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평창] 봉평에는 메밀꽃이 있다. 늦여름이면 메밀꽃 축제를 열 만큼 메밀꽃이 유명하다. 그런 봉평에 메밀꽃 술이 등장했다. 다른 이름으로 메밀꽃 동동주라고도 한다.
하얀 플라스틱 병에 든 술을 하얀 대접에 따랐더니 영락없는 메밀꽃 색깔이다. 킁킁 냄새를 맡다가 그만 머쓱하게 웃었다. 대관령주조 김용규 사장이 “메밀꽃은 향기가 없잖아요” 한다. 습관적으로 술 향기를 맡아봤는데 메밀꽃 향기는 없다. 그러나 색깔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이게 탁주 계열이라 병 밑에 침전된 것이 있습니다. 그게 가라앉기 전에는 우윳빛이에요. 사람들이 참 곱다고 하죠. 주된 재료는 찹쌀과 소곡이고, 물론 메밀도 들어갑니다. 보름 정도 저온에서 숙성시킨다는 점이 다른 술과 차이점입니다.”
김 사장은 애주가다. 강원도 평창, 공기 좋고 물 맑은 고향에서 그동안 마셔본 술보다 더 맛있는 술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좀 많이 마셔도 골치 아프지 않는 술! 탁주이되 마신 뒤에 트림이 나오지 않는 술! 뒷맛이 깔끔한 술! 여자들도 쉽게 마실 수 있는 술! 이런 술을 만들고 싶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 3년 전에 오늘의 메밀꽃 술을 개발해냈다. 알콜 도수 8.5%. 탁주이되 배부름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알콜 도수를 좀 높게 잡았다. 그렇다고 독한 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 입안에 넣고 혀로 한번 굴리는데 금방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린다.
그야말로 술술 넘어가 버린다. 너무 쉽게 넘어가는 것이 아닐까? “여기서 한두 잔을 마시고, 집에까지 사가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강원도 평창 인근 국도 휴게소에선 대부분 다 팔고, 음식점등에서도 팝니다. 일반 가게에서는 안 팔아요. 택배도 가능합니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한 달도 거뜬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