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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초록별 가족의 체험여행] 송이송이 하얀 눈밭이 펼쳐진다! 곡성 목화밭 여행
[초록별 가족의 체험여행] 송이송이 하얀 눈밭이 펼쳐진다! 곡성 목화밭 여행
  • 구동관 객원기자
  • 승인 200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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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곡성 목화밭 풍경.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곡성 목화밭 풍경.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곡성] 곡성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곳 목화밭을 찾아 가는 길이었습니다. 목화밭을 본적이 없는 현석이 다솜이에게 하얀 눈처럼 목화가 활짝 핀 그곳을 보여줄 생각이었습니다. 목적지인 곡성만을 생각하자면 남원에서 곡성으로 가는 길이 가깝지만, 우리 가족은 구례까지 내려간 뒤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며 곡성으로 향했습니다.

오래전 구례와 곡성, 하동 등 남도 여행을 하면서 섬진강을 거슬러 곡성으로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아지랑이 너울거리는 봄날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구례 산동의 산수유 꽃그늘 아래서 준비해간 점심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압록유원지에서는 징검다리를 건너며 신이 났고, 저녁에는 쌍계사의 아름다운 벚꽃을 보고 잠이 들어 행복했습니다. 그 기억이 곡성 목화밭 가는 길을 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그때가 얼마만인지 헤아려 보았습니다. 벌써 10년 전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그때의 기억을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그때의 기억을 잘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아내와 나는 그때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려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때의 여행이야기를 해주면서 저도 아내도 자꾸 웃음이 묻어났습니다. 10년 만에 만난 길이지만 변한 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섬진강변에서 여유롭게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섬진강변에서 여유롭게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구례에서 압록을 지나 곡성으로 향하는 길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아름다웠습니다. 섬진강변의 아름다운 그 길을 다녀오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조금 상세히 그 길을 적어 봅니다. 길은 좀 구불거립니다. 그 길이 17번 국도입니다. 오른쪽으로는 섬진강이 흐릅니다. 승용차가 달리는 길보다는 조금 더 구불거립니다. 물길 부드러운 것으로 으뜸인 섬진강답게 참 잔잔합니다.

그리고 왼쪽으로는 국도보다 조금 높게 전라선 철길이 지나갑니다. 기차가 다니는 철길은 구불거림이 강이나 국도보다 덜 합니다. 강을 따라 국도가 나란히, 그리고 그 국도를 따라 철길도 나란히…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그 길을 가면서 열차 하나를 만났습니다. 빠아앙~ 길게 여운이 남는 기적을 가슴에 남기며 그 열차가 스쳐 갔습니다.

섬진강변을 따라 가다보면 만나는 곡성역.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섬진강변을 따라 가다보면 만나는 곡성역.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섬진강의 물길을 보며 지난 추억에 잠긴 사이 어느새 목화공원입니다. 곡성군 겸면에 위치한 목화공원에 거의 도착할 때 쯤 현석이는 다래를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다래가 뭐지?” 저는 현석이에게 갑자기 무슨 먹는 타령이냐고 되물었습니다. “목화가 솜으로 피기 전의 열매가 다래잖아?” 현석이는 아빠에게 그런 것도 모르냐는 투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저나 아내도 목화밭 구경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잔잔히 흐르는 시냇가 옆에 목화밭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6천여 평의 넓은 면적이었습니다. 목화밭 옆으로 호남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목화공원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넓은 목화밭을 온통 우리 가족이 차지한 것이지요.

목화밭은 하얀 솜뭉치가 맺혀있는 멋진 모습으로 우리 가족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아이들이 신기한 눈으로 목화를 바라보았습니다. 목화밭으로 다가가 포근한 목화 몇 송이를 따 보았습니다. 여행 전날 목화공원을 관리하는 겸면사무소와 통화를 하면서 몇 송이의 목화는 따도 좋다는 승낙을 받아두었습니다.

