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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초록별 가족여행] 광천의 토굴 새우젓과 남당리 대하 축제
[초록별 가족여행] 광천의 토굴 새우젓과 남당리 대하 축제
  • 구동관 객원기자
  • 승인 2004.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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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광천 새우젓 시장 풍경.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광천 새우젓 시장 풍경. 2004년 1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광천] 이달 초 계획해 두었던 강원도 여행은 현석이가 아파서 떠나지 못했고, 그 후 두 주는 주말마다 비가 내려 집을 나서지 못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해 근질거리는 몸을 달래기 위해 찾은 곳이 ‘충남 광천’이다. 광천은 새우젓 장터 풍경과 토굴 새우젓, 그리고 대하와 전어 등 먹을거리가 풍부한 남당리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광천 여행 계획을 이야기 했다. “새우젓이 유명한 곳이네?” 현석이가 아는 체를 했다. “새우젓은 오월에 담근 오젓과 유월의 담근 육젓이 있고, 가을에 담은 추젓이 있어….” 다솜이가 한술 더 떴다. 아빠, 엄마의 기억에는 가물가물한 새우젓의 종류를 줄줄 꿰고 있었다. “현석이, 다솜이 대단한데…. 새우젓에 대해 엄마, 아빠보다 훨씬 더 많이 아는 구나?” 아이들은 새우젓에 대해 교과서에서 배웠다고 했다.

더욱이 초등학교 3학년인 다솜이는 배운지 보름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단다. 광천 여행은 아이들의 학습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석 연휴 첫날인 일요일. 느긋한 일정으로 광천을 찾았다. 먼저 들린 곳이 새우젓 시장.

추석을 코 앞에 둔 시골 장터의 모습에는 활기가 넘쳤다. ‘있을 건 다 있고, 없는 것은 없는’ 시골장터 풍경은 마음이 넉넉해지는 풍경이기도 하다. 여기저기 손님을 부르는 목소리들이 다양하게 들려왔다. 막 흥정을 끝내고 덤을 더 가져가려고 주워 담는 모습도 정겹고, 셈이 틀렸다며 다투는 소리까지도 시끌시끌한 시골장의 활기를 더했다.

새우젓.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새우젓. 2004년 1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광천장은 새우젓으로 유명한 곳답게 새우젓 상점이 많았다. 광천에 왔으니 맛있는 새우젓을 사가는 것이 당연했지만, 새우젓은 토굴 새우젓 마을에서 사기로 했다. 대신 아내는 바닷가와 가까운 곳이라 물이 좋아 보인다며 생선을 살 생각을 했다. “가격 좀 알아볼까?”라며 갈치 값을 물어본 아내에게, 생선 가게 아주머니는 싸게 잘해 주겠다며 덜컥 갈치 목을 잘라버렸다.

그 아주머니 때문에 여러 집이 나눠 먹을 만큼 갈치를 사고 말았다. 아내는 도시에서보다 싸게 잘 샀다며 꽤 만족해했다. 장터에서 빠져나와 토굴 새우젓 마을을 찾았다. 국도변에 새우젓 가게가 늘어서 있었다. 그곳의 새우젓 가게들은 대부분 각자의 토굴을 가지고 있지만, 그 토굴들이 일반에게 개방되는 것은 아니었다.

