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귀농 준비 중이라면 꼭 '먼저 살아보세요'-보성 다향울림촌⑤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귀농 준비 중이라면 꼭 '먼저 살아보세요'-보성 다향울림촌⑤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05.08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배 귀농인 농가에서 고추장 만들기 체험
음식부터 사람들까지 직접 부딪히며 느낀 농촌 생활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후 구체화된 귀촌의 꿈
사진 / 유인용 기자
보성에서 머문 5일은 귀농 및 귀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보성 회천면에 자리한 문규성 초록바다농장 대표의 집에서 바라본 풍경. 왼편 멀리로 남해가 보인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보성] 다향울림촌에서의 마지막 날, 오전에 두 가지 농촌 체험을 한 뒤 5일 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다. 아직 귀농‧귀촌에 대해 알아보지 못한 것이 많은데 빨리 흘러가버린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체험 프로그램은 고추장 만들기와 바지락녹차수제비 만들기가 예정돼 있었다. 다향울림촌의 다른 체험자들과 아침 9시에 모여 ‘정삼순된장’으로 향했다.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을 재래식으로 제조하는 ‘정삼순된장’은 5년 전 귀농한 정삼순 대표가 만든 전통 장류 브랜드다. 이날은 정삼순된장만의 ‘만능고추장소스’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했다.

매콤달콤 만능고추장, 제철 바지락 넣은 녹차수제비
정 대표의 집은 장독대와 텃밭, 체험장이 한데 어우러진 회천면의 한 농가다. 텃밭에서는 정 대표가 장아찌를 담그는 데에 쓰는 깻잎, 고추, 마늘, 취나물 등을 기른다. 정 대표가 처음 귀농했을 당시 1개였던 장독대는 수십 개로 늘었다. 마당을 구경하고 체험장으로 들어가니 정 대표가 직접 농사지은 고추와 마늘 등 고추장 재료가 준비돼 있었다. 

“간마늘 100g에 꽃소금 100g, 흰설탕 600g, 미원 반 컵, 물엿 700g과 끓인 물 500ml를 넣고 충분히 저어줍니다. 여기에 곱게 빻은 고춧가루 600g을 넣고 더 섞어줍니다. 물이 식은 뒤 넣으면 고추의 매운맛이 살아나기 때문에 매운 것을 좋아하는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고춧가루를 곱게 빻아 만든 만능고추장소스는 진미채, 불고기, 닭볶음탕, 떡볶이 등의 요리를 할 때 다른 양념을 하지 않더라도 감칠맛이 살아나고 매콤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정삼순 대표는 5년 전 귀농 당시 1개였던 항아리 개수를 현재 수십 개로 늘렸다. 정 대표는 전통 장류 브랜드인 '정삼순된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정삼순된장의 체험장에서 진행된 만능고추장소스 만들기.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만능고추장소스는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도 간이 잘 맞아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기 좋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정 대표는 “귀농을 준비하는 여성분들 중에는 장류 제조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 경쟁자는 많은 반면 판매 허가를 받는 과정은 쉽지 않다”며 “사전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귀농을 택했는데 보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 관련 교육을 이수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점심시간에는 다향울림촌으로 돌아와 수제비 만들기 체험이 이어졌다. 보성은 한 면이 바다에 접해 있는 만큼 수산물을 제철마다 맛볼 수 있다. 녹차가루를 넣어 수제비에 색을 입히고 인근 갯벌에서 채취한 바지락으로 국물을 내면 ‘보성 스타일’ 수제비 한 그릇이 만들어진다.

먼저 빈 봉지 안에 밀가루 250g, 녹차가루 1/2 티스푼, 물 150리터를 넣고 잘 봉한 뒤 봉지 째로 섞는다. 잘 치댄 반죽을 상온에 30분 정도 두어 발효를 시킨다. 발효의 과정을 거치면 수제비의 쫄깃한 식감이 살아난다. 반죽에 녹차가루를 많이 넣을 경우 자칫 쓴맛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한다. 반죽이 발효되는 동안 물을 올려놓고 애호박과 파, 감자 등 취향별로 재료를 썰어놓는다. 물이 끓으면 미리 해감해둔 바지락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감자를 먼저 넣고 수제비 반죽을 한 입 크기로 똑똑 떼어 냄비에 퐁당퐁당 떨어뜨린다. 썰어둔 애호박과 파를 넣어 한 번 더 끓여내며 마무리한다.

김영희 다향울림촌 위원장은 “‘벚꽃이 필 때 바지락도 알이 찬다’는 말이 있는데 보통 벚꽃이 지고 4월 말 이후 즈음부터 바지락도 제철을 맞는다”고 말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바지락녹차수제비를 만드는 모습. 바지락은 4월 말부터 제철을 맞는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녹차가루를 넣어 연둣빛 색을 낸 녹차수제비. 사진 / 유인용 기자

보성에서 살아본 5일 간의 시간
바지락녹차수제비로 보성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친 후 다향울림촌을 나섰다. 5일 간 일정을 함께 했던 예비 귀농인 정상신 씨가 마침 집인 광주에 볼 일이 있어 가는 길이라며 광주역까지 태워주셨다. 마지막까지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던 ‘보성에서 먼저 살아본 5일’이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열차에 앉아 보성에서의 시간을 되짚어보니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보성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첫날 캐리어를 끌고 도착한 보성 오일장에서 보성이란 어떤 곳인지 미리 읊어주셨던 정육점 사장님, 코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2만원 가까이 택시비를 지불하며 도착한 보성터미널에서 치기 어린 푸념을 묵묵히 들어주셨던 이춘남 할머니, 벌교시장을 지나다 냄새에 홀려 들어간 꼬막빵가게에서 ‘사지 않아도 되니 마음껏 먹어보라’며 갓 구운 빵을 건네시던 두 어머님들, 맛 한 번 보라며 정성들여 만든 부각을 한 봉지나 쥐어주신 예비 귀촌인 박정자 씨….

사진 / 유인용 기자
"내 나이가 올해로 여든인디 우리 마을에서는 젊은 편이여" 보성터미널에서 만난 이춘남 할머니.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다향울림촌에서 만난 예비 귀촌인 박정자 씨가 직접 만든 부각.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문규성 초록바다농장 대표 집 앞의 작은 텃밭. 직접 기른 쌈채소는 적당한 크기가 되면 그날 저녁 식탁에 오른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귀농 및 귀촌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는 예비 귀농인들부터 이미 귀농을 해 자리를 잡은 선배들의 목소리까지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 보성으로 내려오기 전 막연했던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은 ‘바다가 보이지만 어선의 미세먼지가 집 안으로 날리지 않고 집 앞에 작은 텃밭이 있으며 인근에 저온저장소나 축사가 없는 곳’으로 구체화 됐다.

보성에서의 5일은 농어촌에서의 삶을 현실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귀농은 인생을 건 배팅과 같다’는 김영희 위원장의 말과 같이 귀농은 삶의 보금자리와 생활 패턴, 생계를 위한 일까지 모든 것을 뒤바꾸는 일이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게 농촌에서의 삶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맞닥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귀농이나 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일주일이든 한달이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남에서 먼저 살아볼 것’을 꼭 추천한다. 지역의 특색과 음식, 사람들까지 다양하게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일 테니 말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