꽃이 피고, 다래가 열리고 나서 목화가 활짝 피어난다.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꽃이 피고, 다래가 열리고 나서 목화가 활짝 피어난다.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목화밭에는 목화가 활짝 핀 모습뿐만 아니라 지금 막 꽃이 피고 있는 모습이며, 솜으로 피기 전인 다래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신기해 하고 즐거워했습니다. 다만, 현석이가 먹고 싶다던 다래는 먹을 시기가 지난 것 같아 먹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저와 아내도 처음으로 목화를 따보았습니다. 부드러웠습니다.

그 솜으로 이불을 만든다면 정말 포근하게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원래 예쁜 것,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는 다솜이는 “목화솜이 너무 부드러워…”라며 신기해했습니다. 떼낸 솜을 쥐어보던 현석이는 목화 솜 속에 씨가 들어 있다며 솜뭉치에서 씨를 골라냈습니다.

문익점 선생의 붓두껍에 넣어왔다는 목화씨는 의외로 크다.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문익점 선생의 붓두껍에 넣어왔다는 목화씨는 의외로 크다.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목화꽃이 피기까지의 과정.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목화꽃이 피기까지의 과정.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고려 시대 때 문익점 선생이 붓두껍에 목화씨를 담아온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예전에 문익점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은 씨앗 몇 개 가져오기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솜에서 씨앗을 골라 놓고 보니 작은 게 아니라 꽤 커다랗습니다. 그 정도 크기라면 씨앗을 가져오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목화솜을 넣은 두툼한 이불로 추운 겨울을 이겨 냈는데, 요즘은 목화솜을 대체한 것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입고 있는 옷 중에는 목화를 이용한 것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속옷은 목화의 솜을 이용해 만든 면 소재 입니다. 목화에서 솜이 되거나, 실로 바뀌기 위해서는 몇 개의 과정을 거쳐야 됩니다.

목화밭은 마치 눈이 내린 듯 하다.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목화밭은 마치 눈이 내린 듯 하다.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밭에서 수확한 목화솜에서 ‘씨아’를 이용해 씨앗을 빼낸 뒤 씨를 뺀 솜에서 솜틀기 과정을 거치면 이불 등에 이용할 수 있는 솜이 됩니다. 옷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물레와 베틀 등의 기구를 써서 무명베를 만드는 작업이 더 필요합니다. 평일에는 목화체험전시관에서 무명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답니다. 하지만 우리가 찾은 일요일에는 운영하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목화를 따고 관찰하던 일이 지겨워질 때 쯤, 현석이와 다솜이는 목화밭 옆의 개울가로 뛰어갔습니다. 그곳에 돌다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한참동안 돌다리를 건너며 가을을 즐겼습니다. 나와 아내는 목화밭을 바라보기 좋은 곳에 세워둔 원두막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한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곡성을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철로자전거를 타는 재미도 곡성 여행의 즐거움.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철로자전거를 타는 재미도 곡성 여행의 즐거움.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목화밭으로 가는 길.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목화밭으로 가는 길. 2005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집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현석이가 물었습니다.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대답했습니다. “오늘 여행은 정말 가까운 곳으로 떠나왔네.” 현석이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긴 지난주 다녀온 강원도 여행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다녀왔던 둘째 날은 무려 10시간 가까이 차를 탔었습니다. 그때에 비한다면 정말 가까운 곳인 셈이지요.

두 시간 정도의 거리마저도 멀다고 여행에 나서기 꺼리는 분들이 많은데, 현석이와 다솜이는 두 시간은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는데, 왕복 서너 시간의 여행길을 짧게 생각하니 앞으로 여행을 좋아할 조건의 한 가지 정도는 갖춘 셈이 된 것이겠지요.

예상했던 것처럼 곡성에서 대전까지는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차창 밖 풍경에 만추가 가득했습니다.

Tip. 가는길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우 광주에서 순천 방면의 옥과 나들목으로 나간 뒤 우회도로를 타고 순창, 곡성 방면으로 향하다가 3km 쯤 진행하면 겸면이다. 겸면 사무소를 지난 뒤 국도에서 오른쪽 농로를 따라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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