나카가와 히데코 요리연구가의 ‘키친 레브쿠헨’에서는 요리를 주제로 다양한 쿠킹클래스, 요리와 공연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누들로드>, <요리인류>등의 다큐멘터리를 선보인 이욱정 KBS PD가 이끄는 KBS사내벤처 요리인류팀의 콘텐츠 제작기지 ‘돈의문 마을방송국’도 마을에 들어섰다. 여러 작가들과 대담을 진행하고 영상을 촬영하거나 강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작업실은 보통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유롭게 오픈되지만 부득이하게 열지 않거나 준비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모든 곳을 들어가 보겠다는 마음보다는 마을을 둘러보다 열린 작업실과의 우연한 조우를 기대하는 편이 좋다. (※월요일, 공휴일 휴무)

Info 돈의문 박물관마을
주소 서울 종로구 송월길 2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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