새우젓 토굴.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새우젓 토굴. 2004년 1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몇 집을 소수문하여 인심 좋게 생긴 새우젓 집의 토굴을 구경할 수 있었다. 새우젓 토굴은 상점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 바로 뒷골목의 언덕배기에 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집과 접해 있는 곳에 토굴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 토굴이 교과서에 나온 것 같아.” 주인의 안내로 토굴을 들어서던 다솜이가 이야기 한다. 안내하는 분께 여쭤보니 교과서에 나온 바로 그 집이란다. 다솜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토굴은 좁고, 어두웠다. 단단한 바위를 뚫어 만든 길들이 여러 갈래로 나눠지고, 다시 만나 이어져 있었다. 그 토굴은 사람들이 파서 만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아이들은 신기해 했다. 토굴 속이 서늘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굴속의 온도는 늘 15°C 정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했다. 새우젓의 발효에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새우에 15% 정도의 천일염을 섞어 항아리에 켜켜이 쌓아 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새우젓이 되는데, 토굴이 숙성에 좋은 온도를 유지해서 맛있는 새우젓이 된다고 했다. 토굴에서 나와 새우젓 중에 가장 맛이 좋지만, 양이 많지 않아 귀하다는 ‘육젓’을 샀다. 토굴 구경을 한 뒤 남당리로 차를 돌렸다.

남당리 한적한 바닷가에서 만난 배 한 척.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남당리 한적한 바닷가에서 만난 배 한 척. 2004년 1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남당리는 대하축제 때문에 간이식당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가격은 못 깎아줘도, 양을 푸짐하게 주겠다”며 우리 가족을 유혹했다. 식사는 조금 미뤄두고 포구를 먼저 찾았다. 가만 보니 간이 방조제에서 낚시꾼들이 망둥어를 낚고 있었다. 낚시꾼들의 가방마다 한 뼘쯤 되는 망둥어들이 여러 마리씩 잡혀 있었다. 몇 해 전 당진 여행때 망둥어를 잡았던 현석이는 그때를 그리워했다. 아이들에게도 여행은 언제나 진한 추억을 남긴다.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안면도와 마주하고 있는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는 대하, 새조개, 쭈꾸미 등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지에서 맛보는 해산물이 싱싱하여 맛이 좋은 것은 당연하지만, 더욱이 그런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닷가의 간이 천막들이어서 운치가 있다. 바다 위에 지어진 천막에 앉아 있으려니 바닷물이 빠지고 들어오며 철썩 철썩 파도소리를 들려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대하를 먹었다.

바닷가 위의 천막집인 이 곳에서 대하구이를 먹는다. 2004년 1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바닷가 위의 천막집인 이 곳에서 대하구이를 먹는다. 2004년 1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소금 위에서서 익는 대하. 2004년 1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소금 위에서 익는 대하. 2004년 1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대하를 먹는 동안 전어구이가 서비스로 나왔다. 담백하고 구수한 맛. 가을 바다를 맛보는 느낌이었다. 대하를 먹고 남당리를 빠져 나오다가 마을 귀퉁이, 한적한 바다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그 도로는 비포장도로여서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잔잔한 물결이 밀려오고 있는 그 갯벌은 대하축제장의 혼란스런 분위기와 상반된, 고즈넉한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그곳에 배 한척이 누워있었다.

문득, 나도 그 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스듬히 누워 한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그런 배가 되고 싶었다. 잔잔한 파도소리, 자유롭게 나는 새들의 소리를 한참동안 마음에 새겼다. 여행을 마무리하며 홍성군과 보령시의 경계지점에 자리한 홍성·보령 방조제 기념탑에 들렀다. 방조제 공사를 하기 전에는 섬이었을 그곳은 주변 전망을 둘러보기에 최적의 장소다.  

조금 전 다녀왔던 홍성 남당리 모습과 굴 구이로 유명한 보령 천북 포구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천수만을 넘어 안면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해가 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남당항 간이 방파제에서 망둥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2004년 1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남당항 간이 방파제에서 망둥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2004년 1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Tip. 가는 길
● 자가용 (광천)서해안고속도로 광천 IC를 이용. (남당리)서울 -> 천안 IC(경부고속도로) -> 홍성(국도21번) -> 갈산(국도29번) -> 군도614번 -> 남당항
● 대중교통 (광천) 장항선 광천역 하차 (남당리) 장한선 홍성역 하차 버스 : 홍성터미널에서 남당리행 버스가 약 1시간마다 운행. (약 30~4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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