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필리핀] 최근 들어 가족단위 휴가여행지와 패턴을 묻는 전화가 많다. 패키지 형태의 단체여행보다 편안하고 아늑한 휴양지를 찾는다. 그럴 때면 나는 필리핀의 세부지역을 먼저 추천한다.
서울에서 직항로가 있고 4시간 30분 정도의 비행거리를 가진 곳, 아직 문명의 때가 닿지 않아 자연경관을 그대로 유지한 아름다운 바다와 비치, 각종 해양스포츠, 맛갈스러운 음식, 싱그러운 공기와 열대성기후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춘 막탄섬이 있기 때문이다.
세부는 필리핀 비샤안 제도에 속한 섬인데 1512년 포르투갈의 탐험가 마젤란이 처음으로 발견했다. 마닐라로 수도를 옮길 때까지 필리핀 전체를 지배하였으며, 현재는 중 남부 경제문화의 중심지로 필리핀 제3의 도시이다.
세부의 막탄 섬은 열대지역 임에도 불구하고 남태평양에서 불어오는 해풍의 영향으로 이상기온이 없으며, 습도가 높지 않아 항상 쾌적한 기온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부에 도착하면 대부분 새벽이다. 내가 처음 세부에 갔을 때도 새벽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불빛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레임으로 조급한 마음까지 들게 했다.
간단한 입국수속 후 약 20분 가량 갔는데 운전기사가 창문을 열고 신분증을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혹시 무엇이 잘못 되었나 해서 옆에 앉은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리조트에 도착하여 검열하는 중이란다. 리조트에 들어오는 모든 차량을 투숙객의 안전을 위해 정문에서 통제를 한다는 것이다.
눈부신 아침햇살에 열대의 따뜻한 열기가 온 방안에 가득하여 눈을 떠보니 창문 너머로 찬란하고 영롱한 태양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테라스로 발길을 옮기자 방금 열대의 스콜이 지나간 듯 아침햇살이 열대 야자수 잎을 흔들었다. 야자수 잎에 묻어 있는 물방울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게 했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비사안해의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해안선에 시선이 멈춘다. 리조트의 전용비치다. 나는 방을 나섰다. 아침해변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아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이리저리 들이댔다.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 백사장, 작열하는 태양을 비웃기라도 한 그늘 집,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한적한 비치 파라솔, 바다 위에 한가로이 떠있는 방카선, 비치 한쪽에 가지런히 놓아진 카누. 카약,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아 오를 것 같은 수륙이착륙 비행기, 비치 중앙의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등등 모든 것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